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일본 참여 기대하는 동남아 3국 ‘해양 안보 협력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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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3국 협력 통해 ‘동남아 해양 안보’ 성과
일본, 해상 보안 전문성과 기구축 관계 토대로 참여 가능성 높여
4자 간 협력 통해 중국 영유권 주장 맞선 ‘지역 해양 안보 역량’ 기대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3국은 지난해 ‘인도말피’(Indomalphi)로 불리는 ‘3국 협력 협정’(Trilateral Cooperative Agreement)을 통한 해양 안보 강화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2017년 최초로 결성된 3국 간 협력은 술루해(Sulu Sea) 지역에서의 무장 강도, 납치, 테러리즘 등에 공동 순찰과 정보 공유로 대응하기 위해 결성됐다. 일본은 이러한 파트너십의 성과를 고려해 ‘인도말피’ 체제에 역량 강화 파트너(capacity-building partner)로 동참해 지역 해양 안보 역량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이 보유한 해양 관련 전문성은 강력한 협력과 개선된 효율성을 이끌어내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한정된 지역 내에서의 다자간 협력)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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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인도말피’ 협력, 동남아 해양 범죄 근절 성과로 ‘소다자주의 가치’ 입증

‘인도말피’는 결성 즉시부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 중 하나로 평가되던 술루해(Sulu Sea)의 해양 범죄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협력국 간 공동 순찰과 정보 공유를 통해 작년 상반기 해당 지역에서 해적 행위와 무장 강도를 근절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성과는 동남아 3개국이 명확한 공동 목적을 향해 단호하게 협력을 집중함으로써, 다양한 참여국 간 이해 충돌로 당초의 합의 정신이 흐려지기 쉬운 대규모 다자간 협력보다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렇게 ‘인도말피’ 파트너십은 소다자주의 협력이 대규모 다자간 이니셔티브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보여준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이하 ASEAN)과 같은 국제기구는 회원국 간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용하느라 과단성 있는 실행에 애를 먹을 때가 종종 있는 반면, ‘인도말피’와 같은 소규모 협력 체제는 당면한 안보 이슈에 고민하는 해당국들을 단합시켜 간결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효율적인 성과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다자주의가 ASEAN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패거리 정치를 조장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ASEAN은 이미 말라카 해협 순찰(The Malacca Strait Patrols)과 인도-인도네시아-호주 3국 협력(India-Indonesia-Australia Trilateral) 등의 소규모 협력 사례를 통해 소다자주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해양 보안 전문성’과 ‘기구축 협력 관계’가 일본 참여 가능성 높여

일본은 기보유한 해상 역량과 기구축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유대로 볼 때 이미 ‘인도말피’에 참여할 최적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일본이 참여할 4자 간 협력은 정찰 역량 강화와 영해 감시, 위기 대응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일본은 역량 강화 파트너로서 동남아 3국의 해양 방어 체계의 약점을 성공적으로 보완해 동남아 해상 보안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이미 전문성을 보유한 해안 경비 작전(coast guard operation) 영역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양자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별도로 진행 중인 ‘해외 보안 지원 프레임워크’(Overseas Security Assistance Framework, 일본의 ‘인도말피’ 국가 포함 동남아 해상 역량 강화 프로젝트)와 함께 강력한 다자간 협력 체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지역 안보 강화에 깊이 관여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자국의 전략적 목적을 관철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인도말피’ 국가와 진행하는 해상 보안 협력 중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작년 12월 필리핀과 양해각서 체결을 완료하고 진행 중인 영해 감시 역량 강화 프로젝트다. 해당 협력에서 양국은 각자 보유한 해양 데이터와 재난 및 사건 사고 정보를 공유해 의심 선박을 감지하고 제3국의 위협을 사전 방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비슷하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맺은 양자 간 협정도 일본이 기존 3국의 정보 공유 체제에 통합되는 작업을 순조롭게 해 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을 포함한 4개국의 해안 경비 협력도 제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작년 하반기 4개국 해안 경비 관계자들은 바탐섬(Batam Island)에서 진행된 합동 훈련에 참여해 해상 감시, 정보 수집, 의심 선박 대응, 해상 구조 연습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사실 역시 일본이 첨단 기술 지원을 통해 해상 감시 영역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역량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흩어져 있는 협력 사항들을 묶어 제도화하면 순찰과 훈련, 정보 공유 협력 등의 과정에서 중복을 줄이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으며 상호 간 모범 사례(best practices)의 공유를 통해 작전 역량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한층 광범위한 협력 체제 구축을 향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참여 시 중국 해양 주권 위협에 맞선 ‘지역 해양 안보 체제’ 구축 가능

일본의 해상 안보 정책 개정 경험도 동남아 3개국에는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은 중국 선박들의 출몰에 대응해 해상 자위대(Maritime Self-Defense Force)와 일본 해안 경비대(Japan Coast Guard, JCG)의 통합 운용을 위한 지휘 통제 체제 조정을 시행한 바 있는데, 무력 충돌 시 지휘권을 일본 방위성(Ministry of Defense)으로 이관한 조치는 위기관리 역량과 조직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이러한 경험 역시 해상 방위 작전 시 효율적인 협력과 소통을 통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인도말피’ 국가들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4개국을 해양 안보 강화라는 하나의 목표로 묶어 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는 동중국해(East China Sea)와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서 이들 국가가 맞닥뜨리고 있는 중국의 공격적인 영유권 주장일 것이다. 4개국 모두 각자의 영해에서 중국 해안 경비대의 행패에 시달린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이들이 해상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일본이 3개국 협력 체제에 역량 강화 파트너로 참여를 공식화하는 일만 남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도 필리핀과 유사한 형식의 양해각서만 체결하면 일본은 3국 협력 협정 내의 정보 공유 체제에 매끄럽게 통합될 수 있다. 4개국은 연례 회담을 통해 해안 경비 연습과 합동 훈련, 역량 강화 활동 등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합동 작전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해양 주권이 중국의 도전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단결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지역 해양 안보 체제 구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자다 프레이저(Jada Fraser) 조지타운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석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 should board the Indomalphi ship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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