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러시아에 있어 크림반도가 가지는 의미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크림대교에 폭격 이어져, 러시아는 보복성 폭격 진행 중 크림반도 내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와 러시아의 국제 사회 지위는 직접적인 연관 단순한 전쟁 이상의 의미, 러시아의 향후 대외 정책에 큰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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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러시아’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영국 더 타임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어 크림반도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통한 즉각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한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크림반도가 러시아 흑해함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군사 전략적 최고 요충지 중 한 곳임을 주장한다. 1853년의 크림전쟁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흑해 및 지중해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전쟁은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당시 오스만 투르크와의 전쟁에서 이겨 크림반도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영국과 프랑스의 개입으로 결국 러시아의 흑해 진출은 한 차례 좌절된 바 있다. 이번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크림반도를 상실하면 185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러시아 내부의 전략적 판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사진=BBC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와 러시아의 국제 사회 지위

세바스토폴 해군기지는 러시아 해군이 흑해에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전초기지일 뿐 아니라 지중해, 남대서양, 인도양까지 진출하는 데 필수적인 요충지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 원인 중 하나로 흑해 및 지중해를 통한 남대서양 및 인도양 진출 경로가 막혔었던 이유를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크림반도 병합 후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국내 지지도는 크게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 이후 나토 세력이 크림반도를 공격한다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해 왔다. 그만큼 크림반도는 러시아는 물론 푸틴 대통령으로선 다시 잃을 수 없는 땅이라는 의미다.

이런 상징적인 지역을 잇는 크림대교가 불길에 휩싸이자, 러시아 내부의 여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개통식 때 푸틴 대통령 본인이 직접 트럭을 몰고 크림대교를 건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만큼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선언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다리에 폭격이 이어진 탓에, 러시아 국내에서도 반전 여론이 크게 대두됐다. 특히 사진상으로는 다리 양방향 통행로 중 한쪽 다리 두 칸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확인할 수 있어,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남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러시아군에는 기존의 육로와 해로를 통해 충분히 군수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며 러시아군의 동요를 막으려 애쓰는 분위기다. 그럼데도 10일(현지 시각) 오후 들어 크림대교가 꽉 찰 만큼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영상에서 볼 수 있듯, 크림반도를 떠나려고 하는 인파가 늘어나고 있다. 영미권 커뮤니티인 레딧(Reddit.com)과 나인개그(9gag.com) 등에는 아래의 영상과 함께 반전(反戰) 여론이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반격과 향후 전망

러시아는 주거지 폭격 등으로 보복에 나섰다. 러시아군은 크림대교 폭발 사고 뒤 8일 저녁과 9일 새벽께 우크라이나 민간인 주거지에 보복성 공격을 가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지역의 일반 주택을 공격해 어젯밤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7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 가구가 집을 잃었고 6층짜리 건물 전체가 대함미사일(Kh-22)을 맞아 파괴됐다”고 말했다. 또 10일에는 수도 키이우의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이 “키이우 도심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간 ‘러시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이어 키이우 도심의 삼성그룹 북유럽 연구센터 건물이 폭격당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인근의 대통령궁을 겨냥했다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현재 삼성그룹 북유럽 연구센터 건물은 폭격 후유증으로 철근이 녹아 건물에 대한 안전이 불안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승전보를 이어가며 전장이 크림반도로 축소되자, 국내의 빅데이터 여론도 ‘러시아’ 관련 키워드에 ‘우크라이나’와 함께 ‘크림반도’가 등장한다. 이어 ‘합병’, ‘동원령’ 등의 단어와 함께 ‘핵무기’도 등장하면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고르지 않겠냐는 우려도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마지막 보루라고 판단한다. 크림반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전쟁이 막을 내리겠지만 러시아도 크림반도를 잃게 되는 순간, 단순한 영토 축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흑해 일대에 대한 영향력, 동유럽 전체에 대한 영향력, 나아가 국제사회의 발언권 등에 총체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만큼, 동원령의 수위를 높여서라도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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