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의 어이없는 편견들과 싸우면서

AI교육의 미래와 AI채용 시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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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을 끝으로 2023~2024년 졸업 기수들에 대한 논문 지도를 끝냈다. 5월 중에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학회 세미나 발표를 거쳐 9월까지 논문을 제출하면 이제 졸업이다. 논문에 합격(Pass)를 받은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고, 최선을 다한 분들이 집에서 혼자 울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합격이라고 이야기를 못 해줘서 마음이 무겁고, 내 가슴에 박힌 못들이 다시 한번 날 찌르는 느낌이 들어서 시차를 둔 동병상련도 느껴졌지만, 어쩌랴, 학위 과정 졸업 요건 최소치는 지키면서 운영해야 다른 졸업생도 어디가서 SIAI 학위 받았다고 가슴을 펴고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비록 논문을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기업체의 주요 AI 포지션에 가 있는 경우도 듣고, 공부한 내용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답답한 윗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어려움이 많은지 등등을 전해듣는데, 재밌는 것은 예전보다 그런 황당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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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채용 시장의 미래

학생 분들의 경험담 이야기를 넘어 한국 시장 전체로 잠깐 시야를 돌려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대략 5년 정도는 개발자, 혹은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 데이터 전문가라는 착각들이 이어졌었다. 데이터베이스(DB) 만드는 이야기 밖에 할 수 없고, 기껏해야 공개된 라이브러리 몇 개를 돌려보는 수준에 그치는 3류 인력들이 데이터 전문가라고 이름을 달고 회사들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시대였는데, 요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내 기업들조차도 더 이상 개발자식 코딩 테스트를 이용해서 채용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개발자 채용 관점에서도 코딩 테스트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텐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채용으로는 더더욱 무의미하다는 지적들을 몇 년간 해왔는데, 드디어 일부 기업이 정신을 차리고 코딩 테스트라는 것 자체를 뜯어고쳤다더라. 라이브러리가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계산)통계학 문제를 풀도록 시킨다는데, 물론 여전히 그런 테스트로는 제대로 된 인력을 뽑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싶지만, 최소한 계속 실패를 겪으면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중이구나는 생각은 하게 됐다.

왜 내가 이렇게 12과목을 뽑아 MBA AI/BigData라는 이름의 학위를 만들었고, 이 학위 과정이 원래는 BSc Data Science 과정, 즉 학부 과정의 고학년 수업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는지를 다시 2-3년이 지나고나면 많은 기업들이 깨닫게 되리라 생각한다. 바꾼 방식으로 채용해도 회사에서 쓸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 인력 1명이 안 나올 것이라는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좀 더 고급 교육을 해 주고 있다면 더 빨리 시장이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교육부와 과기부 공무원들은 코딩 교육을 해야 AI교육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더 안타까운 사실은 학생들이 고급 교육을 따라올 수 있는 역량이 안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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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기른다는 것

지난 몇 년간 교육하면서 인재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는데, 한국 사회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채용을 개발자 채용이랑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걸 간신히 깨닫는데도 5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나라 전체가 인재가 없어서 버리는 시간적 비용, 금전적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논문에 OK를 준 학생이 8명이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몇 명이나 더 내 지적을 논문에 반영해서 갖고 올 지 모르겠지만, 10명을 넘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논문을 쓰지는 못했지만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포함하면 적게는 15명, 많게는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육의 성과를 봤다고 생각되는 상황이다.

국가 전체로 보자면 1명의 이름없는 인력이 고생해서 10억도 안 되는 돈을 들여서 최대 20명의 (준)전문 인력을 양성했으니 매우 성공적인 결과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연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결과인지 잘 모르겠다. 최소한 대학 설립하겠다고 외치던 지난 2020년 말에 한 명도 안 될 것이라고 비관론을 냈던 주변 지인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극복했으니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해도 될까?

