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누계 체납세액 100조원 시대, 미국 IRS 모방할 방법은 없을까?
국세청, 6월 기준 국세 누계 체납액 100조 넘어 미국 IRS, 2만,5000달러 체납할 경우 자산 몰수 국내에도 IRS와 같은 강력한 세금추징 기관 시급
국세청이 공개한 세금 체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을 기준으로 국세 누계 체납액이 100조7,2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못 받은 세금이 약 2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고액 체납자들이 대규모로 모여 사는 곳은 강남 일대다. 지난해 기준 누적 체납액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세무서로 합계액이 2조3,872억원에 달했다. 이어 서초세무서 2조3,765억원, 삼성세무서 2조2,232억원, 반포세무서 2조1,570억원, 역삼세무서 2조827억원 등 강남 일대에서 11조2,266억원의 세금이 체납된 상태다.
강남 일대에 모여있는 고액 체납자, 전국 체납세액의 11% 강남, 63% 수도권
국내 최초로 매매가 평당 1억 원을 기록한 서울 서초구 반포의 고가 아파트에는 고액 체납자 (2억원 이상 체납) 3명이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 중에는 17억원의 세금을 20년째 안 내고 버티는 90대 주민도 있다. 해당 아파트의 전세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5억원을 체납한 80대도 거주하고 있다. 일대 아파트들의 상황은 비슷비슷하다. 막 재건축에 들어간 인근 아파트 중 한 곳은 고액 체납자로 확인된 소유주가 12명이다. 2021년 기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 살면서 2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고액 체납자는 1,400명이 넘는다.
그중 일부는 사업 부도로 재산을 잃어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거주로 확인되는 반포 일대의 아파트들의 가격은 미납 세액보다 훨씬 더 크다. 모든 고액 체납자가 정말로 돈이 없어 세금을 안 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국세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체납자들이 서울 강남 인근에만 거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기준 전체 인원의 1/3가량이 강남 일대에 모여있고, 전국 체납자 중 62.8% (23,963명)이 수도권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경기도가 12,000명 이상, 서울 8,000명 이상, 인천 2,000명 이상이다.
미국 IRS의 사례, 무시무시한 강제 징수제
미국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IRS (Internal Revenue Service)는 미국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한국의 근저당 설정과 비슷하다. 세금 신고액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집을 다 뜯어 가버린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세금 체납자 본인의 체납 연도 세금이 통상 2만5,000달러(약 3천5백만원)가 넘을 경우 집행된다. 집이나 자동차 같은 자산도 걸린다.
추징 비용이 많이 들어가자 체납액 징수를 위해 2004년에는 고용창출법(American Jobs Creation Act)을 통과시켜 IRS가 민간 회사에 세금 징수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IRS가 바빠서 집행을 못 하는 일이 없도록 세금을 체납한다면 즉각적으로 피해를 보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국의 세금 체납액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역이민자 중에는 미국에서는 IRS에 대한 공포가 엄청났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국세청이 제대로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 걱정하지 않는다는 익명의 인터뷰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체납정리공사’라는 이름의 세금 추징 기관을 별도로 설립하려는 시도를 국세청에서 몇 차례 했던 바 있다. 현재는 권한이 적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고액 체납자에 대한 징수를 진행한다. 지난 1984년부터 체납자 압류재산에 대한 공매 대행 업무를 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고액체납,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단순히 고액체납자 이름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수준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미국IRS 수준의 강도 높은 강제추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범죄자들의 신상 명세를 공개할 경우 단순히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사진도 공개해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도록 만드는 것처럼 좀 더 많은 개인 정보를 공개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미국IRS도 고용창출법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이뤄지는 가운데 강제 징수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점에서 자칫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반박도 있다.
5억원 이하 세금의 경우 5년, 최대 10년의 기한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해 세금 징수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액 체납자들에게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도록 법적 시효를 바꾸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IRS는 25,000달러 미만 금액에 대해서는 30일 전 통보 절차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세금 미납자들이 세금을 납부하도록 지원한다. 그 이상의 고액 체납자는 강제 집행을 발동한다. 시효 조정 법안으로 해결하기보다 강제집행을 위한 법안으로 고액 체납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어떤 해결책이 국내법에 더 적합하고 현실 적용에 덜 무리가 따를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체납액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 만큼 조세 형평성을 위해 한국도 더 늦지 않게 미국IRS를 벤치마킹해야 할 시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