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한국을 떠나며

한국인 대상 SIAI 3년 교육을 정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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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SIAI로 받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만 마무리하고 국내 교육은 이제 완전히 접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올해도 신입생을 받겠다고 수요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처럼 수익성이 안 나와도 한국 AI/Data Science 교육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며 또 다시 손해를 감수할 계획은 없다. SIAI 설립 이전에 AI/DS 교육을 했던 3년을 포함하면 대략 6년간 한국 시장에서 최대한 고급 교육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딱히 EduQua에서 한국인 대상 교육을 그만하라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 동력을 잃었기 때문에 그만두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모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재직 중인 학생 하나가 ‘이 가격에 학위 주시는거면, 애초부터 수익 바라고 하신게 아니라 봉사활동 개념 아니었나요?’라는 농담을 하던데, 딱히 큰 수익을 바라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한국 시장이 공급해야하는 교육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해보려던 관점이 ‘봉사활동’이었는지, 나의 ‘무모한 욕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 시장을 더 이상 뒤돌아 보지 말자고 생각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질투해서 날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험담을 늘어놓는 것 때문에 회사가 평판에 손해보는 걸 굳이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학생들이 진짜 심각하게 공부를 못하는 걸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첫번째 문제는 내가 더 이상 한국어로 국내 AI/DS 교육의 부끄러운 실상을 언급하지 않기만해도 많이 사라질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 언급됐듯이, 그렇게 코딩 위주로만 교육하는 AI학과들, IT학원들, 그런 공학 카르텔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나는 눈엣가시 같았을 것이다. 질투 가득한 분들도 더 이상 한국에서 날 언급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질투의 대상을 다른 사람으로 찾겠지.

내가 만든 시험 문제, 교육 자료, 학생들이 쓴 논문 소개 같은 교육 콘텐츠는 하나도 읽지도 않고, 자기네들 뇌피셜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글들을 당당하게 쓰고, 그런 글들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면서 마치 진실인 것처럼 호도되고, 그런 한 줄 선동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괴벨스의 명언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더라. 모 유명 가수가 표절 논란이 생기는 것을 원천 차단할려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한 줄 코멘트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논란을 보도하는 걸로 기업들을 괴롭히는 언론사들을 틀어막는 비용을 쓰는 걸 보면서, 나도 전문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배포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기관들, 명사들이 가진 이름 값에 비용을 지불해야 저런 공격을 틀어막을 수 있겠다는 걸 절감하게 됐다.

아마 대학 랭킹 발표하는 몇몇 유명 기관들에 수십억의 광고비용을 지불해야 저 질투 많은 분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한 고급 교육 자료와 달리, 단 한 줄로 ‘매우 좋은 대학교’라는 설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이란 그런 수십억의 광고비용을 서슴없이 지를 수 있는 탄탄한 재력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 되는 사업이다. 아니, 세상의 그 어떤 사업도 황당한 가짜 논란을 만들어 음해하고 괴롭히고 돈을 뜯어 먹으려는 사람들을 재력이나 무력으로 제압할 수 없으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몇몇은 IP가 특정되고, 신상이 파악이 된 덕분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해봤지만, 그렇게 심한 거짓말을 해 놓고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안 하더라.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는 건 그런 악플러들의 부모님들인데, 그 분들 가슴에 못 박는다는 생각에 미안하지만 정작 거짓 음해해놓고도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는 인간들을 보면 저 분들은 형사에 이어 민사 소송까지 해서 금융치료를 반드시 시켜드려야 되는 분들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교육 실패가 나라의 경쟁력을 망가뜨린다는 생각에 이렇게 노력했는데, 칭찬은 커녕 거꾸로 거짓 음해로 내 인생을 삭제나 당하고 있으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살 수 있을까? 어느 부모님은 자식이 정신과 질환자니 이해해달라고 하시던데, 그 음해 글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판국이다.

악명도 명성이라고 좋아해야된다는 스타트업 지인들의 평가에 고맙기는 하지만, 저런 식의 악담, 험담, 거짓, 곡해 논란에 유탄을 맞아가면서 교육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특히 더 아래에 언급한 두번째 문제가 겹친 상황이라면.

두번째 문제는 학생들의 심각한 퍼포먼스다. 그간 SIAI로 받았던 학생이 70명 정도 된다. 아예 문의를 받을 때부터 못 할 것 같으니까 그만두라고 자른 분들, 입학 시험을 치르던 2021년에 입학 시험 점수를 받고 자기 스스로 좌절한 분들까지 포함하면 100명이 조금 더 넘을 것 같다.

