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취지는 공감하지만 서열 구분은 안 돼
11일 교육부 장상윤 차관 ‘기초학력 평가’ 구체안 발표 각 시도교육청 취지 공감하나 전수평가에는 반발 반대 의견 돌리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근거 마련해야 할 것
교육부가 지난 11일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 평가의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전국 교육청과 교육감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시행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 “기초학력 보장과 학업성취도 평가, 의무 아닌 자율”
교육부 장상윤 차관 브리핑에 따르면 기초학력 보장이 곧 인권 보장의 한 영역이라고 판단하였으며, 전국의 학교별로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에 따른 기초학력 진단이 이뤄지지 못해 현재의 진단 도구로는 개별 학생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한 맞춤형 진단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을 통한 지원 대상 학생 선정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다중의 안전망 구축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결손을 조기 해소 ▲기초학력 보장 위한 교육 기반 내실화까지 총 4개의 구체적 대안을 발표했다.
해당 종합계획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당 지역의 교육여건을 고려하여 연말까지 내년도의 기초학력 보장 시행계획을 수립하며, 기초학력보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매년 시도교육청의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개선 필요한 사항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원하는 학교, 또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를 기반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교육부의 선 브리핑 때 “학교가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것은 재량 규정으로 돼 있지만 특별하게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한 해야 한다”는 말을 해 사실상 평가가 강제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전수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장 차관은 이미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에 지금 많은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며 전국 학교 중 평가를 원하는 학교들이 있다면 그 대상들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2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모두 다 받아주겠다는 의도라고 소명했다.
각 시도교육청・교육감 의견 갈려, 부산・강원・제주・경북은 찬성
하지만 여론에서는 “어쨌든 반의무적인 평가 조치 아니냐”며 일제고사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감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여론의 우려에 공감하며 지난 13일 “자율 평가는 학교 ‘자율’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북도교육청 역시 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평가 시행은 학교 자율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기초 학력 진단 평가가 필요하지만, 결과 공개를 해서는 안 되며 구성원과 학부모 희망에 따라 자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고사형 평가에 전면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평가는 필요하지만, 서열화를 위한 일제고사는 반대한다. 자율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경기, 인천, 대전, 세종, 충남, 충북, 전남 교육청 및 교육감들 역시 “평가는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하며, 표집 대상이 아닌 학교라도 응시하고 싶다고 하면 지원하겠지만 강제화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하며 전국에서 획일적으로 치르는 줄세우기식 일제고사 평가는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부산, 강원, 제주, 경북 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부산 교육청은 그동안 학부모가 학생들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없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고 말하며 “전체 학교가 평가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교육청 역시 적극적으로 평가에 참여해 지역 학생의 학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지도를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으며, 제주도 교육청은 평가를 학생 학력을 진단하는 전수평가 도구로 사용할 것이며 내년부터 대상 학교 모두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전수평가 대상도 초4∼중2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반응도 여야 간 상이, 교육부서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할 듯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는 “주먹구구식 기초학력 보장방안은 시도교육청의 일제고사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학교를 다시 선다형 시험의 과거로 되돌릴 게 뻔하다”고 비판했고,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기초학력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방안은 다양하다. 획일화 방향이 아닌 다양한 진단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12일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는 평가를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지만, 인사 승진이나 가산점과 연계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는 시행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민정 의원은 부산교육청의 학력평가 강제 의무 안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비례대표)은 “학생의 학력 수준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력 신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최근 강원교육청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의 81%가 학력평가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전교조와 맺은 협약으로 인해 평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평가는 학력 결손을 찾아내기에 아주 좋은 지표인데 이러한 취지 자체에 강경한 반대입장을 내는 것이 합당하냐고 묻기도 했다. 교육감들은 “다양한 평가 방식 도입”이 필요한 것이지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대책 마련과 인지발달 및 심리적 안정 등에 대해서도 특별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교육청의 발표가 교육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학력 결손을 미리 방지하는 역할의 필요성 때문에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을 비롯해 대다수가 교육부의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교육부에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다양한 진단평가 방식을 통해 효율적이지만 효과적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학사적 보완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