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중기부 등 정책펀드 조성, ‘보조금’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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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육성 위해 내년 1분기 AI 혁신 펀드 조성 계획
SMR·첨단 바이오, 미래 에너지 등도 펀드 조성 추진
정부 예산 변동 폭 커 안정적인 운용 필요하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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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핵심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보조금 중심의 지원체계에서 투자 기반의 시장 활성화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초기 단계 유망 기업의 육성과 민간 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다. 다만 세수 부족의 영향으로 정책펀드 내 정부 출자금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어 일관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과기정통부 예산, 선도형 R&D 편성 예산 확대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 운용은 보조금 중심에서 선도형·혁신형 R&D에 대한 투자 확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2025년도 과기정통부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8조4,000억원 대비 16.1% 증가한 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이 삭감되기 전인 2023년도 예산 9조1,000억원보다 약 6,000억원 증액된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예산 증액과 관련해 “단순히 예년 수준의 예산 복원이 아니라 선도형 R&D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포인트로 “추격형 R&D에서 벗어나서 선도형 R&D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위해 전체 R&D 예산의 44%에 달하는 4조3,000억원을 편성했다”며 “특히 AI-반도체·첨단 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 도전형 R&D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 시 혁신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R&D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약 1,925억원을 편성했다. 원자력·수소·차세대 통신·핵융합·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등에도 기존 예산에 더해 신규 예산을 확보했다.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펀드도 신설한다. 내년 1분기 출범을 목표로 하는 AI 혁신 펀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450억원을 출자하고, 선정된 민간 운용사가 최소 900억원의 투입해 편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초 출자 사업을 시작하면 2분기 또는 3분기 중에는 펀드 조성이 완료돼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앞서 올해는 KDB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이 투입된 첫 AI 특화 펀드로 ‘AI 코리아 펀드’ 출범을 추진한다. 최소 5,000억원의 자펀드 조성을 목표로 산업은행은 1,500억원을 출자했다.

연내 K콘텐츠·미디어펀드·인구활력 펀드 등 조성 추진

과기정통부 외 여러 부처에서도 대규모 정책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과기정통부와 함께하는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출범했다. 해당 펀드에는 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 CJ ENM, KBS, 중앙그룹 컨소시엄(SLL),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콘텐츠·미디어 6개 기업을 비롯해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문체부와 과기정통부가 2,000억원을 마련하고 민간에서 4,000억원을 투입해 최소 6,000억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는 세계적인 콘텐츠 지식재산(IP) 보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현 정부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올해 3월 발표한 ‘미디어·콘텐츠 산업 융합 발전 방안’의 핵심과제기도 하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2일 열린 협약식에서 “기존 모태펀드가 중소 콘텐츠 제작을 지원했다면 이번 펀드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대형 영화와 드라마를 지원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머리를 맞대고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10월 내에 모펀드를 결성하고 11월 출자사업 공고를 통해 연내 자펀드 선정과 결성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에는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구 감소 지역과 관심 지역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구활력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인구활력펀드는 행안부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중기부 모태펀드에서 각각 45억원, 95억원을 출자하고, 민간투자를 추가로 유치해 연내 총 2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경제적 활력이 저하된 지역에 소재한 중소기업·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고, 지역 내 기업 유치를 촉진해 지역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에는 벤처투자 플랫폼인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가 출범했다. 정부 재정 2,000억원에 21개 민간 출자자의 투자금 6,000억원을 더해 총 8,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 활성화를 위해 8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보건복지부는 연내 6,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 펀드를 조성해 유망 제약·바이오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과 혁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5대 시중은행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총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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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금 유치한 기존 정책펀드, 정부 출자금 비중 감소

다만 내년도 정책펀드에 투입되는 예산은 감소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과기정통부 정책펀드 예산은 올해 815억원에서 95억원 감소한 720억원으로 집계됐다.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는 올해 예산에서 300억원이 줄어들었다.

사이버 보안 분야 스타트업·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처음 시행한 사이버보안 펀드 예산도 내년도 100억원의 예산이 삭감되며 반토막이 났다. 특히 공공기술 사업화 펀드는 삭감 규모는 물론 예산 변동 폭도 컸다. 지난 2021년 조성된 공공기술 사업화 펀드는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과 국가 R&D 성과를 사업화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투입된 정부 예산을 보면 2021년 100억원에서 2022년 200억원으로 확대했다가 2023년 70억원, 2024년 65억원으로 감소했다. 2012년 조성된 연구개발특구 기술사업화 투자지원 정책펀드의 경우 투자 대비 회수율이 150%로 높아 지난 2021년 95억원이 투입된 이후 3년 동안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 세수 부족에 따른 긴축 재정의 영향의 탓도 있지만 기존 정책펀드가 운용·청산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 재정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봤다. 정책펀드의 목적이 민간 자금의 유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원이 안정될수록 모태펀드나 정부 예산의 출자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재원의 안정성과 예산의 일관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시장으로 자립할 가능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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