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인은 경알못 ③ 공무원들의 반(反)시장주의

공무원의 안정된 고용 환경, 시장과 한 발짝 멀어지게 만들어 국민의 반기업 정서 속엔 대기업 취업 바람도 숨어있어 공무원, 경제 이론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 교육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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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경제를 체감하지 않기에 경제를 잘 모르는 한국 공무원

대한민국의 공무원은 경제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며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소위 반기업 정서도 강한 편이다. 안정된 고용 환경 탓에 시장경제의 흐름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에 대한 관심이 없고 알아야 할 필요도 없기에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비율이 높은 국가가 아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의 53%가 국내에는 대기업이 많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 종사자·공무원·전문직 종사자·자영업자·대기업 종사자 중 대기업에 대한 반감지수가 가장 높은 것은 공무원 집단이었다. 이는 공무원의 지위고하나 정무직 여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으로 심지어 국회의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자유경제원이 19대 국회를 대상으로 ‘시장 친화성 지수’를 산출했을 때 시장경제와 관련된 의안 중에서 68.8%가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의안으로 드러났다. 선출직 정치인들과 관료 집단이 시장 친화적이기는커녕 반기업 정서가 뚜렷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정치적 슬로건들이 나돈다. 일반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크게 증가하는 트렌드마저 관찰된다.

선출직과 비선출직을 망라하는 거대한 대한민국의 관료 집단에 잉태돼 있는 반시장주의와 반기업 정서는 기업활동 및 경제 활성화의 장애물이 되기 마련이다. 이윤을 연구개발(R&D)과 재투자에 쓰거나 투자자인 주주에게 환원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업에 각종 부담을 지워 억지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믿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많다. 모든 정부마다 임기 초에 기업규제 혁파를 외치지만 잘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관료 집단의 성향 때문인 것도 있다.

공무원 반기업 정서 어느 정도 흐려지고 있다

이런 정서는 최근 해소돼가는 추세다. 지난 3월22일 동아일보와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함께 진행한 일반 국민 5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 이미지에 대해 ‘호감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4%였다. 비호감이라는 응답은 36.4%에 그쳤다. 과거 설문조사들과는 사뭇 다른 경향성이다.

기업에 부정적 인식을 두고 있는 응답자들도 본인 혹은 자녀의 희망 일자리로는 대기업 취업을 원했다.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와 부를 축적하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게 보고된 것이다. 공무원집단의 뿌리 깊은 반시장적 정서에 대한 개선책은 제대로 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일반 국민 전반뿐 아니라 공무원들에 대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본사DB

영국 대처 정부의 사례, 우리도 본받아야

영국은 시장경제체제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나라지만 반기업 정서가 뚜렷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마틴 러너는 “영국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자본가를 가진 나라인데도 합당한 존경심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지 않았으며 그들 스스로도 다른 나라 산업가들보다 자부심과 자기 확신이 덜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슷한 인식에 따라 영국이 2차 대전 이후 겪었던 경제적 실패가 국민과 관료들의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사상과 이념에 있다고 분석한 마가렛 대처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기업 문화’와 ‘대중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이어 민영화된 기업에 대한 주식들을 대부분의 영국 국민들이 소유할 수 있게 만들고, 주택 소유자의 비율을 늘렸다.

단순히 시장 자유주의를 가르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후 문화적 변화마저 추진했다. 부의 창출이 “어쩐지 좋은 일이 아니다”라는 국민 정서를 바꿔 부를 노력과 모험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격상시켰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처 정부는 1980년대 말이 되자 쇠퇴하고 있는 산업에 고용된 근로자들에게 정부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59%가 반대를 하는 상황으로까지 영국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성공했다.

결국 대처 정부가 한 것처럼 개인에게 시장경제의 주된 플레이어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시장의 흐름을 직접 체감하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경제 교육은 없다. 주식을 사 봐야 경제를 이해할 수 있고 집을 사 보면 더 시장에 대한 시야가 트인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공무원들이 시장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이유는 그들의 고용 형태상 자유시장을 체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이다. 고용에 대한 유인을 통해 그들이 시장주의적 마인드를 배양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다른 우회로를 통해 시장경제에 대한 감각을 심어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론적인 경제 교육도 중요하나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와 ‘감’을 철밥통 공무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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