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액·상습 체납자 보유 지식재산권 압류 예고
경기도 고액·상습 체납자, 23만9,153건의 지식재산권 보유 적발돼 서울시·군산시, 고액 체납자 끝까지 추적해 지식재산권 압류한다 국세청, 사해행위 취소소송 통해 체납 회피 체납자 채권 확보
특허권 또는 저작권을 다수 보유했음에도 과태료 낼 돈이 없다는 고액·상습 체납자들이 경기도 조사를 통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도가 체납자 1,843명(체납액 74억원)이 등록한 23만9,153건의 지식재산권을 적발하고 압류 등을 통해 3억2,000만원을 징수했다고 오늘(10일)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7월부터 10월 세외수입이 100만원 이상인 체납자 12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특허청 및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협조하여 지식재산권 보유 여부를 전수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체납자 지식재산권 압류 통보하자 체납액 전액 납부하기도
지식재산권이란 인간의 지적 창작물 중 법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해 법이 부여하는 권리이다. 또한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등의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구분되며, 지식재산권도 재산권 소유가 가능한 재산으로 인정되어 직접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권리를 양도할 수 있다.
경기도는 지식재산권 압류 예고문을 발송하자 체납자 72명이 체납액 3억2,00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고 밝혔다. 적발 사례를 보면 이천시 A업체는 2021년부터 경기 불황이라는 이유로 이행강제금 등 1,500만원을 체납했지만 경기도가 조사를 통해 업체가 보유한 상표권 압류를 통보하자 체납액 전액을 분납하기로 했다. 또한 광주 B 업체는 ‘회사 자금이 막혀서 어렵다’라는 이유로 과징금 등 4,600만원을 체납했지만 특허권과 디자인 압류를 통보 당하자 즉시 체납액 전액을 납부했으며, 의왕시에 거주하는 C씨도 마찬가지로 도유재산 변상금 1,500만 원을 체납했다가 특허권 압류 통보에 체납액을 전액 납부했다. 추가로 경기도는 미납부자 중 고질체납자 78명을 선별해 이들이 보유한 지식재산권 91건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류영용 경기도 조세정의과장은 “이번 압류 대상은 납세 의식이 결여된 고질적 체납자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신속한 압류 및 새로운 신 징수 방법을 개발하고, 빈틈없는 체납자 관리로 도내 성실 납세 풍토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체납자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압류할 때 국세청 등 국가기관은 압류등록 수수료를 면제받지만, 지자체는 건당 4~8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0월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에 공익을 위한 압류 시 지자체의 압류등록 수수료를 면제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서울시 재무국장, “고액 체납자들의 숨겨둔 재산 끝까지 추적하고 징수할 것”
지난 2021년 7월 서울시는 특허청 및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협력하여 지방세 고액 체납자에 대한 무체재산권 보유 여부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고액 체납자 1,060명이 5,767건의 무체재산권을 등록 및 취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무체재산권 압류 예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조사를 통해 확인한 무체재산권 보유 고액 체납자는 특허권·상표권 등 산업재산권 보유자가 699명(3,595건), 어문저작물·음악저작물 등 저작권 보유자가 361명(2,172건)으로 이들이 체납하고 있는 금액은 총 1,010억원이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체납자 보유 가상자산을 압류 조치하는 등 체납세금 징수에 있어 전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무체재산권 전수조사 및 압류도 타 지방자치단체에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서울시가 “비양심 고액 체납자들의 숨겨둔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징수해 성실납세자들이 존경하는 납세풍토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군산시는 지난 2007년 2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지방세 체납자의 지식재산권을 압류하는 방식의 새로운 체납 지방세 징수기법을 개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군산시는 지방세 체납자의 신용카드 가맹점 등록 여부를 조회해 △신용카드 매출채권 △보험증권 △보상금 △보증금 △골프 콘도 회원권 △지식재산권까지 압류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체납 지방세를 징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대법원, 조세 채권에 대해 엄중한 법 적용
국세청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활용해 체납처분을 회피하는 체납자들의 채권을 확보하고 있는 추세다. 법원은 민법 제406조에 의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에는 국가가 ‘조세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체납자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추심 및 보전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이 체납자의 ‘사해행위를 안 날’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이로써 국가의 조세 채권에 대해 더욱 엄중한 법 적용이 인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사 대표이사였던 채모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체납한 세금이 7억여원에 달했다. 이에 채씨는 또 다른 회사인 B사를 차리면서 2010년 A사의 유일한 재산이던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등 지식재산권을 B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특허청에 그 권리를 전부 이전했다. 그러나 2013년 A사의 세금 관련 비리에 대한 민원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은 채씨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차리고 이전 회사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지식재산권을 넘겼다고 판단했고, 2014년 B사에 양사 간 체결된 지식재산권 양도계약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채씨는 당시 “특허청이 2010년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의 전부이전등록 접수를 받아 이를 처리하는 시점에서 이 사건 양도계약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국가도 이 시점에 사해행위를 알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가 조세 채권을 피보전 채권으로 삼아 체납자의 법률행위를 대상으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 제척기간의 기산점과 관련해 국가가 취소 원인을 알았는지 아닌지는 조세 채권의 추심 및 보전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체납자의 재산 처분에 관한 등기·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공무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특허청 공무원이 양도 사실을 안 시점에 국가도 체납자의 사해행위 및 사해 의사의 존재를 알았다고 봐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앞선 1,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국가의 손을 들어주며 국세청의 조세 채권 확보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