저 인력들을 Doctoral 과정까지 끌고가서 정말 고급 논문을 써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역시 국가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키우고 싶은 내 회사의 발목을 잡고, 내 건강을 갉아먹으면서 계속 끌고가는 것이 맞는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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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교육의 미래

예전엔 컴퓨터 공학과 애들을 뽑아놓고 DB만들고 있으면서 데이터 산업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요즘 기업체들이 제조 공정에 산업공학과 출신들을 투입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반대로 컴공과 애들은 다시 개발로 돌리고 있더라. 아마 우리나라가 IT산업에 내가 말했던 종류의 계산과학 인력을 투입시킬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이 있었다면 미국 빅테크와 경쟁이라도 한번 해봤겠지만, 개발자들을 AI인력이라고 둔갑시켜놓고는 AI전문가라고 거짓말을 했던 덕분에 IT업종에서 데이터 과학은 이제 따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만큼 후진국이 됐다.

산업공학과 출신들이 제조 공정에서 얼마나 추격전을 벌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내 대학들에 있는 산업공학과 교수들 평균 수준을 봤을 때 추격전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일부 능력자 교수님들이 평균들을 제치고 시장에서 역량에 따른 독점력을 행사하실 수 있느냐 여부가 한국의 제조AI 미래를 좌우할텐데, 그 돈을 집행하는 정부도, 기업도, 지난 10년간 IT업계에서 저지른 바보 짓을 계속 한다면 여기서도 또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제발 언론이나 다른 C급 교수들 눈치 보지 말고, A급 교수님들께 모든 예산을 몰아주기 바란다. 그 교수님들의 자원봉사만이 한국 AI교육의 미래다.

사실 우리 나라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건 복권 당첨급의 기적을 바라는 거니까, 기업들 쪽으로 눈을 돌려봤다. 요즘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미국 곳곳에 대규모 제조 설비를 짓는 중인데, ‘단물이 다 빨린’ 빅테크들을 탈출하는 A급 데이터 과학자들을 뽑아서 제조AI 혁신을 일궈낼 수 있다면 굳이 국내 인력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 A급 인력들이 뽑아내는 결과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가 국내 대학 출신 직원들에게 갖춰지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최소한 일부 임원레벨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감이라도 잡힌다면, 국내의 AI교육도 코딩 의존적인 3류 학원 교육이 아니라, 미국 A급 명문대처럼 논리적 사고력 교육, 수학/통계학 기반의 학문적 교육으로 바뀔 수 있겠지.

지난 몇 년간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들어주질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 나라는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몇몇 대기업들이 코딩 테스트 방식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보들이라고 무시하고 너네 알아서 살아봐라는 식으로 외면할게 아니라, 저걸 조금만 더 영점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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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Z세대 출신의 인력들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닫고 어떻게든 영점 조정을 해 보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을 보면, 저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AI채용 프로그램도 만들고, 그걸 ‘구매’할 수 있도록 포장지를 제대로 씌우는데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게됐다. 그간 만든 스위스의 AI대학, 국내의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학회 등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민을 더 해봐야겠지. 기업들이, 특히 대기업이 어떤 상품이건 구매하게 만들려면 이래저래 갖춰야되는게 많다는 걸 깨닫기는 했는데, 그런 포장지도 돈이 많이 들더라.

그런데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기업 쪽의 문제를 해결한다고해도 결국 인력을 못 뽑으면 그 시스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 SIAI 교육을 무사히 통과하면 기업들이 100% 확신을 갖고 믿고 쓸 수 있는 인력이라고 내가 쌓은 모든 것을 걸 수 있는데, ‘무사히 통과’라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 대부분은 졸업장을 받고 싶기만하고 실력은 없고, 학교에 왔다가 깜짝 놀라서 도망간 학생들도 수십명이고, 밖에는 일찌감치 좌절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많다.

