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조 규모 예산 조기투입에 그친 ‘쩐해전술 2탄’, 경기 부양 화력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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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발전개혁위 "5개 분야 정책패키지 도입 강화" 발표
3조 위안 규모 부양책 기대했으나 2천억 위안 조기 집행에 그쳐
재정 투입 방안 등 구체적 내용도 부재, 실망감에 증시 급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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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38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및 내수 침체로 ‘성장률 5% 안팎’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자, 지난달 단행한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에 이어 재차 돈 보따리를 풀기로 한 것이다. 서방과의 무역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는 가운데 내수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은 추가 부양책이 사실상 없었다는 부정적 평가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경기 회복 속도 내는 中, 38조 부양책 발표

8일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정산제(鄭柵潔) 주임(장관급)과 류수서·자오천신·리춘린·정베이 부주임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재정 정책을 발표했다. 류수서 NDRC 부주임은 “내년 중앙 예산에 배정된 1,000억 위안(약 19조원)을 이달 말에 조기 투입하고, 1,000억 위안 규모의 양중(兩重·국가 중대 전략과 중점 안보 분야) 건설 사업 명단 또한 일찍 발표해 지방정부가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인프라에 투입할 2,000억 위안(약 38조원)의 자금 집행을 앞당겨 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류 부주임은 “지방 파이프 건설·개조가 향후 5년 동안 총 60만㎞, 총투자액 4조 위안(약 76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프로젝트 리스트와 투자 계획을 앞당겨 설정해 도시 인프라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6조 위안(약 1,150조원)에 가까운 정부 투자 중 절대다수가 이미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행됐다”며 7,000억 위안(약 133조원)의 중앙정부 예산 내에서도 투자가 모두 이뤄져 58%의 착공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조 위안(약 190조원) 규모 초장기 특별 국채 중 양중 영역에 7,000억 위안이 모두 하달됐으며 2025년에도 계속해서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해 양중 건설 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11월과 12월에 새로운 채권을 발행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올해 사업 건설에 쓰이는 특별채권은 3조1,200억 위안(약 595조원)으로, 9월 말까지 2조8,300억 위안(약 540조원) 발행했고 2,900억 위안(약 55조원)이 더 있다”며 “현재 각 지역에 이달 말까지 발행을 마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 시장 강화 조치를 단행하고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하면서 부채 위험을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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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장 적신호에 위기 관리

중국 정부가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것은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경제정책을 운용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자 4조 위안(약 760조원)의 대규모 부양책을 펼치며 글로벌 경제의 ‘위기 탈출’을 견인했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현재 중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자산 가격 폭등과 지방정부 부채 급증, 과잉·중복 투자, 불평등 확대 등의 부작용도 겪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과 이후에도 부양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기도 하다.

이 같은 부채 기반 성장 탓에 중국 경제 성장률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4.9%를 기록한 뒤 4분기 5.2%, 올해 1분기 5.3%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올해 2분기 4.7%로 급락하며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 역시 산업생산, 소매판매, 수출입 등 각종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지표가 발표되면 지난달 말 부양책 발표 이후 모처럼 활기를 찾은 중국 자산시장이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방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수출길마저 좁아지는 등 심리적 악재도 쌓이고 있다. 지난 4일 EU(유럽연합)가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최고 45.3%로 확정하면서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수출 비중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과 캐나다 등도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00%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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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한 방은 없었다”

중국 정부는 우선 증량 정책을 통해 올해 당국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 5%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추가 부양책은 사실상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추가로 대규모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RRR) 인하 등 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할 당시 정부 투자와 국유기업 자금 활용 등을 결합한 부양책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 주석도 중국의 경제 불황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부동산과 기업, 민생 등 경제 핵심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중국 지도부가 큰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국가 전략 사업에 투입한다는 내용의 굵직한 추가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돌았다. 모건스탠리와 시티그룹은 각각 2조 위안, 3조 위안 규모의 재정 패키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점쳤고 블룸버그통신은 최대 10조 위안(약 1,900조원) 규모의 재정 팽창 정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개별 정책 프로그램에도 경기 부양을 위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기존에 따로따로 발표했던 정책을 종합해 설명하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또 시장이 기대하던 ‘숫자’는 뒤로한 채 경제상황 자화자찬에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올해 경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성장을 더욱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주 전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장이 깜짝 통화 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과는 비교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가적으로 내놓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현재 부족한 것은 공격적인 재정 지원”이라고 짚었고, 이번 대책을 ‘바주카포’에 비유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분석가들은 코로나 초기 이래 중국이 내놓은 가장 중요한 경기 부양책이라고 칭찬했지만, 반전을 이끌기 위해서는 더 큰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장 반응 역시 미지근하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와 중국CSI300지수 등은 전 거래일 대비 10%대 상승하며 장을 시작했으나 기자회견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4.59%, CSI300지수는 5.93% 상승으로 마감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도 거래돼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홍콩 항셍지수의 경우 이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9.41% 급락했다.

내년 경제 성장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이날 내놓은 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4.8%에서 내년에는 4.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성장은 더 심화된 구조개혁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온기를 되찾고 부진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비등하다. 지난달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유동성 대책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반응했으나 이후 발표된 재정 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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