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시스템 오류 10만 건 달해, 사실상 방치된 것?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SR 10만 건, 근본 문제는 ‘인력난’ 촉박한 기일 제시한 복지부도 문제, 사실상의 ‘복지 방치’ 與野 한목소리로 비판, 일각에선 尹 정부 ‘복지 무관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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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개통 후 지속적인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관련해 운영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공식 접수된 오류 건수가 1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류 처리율은 40%에 머물렀다. 여기에 업무 과부하, 개발자 퇴사 등까지 겹치며 이달 중 시스템 안정화라는 당초 목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운영 주관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전경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SR(Service Request) 내역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한 달간 접수된 오류 건수가 10만2,41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중앙·지자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행복이음’ 관련 시스템 개선 요구는 7만1,446건, 사회서비스제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희망이음’ 관련은 3만964건이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추진단은 큰 오류는 해결했다고 밝혔던 바 있으나 실제로는 오류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스템은 사전점검에서도 대량 오류가 발견됐는데, 이를 사전에 해결하지 않고 개통하면서 실제 사용자들도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개통한 지 한 달이 되도록 오류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체 SR 중 제대로 처리된 건은 4만2,068건으로 처리율은 41.1%에 그쳤다. 그나마 희망이음 관련 처리율은 종류별 64.2%∼73.20%로 비교적 높지만,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복이음의 경우 27.8%∼49.0%로 현저히 낮았다.

근본 문제는 개발자 인력난, 사업단 인력 90% 이탈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안정화가 이토록 늦어지고 있는 데엔 IT 업계의 개발자 인력난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채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인데 최근 IT 업계는 실력 있는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단순한 연봉 인상 외 영구 재택근무, 경력직 스톡옵션 등 이색 조건까지 내걸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개발자 지원자 수는 공고 대비 40%를 밑도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올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단은 총 343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307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의 90%가 이탈한 것이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돼 개통되는 시점에 맞춰 개발자들이 떠난 데다 개통 직후부터 오류가 대량 발생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자 인력 이탈 속도가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개통 기일을 촉박하게 잡은 것도 이탈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시스템을 배포하기 전엔 시범운영을 통해 오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가 제시한 일정으로는 이 같은 절차를 충분히 진행할 수 없다는 게 당시 개발사의 의견을 무시한 복지부는 시스템 운영을 강행했고 이에 따라 갑작스레 폭발적으로 나타난 오류를 개발자가 감당해내지 못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계약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복지부가 사업 관리를 산하기관에 떠넘기고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개통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세스템을 위해 꾸려진 ‘신속업무처리TF’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복지업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서도 책임지지 않는, 사실상의 복지 방치를 자행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감장서도 논쟁의 중심, 與野 한목소리 비판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복지 현장에선 공무원들이 수작업으로 자료를 찾아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실정이다. 이에 전국 복지 공무원과 사회복지시설 등이 이용하는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사업인 만큼 사전에 오류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각계의 비판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일선 공무원들은 ‘절망이음’, ‘희망끊음’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공무원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건 물론 국민의 피해까지 큰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류 속출을 예상 못한 것도 아닐 텐데 시스템 가동을 강행한 이유가 의문”이라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보건복지부와 함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실무 지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시스템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국가 핵심 시스템 오류로 인해 주거 급여를 받지 못해 당장 월세를 못 내거나 대출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시스템 오류의 원인을 하도급 구조에서 일어난 편법, 탈법에서 찾기도 했다. 강 의원은 “복지수급자들을 애태우게 했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의 원인이 LG CNS를 비롯한 컨소시엄 사업자들의 과도한 하도급과 편법, 탈법에 의한 부실 하도급이 아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핵심적인 부분은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대기업은 이름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부실하게 계약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며 감사원 감사를 통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복지 무관심도 문제, 10월 중 안정화 가능할까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복지에 대한 관심 부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의 복지예산을 지적했다. ‘따뜻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도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예산 증가율이 예년만 못하단 것이다. 내년 보건복지 예산은 108조원 규모로, 이는 올해보다 11.8%, 11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다만 예산상 액수가 커진다고 해서 복지 효과가 커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고령화나 물가 상승분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한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LG CNS의 김영섭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10월 중 시스템 안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개발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안정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시스템에 덧붙여진 이른바 ‘절망이음’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의 정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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