올해 5월에 논문 발표를 몇 명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5월에 5명, 올해는 내가 논문 기준을 많이 낮췄음에도 5명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글을 쓰는 3월 시점에 내 예상은 올해 3명 졸업이다. 논문 잘 쓰라고 논문 같은 시험 문제, 논문 같은 과제를 던져 준게 수십개가 넘는데, 왜 그깟 논문 하나도 못 쓰는걸까는 북받침이 욱하고 올라오지만, 평생 제대로 글 한번 써 본적이 없는 그들에게 그간 배운 기술적인 지식을 총 집합시켜 세상을 해석하는 글을 써라는게 보통 버거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하고 지난 몇 년간 또 가르치고 또 가르쳐가며 양보를 했었다. 이제 한국 학생들에게 종지부를 찍어줘야 되는 시점이 됐으니, 논문 못 쓰고, F를 줄줄 받아가면서 졸업 못하고 남은 학생들을, 부끄러워서 숨어버린 학생들을 졸업시켜주기 위해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런저런 제안들을 내놨는데, 이걸 받아가는 학생들이 얼마나 나올지 잘 모르겠다. 이 정도까지 양보했으면 졸업 좀 하시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입학생 중에 국내 초A급 명문대로 알려진 SKY, SKP, 혹은 해외 명문대 출신들이 거의 절반이었는데, 정작 그런 초A급 명문대 중에 졸업한 사람은 2명 밖에 없다. 현 시점 8명의 졸업생/졸업예비생들 중 나머지 6명은 국내에서 ‘공부 잘 한 애들이 가는 초A급 명문대학’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쉽지 않은 대학 출신들이다. 그런데, 첫 4개 수업이 채 끝나기 전에 그 6명이 SKY, SKP 출신들보다 논문을 잘 쓸 것이라고 예측을 할 수 있었고, 초A급 명문대 출신 학생 중 1명도 성적이 계속 안 나왔지만 정말 기적같이 마지막에 턱걸이로 논문을 갖고 와서 졸업장을 받아갔다. 국내 학벌이 전혀 중요하지 않고, 시험 성적이 중요한게 아니라 논문이 중요하다는 내 관점을 잘 보여준 분들이다.

반면, 나머지 학생들 중에 누군가는 열심히 노력했겠지만, 응원해주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1등하고, 누군가는 꼴등하는거 아니겠냐”고 하던데, 그 기적같이 마지막에 턱걸이로 논문을 통과한 그 학생처럼, 다들 통과시켜줄 수 있는 최소 수준의 논문이라도 뽑아내면 좋겠지만, 매달 논문 지도 수업을 해주면서 갖고 오는 내용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잘못 가르쳤나는 자괴감도 들고, 왜 저렇게 사고의 폭이 좁을까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위의 고대 신문 집단 인터뷰 기사대로, 이미 2003년에 주요 교육 관계자들이 기초 학력 저하를 저렇게 심각하게 논의했었는데, 한국에서 이런 고급 교육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였다는 생각도 든다.

다들 날 ‘수학’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도 이 시장이 연목구어인 시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난 ‘수학’이 아니라 ‘사고력’을 계속 강조했건만, ‘사고력’의 근간이 되는 ‘직관’을 이야기하면 비웃음이나 당했고, ‘수학 몰라도 된다’는 핀트 나간 반박이 국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졌던 것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그간 따로 운영했던 인터넷 언론사들은 사실 SIAI 학생들의 ‘사고력’ 교육용 자료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장학금을 지원해주기 위한 거였다. 국내에서는 다들 코딩 위주 교육하는 국내대학 AI학과와 엔비디아 CEO의 “코딩 배울 필요 없다” 기사에 나온 관점대로 ‘코딩 교육’을 해야 AI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런 논문을 쓸 수 있는 사고력이 길러지고 난 다음에는 사고의 흐름이 흘러가는대로 논문을 쓸 수 있는 이론적 도구를 몸에 체득시키는 것이 ‘AI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에 만든 거였다. “AI 관련 기사를 써도 AI교육이 아닌데, 저딴게 무슨 AI교육이냐”던 어느 커뮤니티 댓글이 문득 떠오른다.

저 인터넷 언론사들에 재직하는 분들, 그만두고 나가는 분들, 다시 돌아오려고 시험치는 분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특정 사건이나 현상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기사 쓰라고 주는 포인트들을 읽으면 해상도가 엄청 높은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기사 내용에 데이터만 연결하면 논문이 된다는 의미가 이해된다” 같은 표현들이다. 그냥 흘려갔던 여느 언론사 신문 기사 속에 숨겨진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사물을 보는 시야가 완전히 바뀐다는 내 관점을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국숭세단 이라고 불리는 대학군에서 경영학과 전공을 했다는 어느 학생이 대학 고학년 수준의 수학 과목들을 독학하고 있고, 열심히 공부해서 SIAI 교육을 따라가겠다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난 학부 저학년 수학을 제대로 못 쓰는 것을 질타한 기억은 많은데, 특히 그런 기초 수학을 이용해서 데이터 과학의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인 응용력, 사고력을 강조한 기억은 많은데, 해석개론 이상의 고학년 수학을 매우 잘 알아야 한다고 한 기억은 없다. 알아두면 도움 된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을 뿐이다. 아마 박사 과정을 가면 논문의 수학 증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었다면, 오히려 그 학생은 위에서 말한 전문 분석 기사를 한 300개 정도 쓰면서 사물을 보는 시야를 갈아엎었어야 했다.