차라리 저런 분들이야 이해라도 되지만, 요즘 자기 권리만 찾고 책임을 짊어지는데는 소홀하기 짝이 없는 Z세대들의 사고방식도 기업들의 AI채용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보인다. 영미권 최상위권 명문대 교육이 틀렸고 코딩만 잘하면 된다고 바득바득 우기던 빌런들 뿐만 아니라, 자기가 공부를 잘 했으니 학위를 받아야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냈으니 학위를 받아야한다, A학점을 주지 않으니 나쁜 교수다라는 식의 태도, 자기 입 안에 지식을 떠먹여주지 않았으니 못 가르친 것이라는 사고방식들을 보면서, 과연 Z세대를 제대로 교육시켜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나날이 커지기만 한다.

끊임없이 쉬워지고 범위가 줄어들고만 있는 고교 교육 과정, 그 구멍을 메우려다가 포기하고 껍데기만 가르치고 있는 대학 교수들, 그렇게 구멍난 인력들에게 타협해야하는 기업들의 괴로움이 앞으로 몇 년동안 이어질텐데, 미국에 수십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이 앞으로 한국에서 기술 전문 인력을 채용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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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무 것도 모르고, 기업도 오랜 기간 속지만, 시장은 두 번 속지 않는다

요즘 남녀차별 때문에 취직하기 어렵다는 여학생들을 보면서, 내 고교 시절과 학부 시절을 생각한다. 나보다 5년 선배들만해도 지방에 가면 여학생들이 일부러 S대를 안 가고 E여대를 갔다. 아예 지방 명문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가 너무 잘나면 안 된다는 고리타분한 사고 방식 때문이다. 그 시절 남녀공학에서는 학생지도교사들이 여학생들만 솜방망이 처벌하고 남학생들은 맞아서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져도 아무 말도 못했는데, 차별? 혹은 역차별?에 우리 세대 남학생들은 불만이 드글드글했다. (‘사랑의 매’ 때문에 학창시절 별명이 ‘피바다’였던 수학 선생님이 떠오른다. 여학생들에게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셨던 탓에 우리 동기들이 선생님 차를 다 긁어놓고 졸업했었다.) 그게 대학 졸업 후 채용시장까지 이어져서, ‘여자 1명은 뽑아야 된다’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팀 이야기도 들었고, 그런 팀에 뽑히지 못한 남학생들의 억울함도 술자리에서 터져나왔다.

10년 남짓이 지나 국내에 돌아와보니 그 때 불만 가득했던 친구들이 기업 인사팀 핵심 인력이 되어 있고, 여성 인력에 대한 각종 사회적 불만이 상식처럼 자리잡고 있었던데다, 일선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역차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교사들의 권위마저 크게 추락해 있었다. 좀 강한 표현을 쓰면, 언니들 때문에 동생들이 취직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난 성별 따위로 차별해서 인력을 뽑을 수조차 없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지만, 인력 선별이 가능한 기업들이 남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은 M세대 언니들이 너무 윗세대들을 이용해 먹었던 탓에 생긴 반작용이 아닐까?

다시 AI채용으로 돌아와서, 상식과 개념이 있는 직장들이라면 이제 다시는 개발자들을 AI인력으로 둔갑시키지 않을 것이고, 항상 뭘해도 늦은 정부마저도 몇 년 지나지 않아 개발자 경력이랑 AI경력을 구분해서 정부 프로젝트들을 발주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요즘은 더 이상 ‘무조건 딥러닝을 써야 함. 무조건 99.9% 이상 정확도를 내야함’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정부 프로젝트 요건에 등장하지 않는다. 한발 더 나가서, 만약에 우리나라 대학들이 제대로 AI인력들을 길러내지 못하면, 미국에 수십조원 투자한 공장도 있는데, 미국에서 A급 인력을 뽑을 수 있는데, 굳이 교육에 신뢰가 안 가는 국내 AI인력을 뽑으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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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교육의 미래와 AI채용 시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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