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가처분 신청 기각, 이준석이 보여준 청년 정치인의 길
이 전 대표, 당원권 1년 추가 정지, 2024년 총선 출마도 어려워 내년 당대표 경선에 유승민 의원 지지할 듯, 2026년 서울시장 출마 예상 시각도 청년 정치의 종말인가에는 No, 국회의원 바로 노리지 않고 지자체 풀뿌리 정치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출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놓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며 “의기 있는 훌륭한 변호사들과 법리를 가지고 외롭게 그들과 다퉜고,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가처분 신청 기각에 이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는 7일 이준석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결정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이 전 대표는 정치적 고립무원 상태로 내몰렸다. 지난해 6월 바람을 타고 당대표에 당선된 이후 공식적으로 약 1년 만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추가 징계 1년으로 인해 징계 종료일이 2024년 1월 8일로 연장되었고 국민의힘 책임당원 기준이 당비 납부 2개월인 만큼, 이 전 대표는 3월 8일에야 피선거권을 얻을 수 있다. 즉, 2024년 총선 출마 자체가 불가능한 징계인 것이다.
당대표가 ‘탄핵’당해도 여의도 시계는 돌아간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추대할 준비가 끝났다. 여의도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당대표 경선을 응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대표 체재가 올 경우 징계 정지도 예상할 수 있지만, 각을 세우고 있는 윤핵관의 지지를 받은 다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치 휴식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당대표 경선과 상관없이 이준석 전 대표가 계속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드시 타이틀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2024년 총선 출마 자체가 필수적이지도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장경태 의원은 2026년 서울시장 선거에 이준석 전 대표가 출마할 생각으로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0년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당시 이준석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오 시장을 도와주러 나서기도 했고, 바른정당 등을 거치며 오세훈 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간의 인연이 깊다는 이유다. 더구나 오 시장이 서울시장을 5선까지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의도 관계자들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탄핵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은 이준석 대표 본인이 아니라 여론의 지지를 잃은 ‘윤핵관’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대표 재임 중 2번의 전국단위 선거를 치르며 정치적 자산을 탄탄하게 쌓았고, 자신의 미숙함을 채우기 위해 향후 3~4년간 효율적인 정치 행보를 할 경우 이번 다툼의 최종 승자는 이준석-오세훈-유승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의도 2시 청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직장인들이 참석하기 힘든 시간대인 오후 2시에 있는 여의도 정치 행사에 참석하는 젊은 청년을 지칭하는 ‘여의도 2시 청년’들에게 이준석 대표의 ‘탄핵’이 불러온 충격은 작지 않다. 이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지현 비대위원장처럼 추대받은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전당대회 절차를 거쳐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미숙하다는 이유로 때때로 조롱의 대상이 된 것으로도 모자라 선거 후에는 권력을 잡은 노회 정치인들의 놀음에 결국 자리를 빼앗겼다.
다져놓은 포석이 향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준석 전 대표의 씁쓸한 퇴장을 바라보는 ‘여의도 2시 청년’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청년들을 견제하며 쳐내기 바빴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이 해소된 듯한 표정을 짓는 청년 정치인들도 있다. 드디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5060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틈바구니에서 여론의 지지와 2030 남성이라는 집단의 응원까지 받는 청년 정치인도 저렇게 탈락하는데, 과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 개인의 잘못이었냐, 청년 정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느냐는 고민이 2030 청년들의 마음속에도 깊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한 국민의힘 소속 30대 청년 정치인은 이준석 대표가 끝났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No’, 청년 정치가 끝났냐는 질문에도 “No”라고 대답했다. “이 전 대표가 진짜 끝나는 시점은 유승민 전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서 떨어지는 때”이고, “청년 정치가 끝나는 시점은 청년들이 더 이상 여의도를 기웃거리지 않을 때”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지난 지선에 청년들 다수가 시의회, 구청장, 군수 등으로 정치권에 진입했다”며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청년 정치의 성공이 아니라, 풀뿌리 정치부터 배워 성장하는 것이 청년 정치라는 것을 젊은 청년들이 깨닫는 중이다”는 답변도 내놨다. 또 “한때 행시 출신 5급 사무관에 대한 선망이 있었는데, 시의회 의원을 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후배들에게도 같은 생각을 전해주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중이 ‘이준석’에게 집중하고 있는 동안 청년들은 지방 자치제라는 시스템 속에 자신들의 갈 길을 찾아가는 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