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등 평생교육에 전략적 투자 확대 나서
교육 분야 간 투자 불균형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미흡 미래 핵심인재 양성과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대학 역할 중요해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위한 특별회계 등 관련 법률 제정 필요
15일 기재부(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와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통한 총 11.2조원 규모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향 및 구체적인 예산 내역을 발표했다. 대학들이 4차산업 교육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인력 교육의 중심축을 초·중·고교에서 대학으로 이동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학령인구 급감 및 재정난으로 대학 운영 한계에 이른 상태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들의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시작된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들 대부분은 교육부 지원금과 각 부처별 연구지원비 없이는 학교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용 및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를 위해 지난 7월에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고등 평생교육지원 · 특별회계 신설’ 추진을 발표했으며, 관련 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또한 정부는 정책토론회, 간담회 등을 개최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특별회계 신설 방향 고등교육, 투자 확대 필요 분야 등에 관련한 다양한 현장 의견수렴과 논의를 추진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재부와 교육부는 고등 평생교육지원 · 특별회계 신설을 통한 고등 평생교육 · 재정 확충 방향을 마련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 브리핑을 통해 “지자체 대학 협력 기반 지역 혁신 사업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고 지자체 주도형으로 단계적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지역 수요 기반의 직업 교육을 지원하는 전문 대학의 고등 직업 교육 거점 지구도 20개를 추가하여 내년에만 50개를 지정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립대학 재정진단 및 실태조사 먼저 진행, 대학 재무상태부터 파악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포괄적 방식의 일반재정 지원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인건비·경상비 사용을 일부 허용하는 등 집행의 자율성을 높인다. 아울러 현행 기본역량진단을 전면 개편하는 동시에 대학별 자율 성과 평가 및 정부의 사후 성과 점검 체제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나아가 재정 확충과 병행하여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진단 및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대학의 재무상태 등을 파악하고, 경영자문 등 적극적인 구조개혁 지원을 추진한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는 산업구조 변화, 학령인구 감소, 지방 소멸 위기 등 새로운 경제사회의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복합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적극적 역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반도체 등 미래 핵심인재 양성, 지역의 혁신발전 거점 육성, 그리고 평생직업재교육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지원 확충과 함께 대학에 대한 자율적 평가체계 구축, 경상비 사용에 대한 재원 완화 등 현장애로 해소 및 집행 자율성 제고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려대는 지난해 교비회계 기준으로 당기 운영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등록금과 전입·기부금 등 운영 수익에서 인건비 및 관리·운영비, 학생 연구 경비 등 운영 비용을 차감한 후 장학금, 퇴직금 등으로 적립할 금액을 차감하니 16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운영수지 적자는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 같은 수입으로는 급여·운영비 등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해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중 운영수지 흑자를 낸 곳은 한양대, 중앙대 단 두 곳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들이 폐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들마저 적자 위기에 직면한 만큼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은 “대학 교육·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고등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특별회계 등 관련 법률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장부 투자 늘려야
한편 2018년 이래 5년간 고등·평생교육 지원 예산은 2조7,000억원 늘어난 반면,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은 무려 17조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적립금은 2021년 말 5조4,041억원에 달하며, 올해 역시 약 14조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그 규모는 약 1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은 하위권인 30위에 불과하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민간 투자 비율은 38.3 대 61.7로 민간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정부의 고등교육 지출 비율이 OECD 평균 66%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교육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OECD 회원국들의 1인당 평균 공교육비는 대학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데 반해 한국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번 예산 재편성을 통해 늦게나마 현장에서 교육 정상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