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선되면 韓·中·獨 제조업 미국으로” 제조업 패권 강화 야망 드러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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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공장·일자리 빼앗겠다" 트럼프 강경 발언
트럼프가 지목한 한국·독일, 이미 美 투자 규모 막대해
정부 지원금 앞세워 해외 투자 흡수하는 美, EU 등은 '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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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법인세 인하, ‘특별 구역(special zone)’ 지정 등을 통해 자국 제조업 패권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제조업 대이동’ 주장

24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州) 서배너에서 실시한 유세에서 “내 리더십 아래에서 다른 나라의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겠다”며 “나에게 투표하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바로 이곳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exodus·대이동)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유세가 진행된 조지아는 선거인단 16명이 걸려 있는 지역으로,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로 꼽힌다.

그는 “친(親)제조업 정책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제조업 담당 대사’를 임명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주요 제조업체들에 짐을 싸서 미국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이른바 ‘트럼프 감세안’에 따라 21%로 낮아진 법인세를 재차 15%까지 인하하겠다는 공약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만약 법인세를 15%까지 감세하면 지구상 어떤 곳보다 우리(조지아주)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구상 모든 회사와 제조업체에 가장 낮은 세금, 가장 싼 에너지 비용, 가장 적은 규제 부담과 함께 지구상의 최고·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 약속한다”면서도 “이는 미국에서 상품을 만들었을 때만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규제·세금을 부과하는 ‘특별 구역’ 지정을 시사하며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전되는 전체 산업을 재배치하는 데 이상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미 투자 쏠려 있는데” 시장 우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의 제조업 패권 강화를 강조하며 각종 유인책을 제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글로벌 제조업계의 투자가 미국에 지나치게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언급한 한국, 독일 등은 이미 미국 현지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가”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주요국의 제조업 투자가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쏠릴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15억 달러(약 28조5,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최다 대미 투자국으로 등극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역시 미국 현지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기업들은 미국 프로젝트에 157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자본 투자(M&A, 지분 투자 제외)를 단행했다. 이는 전년도 투자액(82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또한 독일의 해외 그린필드형 투자 약정 금액 가운데 약 15%가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한 종류인 그린필드형 투자는 현지에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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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밀려 신음하는 EU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투자가 미국 시장에 집중되자, 유럽연합(EU) 등 여타 주요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점차 약화하는 추세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해외 기업 유치·제조업 육성에 공을 들인 것과 달리, EU는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을 자제해왔다”며 “결국 EU의 제조업 경쟁력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한 국가들 대비 크게 뒤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정부 보조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EU 집행위원회(EC)는 경제적 국가주의와 싸우며 보조금에 따른 시장 왜곡을 막는 데 주력해 왔다. 그 사이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제조업 육성에 막대한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4%에서 2022년 16%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이에 EU 역내에서는 정부 보조금 지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기존 정책 기조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정부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인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제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에 쥐어야 한다”며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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