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수족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동물복지 기준 성장하는 계기 될 것”
환경노동위원회, 야생동물 관리체계 본격 도입 실내 동물원에 갇혀 스트레스로 자해하는 동물들 계속되는 사고사와 질병사 사라지는 멸종위기종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지난 9월 15일 관련 분야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동물원⋅수족관⋅야생동물 전시시설 관리체계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1월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과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17건의 법률안을 의결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은 동물원⋅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보유동물에 대한 학대를 금지하는 법률안으로 보유동물 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동물원⋅수족관 외의 시설에서 야생동물의 전시행위를 금지하고, 지정관리 야생동물 관리체계를 도입해 동물 전시⋅체험 시설의 무분별한 전시를 방지하며 야생동물로부터의 질병 전파, 생태계 파괴 등의 위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스로 날개 뜯고 울어, 좁은 우리 안에서 자해하는 동물들
최근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서 촬영된 앵무새의 영상이 논란을 빚고 있다. 금강앵무 두 마리가 날개가 일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고 있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앵무새 두 마리 다 윙컷(날지 못하도록 날개를 자르는 것)을 하지 않았다”며 “스트레스성 자해 행동 같다”고 해명했다. 이후 롯데월드 측은 앵무새 전시를 멈추고 수의사의 치료를 받도록 했다. 고현선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실내 동물원 동물들의 경우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행동인 정형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내 동물원 자체가 스트레스와 같다”고 지적했다.
‘벨루가와 교감해요’ 금지된다
동물원이나 수족관 운영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동물원 이외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면서 환경부에서는 그에 적합한 허가 요건을 마련했다. 동물의 서식 기준 제시와 더불어 동물의 질병이나 안전 관리 기준도 주요 허가 요건에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동물원수족관법에서는 수의사 등의 전문인력 상주 여부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향후 시행될 법률안에서는 상주⋅비상주 인력을 나누고 전문 인력의 수 또한 늘릴 방침이다.
이렇게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된 데에는 경남에 위치한 ‘거제씨월드’의 연이은 돌고래 폐사 사건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앞서 거제씨월드는 ‘돌고래 타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여러 동물보호단체의 지탄을 받아 왔고 결국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한 바 있다.
이번 개정법률안에는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동물을 올라타는 행위, 만지는 행위, 먹이를 주는 행위 등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나아가 환노위는 2023년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과 2025년 서천 옛 장항제련소 주변 브라운필드 생태복원사업 지역 내에 라쿤 등 유기 외래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시설 건립에 앞서 열 곳의 야생동물 구조센터와 협업하여 임시 보호 체계를 마련한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제기된 곰 사육 종식에 대한 법제화와 사육곰 농가의 신설을 금지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사육곰 농가의 경우 2025년까지 보호시설로 이관할 수 있도록 적용을 유예할 예정이다.
계속되는 죽음, 사라지는 멸종위기종
문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109개 동물원이 보유한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CITES) 가운데 77.2%인 1,432마리가 자연사 외 요인으로 폐사했다. 대부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며 한 동물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확인되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앓고 있던 질병은 사람에게까지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인 ‘우결핵’이었다.
일반 야생동물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9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3년 동안 동물원에서 폐사한 야생동물은 멸종위기종과 위기종이 아닌 종을 포함해 총 6,613마리다.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멸종위기종을 제외하고 딱 한 마리 뿐이다. 수시로 지자체 점검을 실시한다고 해도 비전문가가 진행하는 데다 별다른 규제도 할 수 없다. 이에 시민 제보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동물원이 발각된 경우도 있었다. 결국 해당 동물원 대표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기존 법안대로라면 다시 동물원을 차려도 규제할 수 있는 방안 조차 없는 실정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많은 전시동물들이 좁고 위험한 시설에 갇혀 질병과 스트레스로 인해 위험한 질병에 노출된다”며 “동물 전시시설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장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이번 두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며 “개정안이 원안대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내 동물복지 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