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국인 낸 건보료 1조원 상회, 의료쇼핑 낙인 그만해야
2021년 외국인 건강보험료 납부액 1조원 넘어 건보 재정 흑자 기록, 이주노동자에 찍히는 보험 먹튀 낙인 사라져야 2023년 적자 전환 예상, 엔데믹 이후 예측치 계속 틀려 내년 이후 불확실
지난해 외국인이 낸 건강보험료가 총 1조5,79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어, 소위 외국인들의 ‘보험료 먹튀’ 논란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수 소폭 증가, 작년 건보료 납부액 1조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난해 외국인 직장가입자에게 1조1,145억원, 지역가입자에게 4,648억원으로 총 1조5,793억원의 건강보험료를 거둬들였다는 자료를 받았다. 건강보험료를 낸 외국인 중 직장가입자는 약 48만명, 피부양자는 약 19만명, 지역가입자는 약 56만명이다. 내국인 직장가입자가 약 1,900만명이고 피부양자가 약 1,774만명 인 것으로 볼 때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수가 국내 규모 대비 약 46%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2018년 94만6,756명, 2019년 121만2,475명, 2020년 118만2,341명, 2021년 123만7,278명으로 꾸준히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가입자 수는 2018년 29만9,688명에서 2021년 56만4,765명으로 약 2배가량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수는 소폭 증가했다. 직장가입자 수는 2018년 64만7,057명이던 것이 2021년 67만2,513명으로 늘었으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수는 2018년 18만1,000명에서 2021년 19만2,000명으로 집계된 것이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건보재정은 흑자
일각에서는 국내 이주노동자 중 일부가 과다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수를 등록해 의료행위만 받고, 보험료는 지불하지 않는 일명 ‘숟가락론’을 제시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후보 시절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며 원정 진료 문제 등을 지적했고, ‘의료 쇼핑’이라는 말까지 탄생시키며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자 수와 부정수급액도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적발 인원은 33명이고 부정수급액은 4,600만원이다. 4년 전인 2018년 부정수급 적발 인원이 185명, 부정수급액이 1억9,900만원이었던 기록에 견주어 보았을 때 적발 인원은 27%, 부정수급액은 23%로 급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지난해 한 해 동안 낸 건강보험료 총액은 1조5,793억원인데, 건보공단이 이들의 치료비 등에 쓴 급여비는 1조6,68억원으로 5,12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오히려 내국인이 낸 건강보험료 총액이 67조8,521억원으로 이중 건보공단이 쓴 급여비가 70조6,045억원에 달해 2조7,524억원 적자이다. 물론 코로나19 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지만, 외국인 급여비에 비해 적자 상태라는 상황은 부정할 수 없다.
아울러 외국인 직장가입자들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숙박업 등 국내 노동자들이 꺼리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올해 8월 말 현재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업종별 가입 비율을 보면 제조업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며, 이 뒤를 건설업(14.0%),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수리업(91%), 숙박·음식점업(8.6%)이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조업과 건설업, 숙박업과 음식점업 등 우리 사회의 궂은일들을 도맡아 하는 행태를 볼 때 오히려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외국인들의 건강보험료 재정기여도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 대한 의료쇼핑의 낙인찍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흑자에서 2023년 적자 전환 예상, 흑자 원인은 코로나-19?
외국인 건강보험이 만성 적자고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주원인이라는 비판이 지난 정권 내내 나왔으나, 정작 2021년 건보 재정은 20조2,410억원 흑자였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반박의 골자였다. 건강보험료가 지난 정권 내내 연평균 3.2% 성장했던 영향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재정 지출에 관리가 철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마스크, 손 씻기 등이 생활화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보장성이 강화된 뇌·뇌혈관 MRI 등을 비롯한 65세 이상 노인 외래진료비에서 당초 추계액보다 169~175% 추가 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례없는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위기감을 느낀 국민이 자발적으로 방역에 나선 게 재정 절감에 크게 기여한 것이지 정부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소리다. 작년과 올해 들어 외국인 부정수급이 급감하고 외국인 대상 지출에서 흑자를 기록한 이유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의 출입국 감소와 병원 방문 자제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저한 병원 방역으로 한국인들보다 문턱이 더 높았던 만큼 건강보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실 관계자는 자칫 외국인 혐오로 번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엔데믹이 시작된 올여름부터 재정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 예측해도 계속 빗나가고 있어 적절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