가동 목전에 둔 현대차 美 조지아 공장, 돌연 환경 재평가 리스크 떠안아
미국 연방정부 당국, 현대차 HMGMA 환경 재평가 동의
HMGMA 수자원 예상 수요량 미공개한 조지아주, 시장 뭇매
재평가 늦어질 경우 공장 가동 시기·생산 일정 늦춰질 수도
현대자동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돌발 악재에 직면했다. 지역 주민들이 현대차 공장의 지하수 사용과 관련한 민원을 대거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당국이 해당 공장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재진행을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환경영향 평가가 길어질 경우 가동을 목전에 둔 조지아 공장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美 공병단, 현대차 조지아 공장 재평가 착수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 공병단(이하 공병단)은 지난 6월 현대차 공장 프로젝트 관련 민원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인정했으며, 최근 해당 공장 환경 허가를 재평가하는 데 동의했다. 현재 조지아주 지역민들과 환경 단체는 식수 및 농업용수 부족 등 지역 내 피해를 우려, 현대차가 주민들의 식수원인 지하 대수층을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10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에 착수한 바 있다. 현대차는 HMGMA를 통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 6개 차종 전기차를 연간 30만 대가량 생산할 예정이며, 차후 연간 50만 대 규모까지의 증설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정부 당국의 환경 재평가가 늦어질 경우 이 같은 현대차의 계획은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재평가 배경은 ‘수자원 활용’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수자원 활용은 올해 상반기부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문제다. 지난 6월 말 조지아주 지역매체 서배너모닝뉴스는 현대차 공장 건설 허가와 관련한 법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조명했다. 현대차가 2022년 10월 조지아주 당국으로부터 공장 건설을 허가받았을 당시 제출했던 자료에 ‘완공 이후 수자원 예상 사용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은 수질 오염과 수자원 수요 관련 사항을 규정하는 청정수법(CWA) 404조 조항에 근거로 공장을 짓는 기업에 수자원 예상 수요량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서배너모닝뉴스는 “건설 허가를 신청한 측은 예상 물 수요량을 알고 있었지만, 승인 전에 검사 주체인 미 육군 공병대(UASCE)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23일 공병단은 서한을 통해 실제 2022년 조지아 공장의 허가를 신청한 조지아주와 지역 경제개발 기구들이 현대차의 예상 물 수요량(하루 약 2,500만 리터)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수자원 부족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민감하게 거론되는 주제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미국 지역 주민들과 제조업 기업들 사이에서 수자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HMGMA는 8,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으로, 수자원 사용량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며 “민원이 빗발치는 것도, 당국이 재평가에 들어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관건은 재평가라는 변수가 등장한 이후에도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생산 계획이 유지될 수 있을지다”라고 진단했다.
재평가가 불러올 수 있는 악재
현대차는 2022년 10월 착공 당시에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잡았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 시점을 4개월 이상 앞당긴 바 있다. 현시점 현대차 조지아 공장의 가동 목표 시기는 올해 10월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만약 현지 당국의 환경 재평가로 인해 공장 가동 일정이 늦춰질 경우, 현대차의 IRA 관련 대응이 늦어지며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국의 환경 재평가가) 변수를 넘어 ‘방해’가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공장 가동이 지연될 경우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차량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유연한 생산 전략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이 같은 전략은 8월 28일 열릴 예정인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 때 언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휩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차의 성장 가능성은 현대차의 2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입증됐다. 해당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5만8,950대에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싼타페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판매량이 12만2,421대(26.4% 증가)까지 치솟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전략은 대규모 생산 기지인 HMGMA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조지아 공장의 차량 생산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현대차의 판매 전략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