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김어준, ‘여론조사꽃’ 설립, 신뢰할만한 여론조사 나오려나?
방송인 김어준씨, ‘여론조사꽃’ 설립해 1년 10만원 회원제로 운영 여론조사꽃, 설립자와 후원자 모두 더불어민주당 지지해 편향성 커 특정 정당 지지하지 않고, 전문성을 겸한 조사 기관 배출해야
방송인 김어준씨가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을 마쳤다.
18일 선관위에 따르면 김 씨를 대표로 하는 여론조사 기관 ‘여론조사꽃’은 지난 14일 자로 여심위에 정식 등록됐다. 공직선거법상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만이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공표할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이 여심위에 등록하기 위해선 전화조사 시스템과 분석 전문인력, 10회 이상의 여론조사 실적 또는 최근 1년 내 5,000만원 이상 매출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날 기준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은 93곳이다.
올해 4월 김 씨는 대선 평가 중 지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석패를 아쉬워하는 와중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여론조사 기관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씨는 당시 방송에서 “여론조사로 (유권자들을) 가스라이팅을 했고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언론사와 정당, 기업 등 외부 의뢰를 일절 받지 않고 철저하게 독립된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 확보 과제, 외부 의존 없는 독립조사? 통계 표본추출은?
앞서 김 씨는 딴지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한다”며 “외부 의존 없이 완전한 독립 조사를 한다. 멤버십 조사 기관으로 정기 회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회비는 1년 10만원, 3년에 27만원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독립 조사를 위해 타 기관으로부터 의뢰비를 전혀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하겠다는 주장이나, 통계 전문가들은 “가입하는 회원들에게서만 여론조사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론조사의 가장 핵심인 통계 표본추출의 무작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여론조사꽃’에 가입하는 회원들의 압도적 다수가 김 씨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인 만큼 회원들의 편향성이 짙기 때문이다.
기관의 설립자 및 후원자 모두가 특정 정당 지지 세력인 만큼 여론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따라온다. 그간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특정 기관에서 의뢰하고 특정 여론조사 기관이 실행할 경우 표본추출에서 무작위성이 담보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편견을 낳았다. 김 씨의 여론조사 기관도 이런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난립하는 여론조사 기관, 전문성을 담보할 방법은 없나?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기관들 대다수가 영세 업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문성도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김 씨의 ‘여론조사꽃’을 포함 12개 업체가 여심위에 신규 등록했고 현재 총 93곳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국갤럽 등의 일부 기관을 제외하면 연간 매출액이 1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개정된 여심위 관련 법조항에 따르면 신규 여론조사 기관의 여러 조건 중 ‘사회조사분석사 2급’ 조항이 눈에 띈다.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여론조사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 자격을 갖춘다는 것이다. 통계 전문가들은 사회조사분석사 시험문제 난이도가 매우 낮은 점을 지적하며 ‘학부 비전공자가 한 달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가 공인 자격증 시험 대다수가 그렇듯이 사실상 라이센스 장사 수준의 저급 시험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시험을 기준점으로 삼아서는 신뢰도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유명 여론조사 기관으로 알려진 R모 기관의 K모 대표의 개인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하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죠. 학부 기초 통계학도 모르시는 분입니다”라는 공격적인 평을 내놓기도 했다. “K 대표뿐만 아니라 선관위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 대표 중에 정치권에 발 안 걸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며, “아예 통계학자가 회귀분석 같은 통계 방법론을 이용해 고급 분석을 한 경우가 아니면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의뢰기관, 실행기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여론조사는 불가능한가?
전여옥 전 의원은 “숫자를 다루는 전문 작업을 음모론을 다루는 김어준이 하겠단다”라며 “이젠 대놓고 ‘숫자 조작’ 투전판 벌이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파의 지지자 업체가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어차피 김어준이 ‘믿습니까’라고 하면 ‘믿습니다’라고 답할 사람들을 위한 여론조사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뢰기관과 실행기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여론조사가 이뤄지기 위해 정치권과 관계없는 여론조사 기관이 나서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는 단순한 회귀분석 작업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한국 사회의 상위 0.1%에 불과하다”며 절망감을 내비친 모 AI 교육 전문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은 AI라고 알려진 지식이 통계학의 회귀분석을 응용하는 계산법이라는 것도 모르면서 AI 전문가라고 떠들 수 있는 나라”인 만큼 시장에서 전문성이 소비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