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 참사, 진짜 원인은 할로윈이 아닌 인스타

1990년대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유행해 인스타 떠오르며 급 확대된 할로윈 축제 인스타 규제보단 국민적 각성 필요

160X600_GIAI_AIDSNote

1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할로윈 참사’의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책임론’을 일부 제기하기도 했지만 정쟁화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빗발치자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중단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하는 여론도 있지만, 경찰 제복을 입은 진짜 경찰을 할로윈 축제의 ‘코스프레’로 착각해 그들의 지시를 듣지 않았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도 쑥 들어갔다. 그럼 무엇이 과연 잘못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사실 본질적인 원인은 소위 MZ세대의 자기 전시성 욕망을 극대화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 있다고 분석된다.

할로윈을 즐긴 M세대, 인스타를 즐기는 Z세대

할로윈 문화가 대한민국에 처음 유입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애초 주한 미군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다가 외환위기 무렵부터는 강남 등지의 유명 영어학원에서 수강생들을 상대로 할로윈 파티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원어민 영어 강사가 있는 학원에선 사실상 필수 교육 과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며 급격히 대중화됐다. 당시 영어 학원에서 할로윈 축제를 처음 접한 지금의 30대들은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30대들이 20대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이태원 등 서울의 명소를 중심으로 할로윈 데이 때 여러 가지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축제를 벌이는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만 해도 아주 대중성있는 놀이문화는 아니었으나, 2010년대 중반에 인스타그램이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양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할로윈 축제에 참여하고,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것이 소위 ‘인싸의 공식’으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젊은 사람이 할로윈 데이 축제 행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 참여 인원 규모는 인스타그램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시기인 2015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결국 지금의 MZ세대들이 할로윈 축제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사진을 찍기 위해 참여했다는 세간의 지적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할로윈 축제 특성상 신체 노출도가 높고 화려한 의상을 입는 여성들의 비중이 높고, 그런 여성들에게는 남성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따른다. 이 과정에서 찍은 사진을 ‘특별한 이벤트’처럼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 위함이 최근 할로윈 축제가 흥하는 이유의 본질인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관한 여러 연구는 인스타가 타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기 위해 자아 이미지를 연출하고 협상하는 평판 관리의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인스타 플랫폼의 구조 자체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SNS상의 이미지를 통해 타인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서 혹은 ‘인싸가 된 듯한 느낌’을 즐기기 위해 명백히 사고의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공간임에도 피하지 않고 수많은 인파 속을 많은 사람이 탈출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일부의 참가자들은 인파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위협을 느껴 자리를 피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사람들이 옳았다. 만원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니 웬만해선 탑승하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할로윈 축제에서는 그러한 생존 본능마저 발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월호 사건 다음가는 엄청난 비극이지만,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하면 일종의 체념적인 실소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인스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너무나 소중한 가치를 인스타그램에 낭비하는 청년들

인스타그램은 사실 많은 청년의 ‘무임 노동’으로 굴러가는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아의 공연을 펼치며 타인과 소통하지만 이들이 생산한 정보는 곧 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로 직결되어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일을 해줬는데 돈을 받지 못하니 무임 노동의 성격을 띤다. 물론 인스타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소위 ‘인플루언서’도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허망한 인스타그램 상의 자아를 꾸미기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고 이번 할로윈 압사 참사에서는 목숨마저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많은 20대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오늘도 헛된 꿈을 꾼다. ‘평범한’ 친구가 많은 팔로워를 모아 스타가 된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조금만 노력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자신의 인스타에 업로드하며 팝송 ‘Sex on the beach’를 흥얼거리거나 CPR을 실시하는 구급대원들을 그저 지켜보며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담소를 즐기는 20대들의 탄생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허영심이 있다. 우리사회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인 ‘자기 과시성’을 극대화시켜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상실하게 하는 인스타그램의 무서운 부작용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