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킥보드 없는 거리’ 조성 나선 서울시, PM 업계 ‘먹구름’

160X600_GIAI_AIDSNote
운행 제한-불법 주정차 적극 대처
통행금지 구역 지정 찬성 시민 88%
속도 제한에 퇴출론까지 ‘솔솔’
PMsurvey_PE_20241106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에 나선다. 해마다 증가하는 안전사고와 시민들의 불편 호소에 따른 것으로, 서울시는 이를 통해 보행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계에서는 이용객 감소를 우려하며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연내 구역 지정 및 시범운영 돌입

5일 서울시는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의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개인형 이동장치(PM) 안전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전동킥보드 과속과 무단 방치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끊이지 않는 것에 따른 조처로, 서울시는 연내 킥보드 없는 거리를 지정해 시범운영에 돌입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한다. 먼저 불법 주정차 된 전동킥보드는 시민 신고가 접수되면 들어오면 유예 없이 즉시 견인한다. 지금까지는 신고가 들어와도 대여 업체의 자율적 수거를 위해 3시간을 유예해 줬다. 하지만 업체가 수거를 제때 하지 않아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달까지 계도기간을 둔 뒤 12월부터 킥보드 즉시 견인을 시작할 방침이다. 또 필요한 경우 민간업체가 아닌 관할 공무원이 직접 견인에 나선다. 앞서 강남구는 지난 9월 킥보드 견인 전담 공무원을 채용한 바 있는데, 이를 여타 자치구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일부 견인 대행업체의 소위 ‘묻지마 견인’, ‘셀프 신고 후 견인’ 같은 각종 부당 행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대책은 시민 대다수가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시민은 79.2%에 달했다. 이 가운데 충돌 위험을 겪었다고 답한 이들이 75.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도주행과 무단방치, 과속운전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93.5%는 전동킥보드 견인 제도 강화에 찬성했으며, 주정차를 위반한 전동킥보드를 즉시 견인해달라는 응답도 85.5%로 집계됐다. 전동킥보드 통행금지 구역 지정과 민간 업체의 대여 서비스 금지에는 각 88.1%, 75.6%의 응답자가 찬성했다.

사고 폭증에도 안전 수칙 준수는 미비

해마다 증가하는 킥보드 관련 사고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 등에 비해 바퀴가 작고 차체가 가벼워 도로 파임이나 높낮이 차이 등 작은 충격에도 넘어지는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데, 이때 운행자는 물론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17건 수준이던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PM 사고는 2020년에는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늘어나 불과 5년 만에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PM 교통사고는 2,389건으로, 24명이 숨지고 2,622명이 다쳤다. 특히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가을에 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면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킥보드 이용자의 85%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최준호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2018년 4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전동킥보드 사고로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환자 108명 중 92명(85%)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23명(21.3%)은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내원했다. 보행자 등 시민들의 안전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PM_swing_20241106
사진=더스윙

서울 시내 4만여 전동킥보드 ‘발 동동’

PM 업계에서는 생존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통상 겨울철은 낮은 기온과 잦은 눈으로 인한 도로 환경 악화 등 이동 수단 선택에 제약이 많은 계절이다. 이는 곧 전동킥보드 이용객의 감소를 의미한다. 여기에 이번 서울시의 대책으로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운행까지 제한을 받게 되면서 이용객 감소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전동킥보드를 아예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윤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도시교통실 업무보고에서 “전동킥보드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전동킥보드 최고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는 시범운영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규제와 대시민 교육 수준으로는 안전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최고 속도는 시속 25km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전동킥보드 관련 보행자의 안전 문제가 배가되면서 프랑스 파리, 호주 멜버른, 스페인 마드리드 등은 공유 전동킥보드 퇴출을 결정했다”며 “법을 준수하는 산업의 활성화는 장려하되, 이를 어기고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내에서는 더스윙, 올룰로, 빔모빌리티코리아, 피유엠피, 지바이크 등 5개 업체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전동킥보드 수는 총 4만3,259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