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어공용화 ④ 국제중학교 등 수월성 교육을 시장 원리에 맡긴다면?

서울시교육청, 대원·영훈국제중에게 전부 패소 국제중, 우월한 면학 분위기와 영어몰입교육 제공 심화학습 안 되는 이유 “학생들 수준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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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영어교육의 필요성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그 필요성은 외국어 습득에 있어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학자들의 가설 및 일선 영어교육 현장 종사자들의 증언 등이 인용되는 식이다. 그러나 “어릴 때 배워야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보다는 ”어릴 때 배우면 영어를 더 잘하기 쉽다“가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 이에 학부모들의 관심은 조기 영어교육에 항상 쏠려 있으며 사립초등학교나 국제중학교의 인기 원인 또한 이러한 점에 크게 기인한다.

서울교육청, 무리한 국제중 지정취소로 수억 원 들인 소송 패소

최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국제중 위치를 유지하게 된 대원·영훈국제중의 사례를 보면 영어 몰입교육 등 심화한 영어교육에 대한 수요는 정치적인 수단을 통해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대원·영훈국제중이 제기한 ‘특성화중학교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패소한 원인으로는 국제중 인가 평가를 앞두고 자의적으로 기준 점수를 올리거나 평가 기준을 바꿔 대상 학교를 불리하게 한 점이 인정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교육 수요에 의해 편성되는 교육과정을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제동을 거는 것을 막고자 하는 법원의 판단이 깔린 것이다. 실제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억 원 대의 소송 비용을 지출해 가며 서울교육청이 무리한 소송전을 진행한 것을 두고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공약 이행 등 정치적인 이유로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의 주장대로 유아 단계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 그리고 가정의 경제력에 의한 영어교육 격차의 확대 등은 분명 심각하다. 소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의 지적처럼 일부 국제중이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받은 학교’로 행세하는 것이나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원래 목적보다 ‘입시에서의 유리함’이 더욱더 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러 학부모가 국제중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일반 공립 중학교에 비해 월등한 면학 분위기와 영어교육 환경이 제공되고, 특히 수학·과학 과목에 대한 영어 몰입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업 성취 측면에서 아주 좋은 환경을 국제중이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국제중 졸업생이 지역 내 일반고로 진학하면 해당 학교의 최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은 아주 일반적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 학생과 학부모라는 교육 수요자와 국제중이라는 교육 공급자의 ‘니즈’가 일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지 억제의 대상은 아니다.

수월성 교육 위해선 공교육에도 시장 원리 도입 필요해

이처럼 심화한 영어교육과 월등한 면학 분위기를 일반 공립 중학교에서도 제공한다면 일반 중학교로 상당한 수요가 쏠릴 것이고 학교도 학생 유치를 위해 보다 발전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는 중등 교육도 시장 원리에 맡겨 놓으면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도달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정책국장은 소송전이 한창일 당시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이나 과학 같은 것도 영어로 지문을 내고 영어로 수업함으로써 초등학교 과정까지도 사교육을 유발시켰다“며 ”만 13세의 아이들이 그걸 소화하려면 정상적인 국가 교육 과정 가지고는 사실상 따라가기가 어렵다. 선행 학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발언이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영어 몰입교육을 충분히 소화하고 따라갈 수 있는 학생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학생들에게 충분한 수월성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입시의 유리함은 물론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국제중의 설립 취지와도 매우 들어맞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영어 몰입교육 등 심화 학습이 잘 안되는 요인으로 학생들의 학습 수준 격차를 꼽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학교 선택에 있어 추첨이 아닌 자유 선택을 보장한다면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자유 선택 보장 시 어느 정도의 서열화가 이뤄지면서 수준 격차로 인한 수업 난도의 증가 문제가 시장 원리에 의해 자동적으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못 하는 학생도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학업 열기를 끌어올려 줄 교수와 교습법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국가 정책이 아닌 시장 원리에서 정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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