자료들을 찾아가며 기관들의 속내를 이해하고 나면, ‘병원이 성장하는 이유’, ‘대학이 성장하는 이유’ 같은 시덥잖은 논문 제목에 겉으로만 화려한 ML, DL 계산들을 넣고 논문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별로 수익성 재산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의대를 가진 대학과 아닌 대학 사이에 수익성 재산 활용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수익성 재산의 수익률은 얼마나 다른지 같은 정보들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통계청이 그런 가공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직접 자료를 찾아서 결합해야하고, 대학교 – 대학병원 – 관청 간의 알력 관계를 찾아낼 수 있는 추가 지표를 계산해내야 논문의 논리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런 사고력 기반 추론 작업을 딥러닝 계산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무모한 공대생은 없겠지?

이런 지적 훈련이 되면 자율주행 기술이라는 것이 지금 현 시대의 계산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되고, 자연어 처리 구조의 한계 때문에 챗GPT를 위시한 대형언어모델(LLM)이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왜 피할 수 없는지, 왜 챗GPT가 수학 문제를 못 푸는지 등등을 굳이 모델을 다 만들어보지도 않고 수식만 봐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10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결국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었다. 자율주행의 한계를 깨달았으면 진작에 접었거나 목표를 달리 설정하지 않았을까? 그 국숭세단 경영학과 출신이 수학 전공자보다 더 많은 수학을 공부해도 위의 설명을 하나도 따라갈 수 없을텐데, SIAI 방식의 교육을 받았으면, 글로벌 명문대 방식의 사고력 훈련을 받았으면 달리 수학 수업을 더 안 들었어도 위의 추론들이 모두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시야를 갖춘 국내 Y대 경영학과 출신 학생이 SIAI에 재학 중이기도 하다.

즉, 한국에서 학생들의 심각한 퍼포먼스에 내가 좌절하는 것은 ‘코딩 교육 부재’, 혹은 ‘수학/통계학 교육 부재’ 같은 기술적인 요인이 아니라 ‘직관적인 사고력 확장’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교육 기조를 따라올 수 있는 한국인 인재 풀과 인연이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학금을 내 기준에 합격점을 받아갈 수 있는 직관적인 이해 기반 기사를 써가며 받아간 학생은 없었다. 그래도 장학금 좀 챙겨주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을 감아버리거나, 더 답답하니 번역기사를 던져줘야 했을 뿐이다. 최소한 저 기사들을 쓰지는 못해도 읽으면서라도 고급 논문을 쓸 역량을 키웠었더라면 윈-윈이었을텐데, 갖고 오는 논문들을 보니 그런 윈-윈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통계 테스트 하나 믿고 시키기도 어렵고, 그 전에 간단한 서버 셋팅 하나 해라고 시키기도 어려운 애들한테 달리 더 무슨 일을 시키면서 장학금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작 할 수 있는거라고는 어디서 AI라이브러리라는거 하나 갖고와서 무슨 데이터에서 정확도 몇 % 뽑았다고 자랑하는 Kaggle 수준인데, 왜 그런 계산법을 써야되는지 질문 2~3개만해도 아예 대답도 못하고, 왜 기본 데이터를 그냥 쪼개서 쓰는 것이 아니라 VarCov로 만들어진 벡터 공간을 재배열하는 PCA를 쓰는걸까 같은 간단한 개념 질문을 해도 동공지진이 일어나는 수준인데, 어떻게 장학금을 줄 수 있을까? 그 실력에 장학금을 달라는 건 양심도 없는 짓이다.

올해 수요조사에서 수익성 최소 기준을 넘는 신입생이 들어올 것 같으면 마지막으로 한번 더 책임을 지려고 학위 인가 기관에 자료를 보내고 스위스 담당자를 추가 채용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제 ‘봉사활동’인지 ‘무모한 욕심’인지는 내려놓고 싶다. 누구도 답안지를 주지 않는 문제, 아무도 풀어주지 않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손가락 뼈 마디가 휘어지면서 공부했던 시절이 계속 떠올라서, 너네는 이렇게 고생하지 말라며 답을 다 가르쳐주면서 낸 문제마저도 못 풀어내는 학생들 더러 못한다고 채찍질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봉사활동’이 아니라 ‘무모한 욕심’인 것 같다.

그간 열심히 공부해서 살아남은 학생들,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 정부 프로젝트들이나 갖고오면, 좋은 논문쓰고 살아남은 학생들이 성과대로 월급 받아가는 구조만 한국 땅에 남을 것 같다. 원래는 이걸 박사 과정 운영으로 갖고가고, 석사 이하 과정은 아둥바둥 거리며 공부하는 애들을 응원해주는 이원형 구조를 생각했었는데, 적어도 국내 교육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조합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겠지. 왜 굳이 한국 시장에서 시간 낭비해야하나 싶은 낙차감을 이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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