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의원 김남국에게도 인권은 있다
김남국, 동성애자 앱 사용 두고 ‘국감 차원’이라고 해명 언론들, 경쟁적으로 김남국 의원 조롱 김남국 사생활 침해에 대한 경각심 없는 대중 정서 문제 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궜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성 소수자 논란’에 대해 김 의원이 직접 해명했다. 그는 국정감사 준비 단계에서 최근 문제시되는 ‘스캠 피싱’ 관련 실태 조사 차원으로 개인 휴대전화에 설치한 것이라며 추후에 앱 삭제 조치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사실상 ‘아웃팅’에 가까운 행태를 여러 언론이 보여 언론인의 성숙한 윤리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포된 김 의원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동성애자들이 애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앱 ‘잭디’의 아이콘이 떠 있었고 이것이 한 방송사에 의해 방영되면서 “김 의원이 소위 ‘게이’가 아닌가”라는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유포됐다. 해당 방송사의 영상을 보면 김 의원 관련 대사들을 무지갯빛 색깔의 폰트로 처리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화제성을 위해 성소수자를 은유하는 ‘무지개’를 일부러 방송사가 폰트의 색깔로 설정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의원이 성 소수자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의도적인 아웃팅에 가까운 행태다.
언론이 나서서 아웃팅을 조장하다
아웃팅이란 자신의 성적 방향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행위를 뜻한다. 당연히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일부 메이저 언론에서 김 의원 관련 소문들을 가십성 기사화해서 소비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메이저 언론사의 온라인 기자가 작성한 김 의원 관련 기사를 보면 김 의원의 사생활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의도적으로 조롱의 의도가 가득 담긴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는 다른 성 소수자 시민들의 입을 빌어 “잭디 맞는 것 같다. 쪽지가 오거나, 상대방과 매칭이 됐을 경우에 저런 알림이 뜬다”라는 서술을 했는데 이는 김 의원을 사실상의 성 소수자라고 단정 짓고 그를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해당한다. 김 의원이 연락받지 않는다는 정황도 서술했는데 꼭 읽다 보면 의도적으로 김 의원이 그런 행각을 한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언론이 취해야 할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
언론의 보도 행태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에도 문제가 있다. 소위 SNS상의 인플루언서에 해당하는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번 성정체성 논란의 진실이 뭐든 형은 앞으로도 계속 일로만 깔 거야. 아 그간 모태솔로라 놀린 거는 미안해. 앱은 지우지 마. 피해 사례 추적해야지”라며 김 의원을 비판했는데 이는 사생활에 대한 조롱의 의도가 엿보이는 글로서 김 의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모욕적인 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수많은 네티즌이 서 교수의 글에 호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남국도 정치인 이전에 사람이다
김 의원이 성 소수자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한 정치인을 사실상 ‘아웃팅’ 시키는 행위에 대해 일체의 경각심이나 죄책감이 없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에 해당한다. 서구 선진국인 미국만 해도 과거에는 동성애자라는 게 들키면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곤 했는데 지금 김 의원 역시 사실관계와 무관히 네티즌들에게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인 역시 위정자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기본적으로 보호돼야 할 사생활의 영역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한 사람이 위장 가입을 해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동성애자들의 외모와 신상 등을 자기 블로그와 카페 등지에 공개해 크게 문제가 됐던 사건이 있다. 당시 가해자는 일절 반성 없이 다음카페 ‘워마드’에 자신의 범죄 행각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번 김 의원 관련 아웃팅 사태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김 의원이 해명대로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김 의원의 명예는 심각히 훼손된 상태다. 단순한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화젯거리를 넘어서 김남국이라는 인격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 정식 언론에 의해 철저히 조롱거리가 됐지만 이에 대한 언론의 반성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귀책 사유가 아닌 한 사생활에 대한 사항은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언론인들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