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에너지 전환으로 자립화? 한국에서 가능한 이야기?
러-우 전쟁, 에너지 가격 폭등 중, 에너지 자립 위해 에너지 다각화 촉구 태양광, 해상풍력, 현실적으로 가능? 2025년에 겨우 해양환경영향평가 구축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 의존도 높은 현 상황 타파 어려울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일각에서는 화석연료 의존적인 현재의 인류 문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에너지 다각화를 이뤄내야 해외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에너지 자립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내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정부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도서·산간 지역에는 너도나도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고, 도심에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명목으로 창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가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러나 태풍으로 태양광 패널이 부서지는 사례, 흐린 날씨에는 정상 가동하지 않는 패널, 중국산 부품의 마감 처리 부족으로 인한 잦은 고장 등 여러 문제에 노출되면서 한국이 풍력, 태양열 같은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에너지 다각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시장 전체에 공유된 상태다.
석유·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수입 비중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의존도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대체 에너지 의존이 가능한 지역을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일부 국가 및 인구 숫자가 적고, 외부에서 발전소의 전력을 쉽게 끌어올 수 없는 일부 도서·산간 지역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같은 과밀 인구 도시를 기반으로 공업화, 도시화를 이뤄낸 지역에서는 화석 연료 기반의 발전소 이외에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인 오스테드의 페어 마이너 크리스텐센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지난 9월 20일 매일경제가 주최한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오스테드는 원래 석유·가스·원자력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었지만 10년 전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결정했던 사례를 설명했다. 올해까지 4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만큼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낸 데에는 화석연료에 장기적인 미래가 없다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태지역의 미래 에너지 전망에도 국내 전문가들과는 시야가 달랐다. 한국의 해상풍력발전 잠재력이 매우 뛰어남을 강조하면서, 인천에서 현재 건설 중인 해상풍력발전소를 시작으로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풍력을 전력으로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지형과 기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보장되는 지역인만큼, 긴 해안선을 갖고 있고 기후가 적절히 갖춰진 나라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해상풍력발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국내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의 수십조 정책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비싼 비용을 치러가며 확인했고, 해상풍력발전은 국내 사정이 더 나빴으면 더 나빴지,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미 조류에 미치는 영향,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부유사, 수중소음, 전자기장 등등의 복합적인 문제에 대해 안정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덴마크에서 나와 있다. 독일 연구진이 덴마크 앞바다에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먹이잡이 등에 청각을 활용하는 돌고래에게 저주파 소음이 방해 요소로 작용해, 5개월간 해상풍력단지 건설 중에 쇠돌고래 출현량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해상풍력발전에 특화된 사전 환경성 평가 시스템이 없는 만큼 준비 상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육상환경과 사정이 다른 데다 한국의 동, 남, 서해 모두 사정이 제각각으로 다르기에 통합된 평가 시스템을 만들기 쉽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주장이다. 서해안은 조차가 크고 수심이 낮으며, 강과 하천에서 유입되는 부유물 탓에 탁도가 높은 데다, 갯벌이 넓게 분포한다. 반면 동해는 해안선이 단조롭고 섬이 적어 파랑의 영향이 큰 편인 데다, 조차가 작고 남북 방향의 해류가 우세한 특성을 보인다. 남해안은 둘의 중간이다. 해양환경영향평가 시스템 하나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2021년에 해양수산부는 ‘과학기술기반 해양환경영향평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과제에 참여 중인 산·학·연·공 18개 기관은 지난 1년 포함 2025년까지 5년간의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우리나라 해양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지침과 표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즉 2025년은 되어야 해상풍력발전이 한국 해안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토론의 장을 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 의존적인 한·중·일, 현실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
에너지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후쿠시마 일대의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되는 자연재해가 발행하거나,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의 불가역적인 대규모 환경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현실적으로 원자력 발전이 인류가 가진 대규모 발전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발전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싶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어 화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수소차, 전기차가 더욱 보급되어 길거리에서 석유를 태워 움직이는 자동차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탈피한 IT 및 4차산업에 더 초점을 맞춘 산업구조 개혁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 등에서도 나타나듯 화석연료 기반의 시스템은 관리를 위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우나, ‘전기차는 엔진 오일 갈아 줄 필요 없다’는 전기차 광고 문구처럼 설비 관리 이슈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가 적은 반면 자연 자원이 넘쳐나는 몇몇 유럽 선진국들이 성공적으로 대체 에너지로 이전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한국도 같은 도전을 시도하다가는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사실상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 기업에 보조금을 줬다는 혹평이 나오는 사건이 또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