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혁신성장기업 1,043개 사 선정 “정책금융·민간 후속투자 유치기회 지원”

향후 신규 혁신성장기업을 선정 ‘인 앤 아웃’제도 도입할 것 구조적 문제 직면한 韓, 전반적 사회 활력 저하 우려 미국, 정부와 민간 역할 구분 마련해 정책 실효성 높여

160X600_GIAI_AIDSNote
사진=금융위원회

6일 금융위원회가 12개 관계부처와 협업해 1,043개의 혁신성장기업을 선정했다. 혁신성장기업 선정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별로 혁신성과 기술성을 갖춘 기업을 발굴해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2020년 7월부터 시행됐다.

기업 선정은 주력제조, ICT 등 각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12개 부처가 분야별 특성을 감안한 기준을 마련하고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선정된 혁신성장기업은 정보통신, 건강·진단, 첨단 제조·자동화, 에너지 등 다양한 혁신산업 분야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첨단 제조·자동화 157개 △화학·신소재 90개 △에너지 60개 △환경·지속 가능 75개 △건강·진단 197개 △정보통신 264개 △전기·전자 72개 △센서·측정 24개 △지식서비스 104개 사다. 기업별로는 업력 7년 이내 초기 기업이 461개로 44%를, 중소기업이 954개로 92%를 차지했다.

선정된 기업들에는 대출·보증·투자 등 9조5,000억원의 정책금융과 함께 민간 후속투자 유치기회·컨설팅 등 비금융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또 대출 신청 시 일반기업 대비 운영자금 한도를 확대하고 금리를 우대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추정매출액의 50~60%까지,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실적의 100%까지 운영자금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도 혁신성·기술성 등을 감안해 최대 0.9~1.0%P 감면해준다.

보증은 신용보증기금 150억원, 기술보증기금 100억원 등 상한액 이내에서 운영자금 한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보증 비율을 85%에서 95%로 확대하며 보증료율을 0.4%P 감면한다.

금융위는 “향후 내실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해 선정된 혁신성장기업의 기술혁신 노력, 미래 성장성, 재무·비재무 성과 등을 각 부처에서 반기마다 평가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약화된 기업을 선정기업에서 제외하고, 신규 혁신성장기업을 선정하는 ‘인 앤 아웃’(In & Out)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조적 문제 직면한 韓, 혁신성장 필요한 이유

혁신성장이란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사람 중심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성장전략이다. 민간 주도로 기술과 자본, 인력 등 생산요소를 원활히 연결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도모하는 것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일례로 웰템은 엔진의 발생열을 제거하는 냉각장치인 공랭식 열교환기와 소음규제 기준에서 만족을 얻은 고성능 저소음 팬을 개발해냄으로써 새로운 기술 가치를 창출해냈다. HOT GAS BY PASS 방식을 활용한 정밀형 정온 유지 장치 개발 또한 웰템이 일궈낸 혁신성장의 산물이다. 기존 0.5~1도로 조절되던 온도조절 기능을 0.1초 단위로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 저하 및 고용창출력 약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반적인 사회 활력이 저하된 것이 이유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가 지속되면서 미래 먹거리 등 4차산업,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인 하락을 면치 못하는 것을 두고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발전 단계가 성숙화됨에 따라 추격성장의 기회가 소진되어 성장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성장의 질을 제고할 만한 동력이 필요한데, 그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에 있어 혁신성장은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넘어 성장 그 자체를 의미하는 포괄적인 개념이 될 가능성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이번 혁신성장기업 지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 아래 혁신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기업들이 중간 단계에서 가로막혀 좌절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혁신생태계’ 조성돼야

다만 정부의 관심사가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관련 정책들을 마련함으로써 혁신성장의 든든한 토대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혁신에 대한 물적 투자는 이미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정도다. 이제는 트렌드에 맞춰 정책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때라는 의미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을 통해 혁신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다. 인더스트리 4.0은 좁게 보면 정부·민간 합동 스마트공장을 조성한 것이다. 효율적인 제조생산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독일이 지닌 제조업 경쟁력을 지식경제 사회에까지 이어가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독일 정부는 연방경제에너지부(BMWi)를 주축으로 스마트팩토리의 바탕이 되는 디지털 변환을 지원하는 ‘미텔슈탄트-디지털(Mittelstand-Digital)’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 디지털 변환의 주요 거점으로서 ‘미텔슈탄트 4.0 역량센터’를 세워 실제 생산과 같은 환경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만큼 적극적인 혁신성장 지원을 이어왔다. 미국 정부는 R&D 투자가 상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스타트업을 간접 지원하면서 민간이 스타트업이나 대기업과 협력해 혁신을 주도하도록 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마련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 했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일본의 경우 신산업의 테스트베드로서 최적화된 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혁신성장도 제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은 창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계기관의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통합이노베이션전략 2019’를 통해 미래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그 예다.

중국은 규제의 적용이 불명확한 신산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되 미비 사항을 보완하는 ‘선허용 후보완’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혁신성장의 기본 특징을 유연하게 보존하겠단 취지다.

혁신성장은 미래 사회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혁신성장이 기업의 내적 성장만으로 이뤄지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이번 혁신성장기업 선정을 계기로 보다 양질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