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4년, ‘탈한국’ 전략으로 글로벌 톱티어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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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3위 자리 굳힌 현대차, 정 회장의 '탈한국' 전략 주효
인도 소비자 성향 맞춘 소형 SUV, 누적 100만 대 돌파
미국 현지서도 약진, 전기차 판매량 3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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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체코 노소비체의 현대차 체코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정 회장이 이끌어온 지난 4년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차 브랜드를 넘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세계 2위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을 따라잡았고 판매량에서는 글로벌 3위의 톱티어 완성차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과 끊임없는 기술 개발 노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범 4년 정의선號,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취임 4년을 맞이했다. 정 회장은 ‘고객을 향한 끊임없는 혁신’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견인하며 현대차그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톱티어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스트 팔로어로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취임 이후 과거와 다른 파괴적 혁신과 비전으로 전통적 사업 영역과 신사업 간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며 게임 체인저의 서막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이 달성한 최대 성과로 수익성 증진을 꼽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부터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전환했다. 대당 순이익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프리미엄 차량인 제네시스의 상품성 개선에 역량을 모았다. 특히 제네시스는 2019년까지만 해도 G70, G80, G90 등 세단 라인업만 판매 중이었다. 하지만 2020년 정 회장 취임 이후 현재 제네시스 판매량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GV70, GV80 등 SUV 라인업이 추가됐다. 세단인 G70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데 반해 대형 SUV인 GV90은 2025년 신차로 라인업에 새로 합류한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차 중 레저용 차량(RV)과 제네시스 비중은 전체에서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고수익 전략은 빠르게 성과를 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9,831억원을 기록해 폭스바겐그룹(약 6조7,935억원)을 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기아 합산 10.7%로 도요타, 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글로벌 3위를 2년째 지키면서 2위 자리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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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지 모델 ‘상트로’/사진=현대차그룹

현대 ‘크레타’ 인도 국민차로 안착

현지화 전략도 현대차의 실적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도로 사정이 열악한 인도에 맞춰 소형차를 주력으로 판매하며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여기에 인도 문화와 소비자 선호도 등을 파악해 발 빠르게 대응한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 인도 진출 2년 만에 선보인 현지화 모델 상트로는 20개월 만에 누적생산 10만 대를 달성하며 2021년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을 14%로 끌어올렸는데, 아토스 개조 모델로 터번을 쓰는 인도를 겨냥해 차체를 높인 것이 적중했다.

인도 소비자 성향 변화에 맞춰 출시한 소형 SUV 크레타는 ‘국민차’로 불리며 지난 1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했고, 2019년 인도에 진출한 기아 역시 현지화 모델로 판매량 15만 대를 돌파한 SUV 쏘넷을 비롯해 셀토스 등의 라인업을 앞세워 연간 20만 대를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IPO로 확보된 자금을 공장 생산능력 확대와 전기차 시장 개척 등에 투입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생산기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인도가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배경에는 미중 갈등이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지속으로 중국 견제가 필요한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 변화가 인도의 위상을 끌어 올린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협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주요 우방국을 적극 활용했다. 인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점도 크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500만 대 규모로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시장이다. 인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8.2%를 기록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유럽 판매량도 증가세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 1∼9월 미국 현지에서 두 회사가 판매한 전기차는 모두 9만1,3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111대)과 비교해 3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4만8,297대를, 기아는 80.3% 급증한 4만3,051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이달 중 10만 대 판매 돌파할 가능성이 높으며, 올해 12월 실적까지 합산하면 연간 약 12만 대의 판매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미국 내 연간 최다 전기차 판매량(9만4,340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 추세는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조만간 양산에 들어가면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HMGMA는 일부 차종을 시범 생산하며 생산 라인을 점검 중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포함해 모두 6∼7개 차종이 연간 30만 대 이상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기차는 현지 보조금 수령 1차 요건인 ‘미국 내 생산’을 충족하면서 부품과 광물 요건 등에 따라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 공략 핵심 거점이자 ‘해외 최대의 친환경차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체코 공장을 통해 유럽 내 판매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08년 11월 체코 노소비체 지역에 30만 대 규모로 지어진 현대차 체코 공장은 유럽을 겨냥해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차종과 SUV를 생산해 오다 202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친환경차 모델로만 총 45만8,099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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