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촉법소년 연령 13세로 하향…‘소년범죄 종합대책’발표
형사미성년자 연령 낮추자는 국민적 요구 반영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인권위, 부정적 낙인효과로 사회복귀에 방해될 수도
법무부는 26일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소년범죄 흉포화, 촉법소년 제도의 범죄 악용으로 인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등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대한 국민적 요구 증대를 반영한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로 ‘소년법’ 및 ‘형법’ 개정을 추진
법무부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구성·운영했고, 이러한 TF 활동 결과를 토대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도록 소년원의 처우와 소년보호절차 인권 보호 등을 개선하고, 소년범죄의 피해자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형사처벌이 가능한 소년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및 ‘형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무부는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으며,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상당하고, 13세를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개정 추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소년범죄를 줄이기 어렵다는 우려를 반영해 소년범죄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소년원 생활실을 기존 10~15인실에서 4인실로 소규모화하고 아동복지시설 수준으로 급식비를 인상한다. 수도권에는 학과 교육 중심 소년전담 교정시설을 운영한다.
또한 구치소 내에는 성인범과 소년범을 철저히 분리하고 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은 증원한다. 소년분류심사원은 1개에서 3개로 늘리고, 민간 참여 청소년비행예방센터를 신설하며,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의 교육 및 교정 강화를 위해 9호·10호 소년원송치 처분에 5호 장기 보호관찰을 병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소년부’ 신설로 전문성 제고, 소년범죄 예방정책 추진
법무부는 소년범의 재범률을 낮추고, 교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검토 중이다.
우선 교육부와 협력해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년)에 소년원을 포함하고, 소년교도소에 검정고시반 필수과정 신설 등 학과 교육은 강화한다. 아울러 소년 성폭력사범 맞춤형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피해자 관점 교육을 도입하고, 소년범에 대한 맞춤형 가석방 도입 및 전과 회보제한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년보호절차 인권 보호 개선을 위해 우범소년에게 장기 보호관찰과 소년원송치 등 과도한 보호처분을 폐지하고 법원의 임시 조치 결정에 대한 소년의 이의제기권을 신설한다.
또 소년보호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통지제도 개선 및 피해자의 참석권 규정을 신설하고 피해자 의사 반영을 위해 검사의 항고권을 신설하여 SNS와 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피해자 접근금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소년형사사법절차 전문성 제고에 따라 인천·수원지검에 ‘소년부’를 신설하고 약식기소 자제 등 형사처벌 적정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보호자 등의 통고에 의해 소년보호사건이 개시된 경우 검사 통지 제도를 마련하며 조건부 소년부송치 제도를 신설한다.
이 밖에도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소년범죄 예방정책을 추진하고자 체계적 소년범죄 통계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범죄예방 환경개선사업(CPTED)과 소년범죄 예방을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소년범죄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문제뿐만 아니라 교정·교화 강화, 피해자보호 및 인권 보호 개선, 인프라 확충을 망라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책 실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 법 개정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면서 “그 과정에서도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촉법소년 기준 고민,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연방과 주(州)의 법제가 공존하는 미국은 우리나라의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는 연령 기준을 각 주에서 정한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기준 연령을 둔 곳으로는 워싱턴주로, 8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는 형사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8세 이상 12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는 그 아동이 범죄 행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알 충분한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증명되지 않는 때에만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연령 기준을 채택한 캘리포니아의 경우 14세 미만 아동은 형사책임능력이 없는데, 다만 이러한 아동이라 할지라도 범죄를 저지를 당시 그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그와 같은 책임무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일본과 대만을 비롯하여 독일도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14세를 기준으로 처벌 수위를 정하고 있으며 최근 독일 내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20년 형사책임능력 연령을 12세로 하향 조정하였다.
인권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국제인권기준에 반해
법무부의 이러한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아동 발달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고, 아동 사법제도의 각 단계에서 문제점을 분석해 소년범죄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부정적 낙인효과를 확대해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적절히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만 14세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대한민국에 권고했다.
실제 건수 늘고 흉악해졌나? 오히려 줄었다는 의견도
대검찰청 ‘범죄분석’이나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 등의 통계 자료를 보면 소년 범죄자율(소년 인구 10만 명당 소년 범죄자 수)은 증감을 반복하지만, 전체 청소년 범죄자 수는 감소(2008년 13만 4,992명에서 2020년 6만 4,480명)했다. 또한 전체 범죄자의 연령별 발생비를 보더라도 인구 10만 명당 18세 이하 청소년 범죄자의 비율은 2011년 940명에서 2020년 785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의 흉포 정도를 살펴보면 실제로 흉악 범죄는 조금 증가했다. 소년 흉악 범죄 중 강도와 방화, 살인이 증감을 반복하지만, 성폭력 범죄 증가 폭이 크다. 그러나 실제 범죄가 늘어난 것인지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의 확대와 함께 피해자의 적극적인 고소, 고발의 증가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인지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우려하는 목소리 가운데는 청소년 범죄의 저연령화 역시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데도 부풀려져 인식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의 자료에서 소년 범죄자 평균 연령은 증감을 반복하거나 오히려 조금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사법연감’에서는 촉법소년 수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2008년 1만 781명, 2012년 1만 2,799명, 2020년 1만 1,063명)는 것이다. 2007년 말 소년법 개정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12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확대 되었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