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위기상황, 생존 및 성장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 필요
자금줄 마른 스타트업, 회생 위해 정책자금 필요성 증가 현금 살포성 정책, 단기 정책 아닌 실질 도움 되어야 규제개혁, 제도개선 좋지만 정책 일관성도 중요, 혼선 빚지 말아야
스타트업계에 투자 한파가 몰아치면서 정부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금 고갈로 흔들리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 경색, 스타트업계 정책자금에 눈길 사로잡혀
올해 초 VC(벤처캐피탈)와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매기며 투자 경쟁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스타트업들은 벼랑 끝에 몰려 후속 투자 유치 시 이전 라운드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받는 다운 라운드를 감행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더라도 투자를 반드시 유치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 분위기가 정반대로 전환되며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회사의 하락하는 기업가치를 보며 평가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정부의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정부의 주요 정책자금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아기유니콘200′(중소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중기부·기술보증기금),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아이콘'(신용보증기금)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아기유니콘200은 신시장 개척자금(최대 3억원)과 특별보증(최대 50억원), 정책자금(최대 100억)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은 최대 200억원까지 보증을 지원하며 기술특례상장 추진 시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사전진단 자문서비스도 제공한다.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사업은 신용보증기금이 3년간 최대 100억원 성장자금을 보증 지원하며 혁신아이콘은 3년간 최대 150억원의 신용보증을 제공한다.
정책자금 “매우 도움 된다” 다만 일부 제도개선 요구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 경색이 심화하자 이 같은 정부 정책자금 지원 확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벤처투자 심리가 위축될수록 정부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이영 중기부 장관도 “매년 창업기업 중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는 기업은 2%에 불과하다”며 “정책자금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융자·보증 같은 부분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책자금은 스타트업계에도 긍정적이다. 투자 유치 이외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한 데다 필요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스타트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정부 대책으로 사업비 지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정부의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생태계 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를 꼽아 정책자금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시장의 요구를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 스타트업 성장과 생태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다수 스타트업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기보 등으로부터 보증을 받게 되는데,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등 일부 프로그램은 최대 보증 가능 금액에서 기존 보증금을 제외해 금액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보증 금액을 빼니 프로그램에 선정되어도 보증 금액이 아쉬웠다”면서 “약 20억원 규모는 기보 등으로부터 별도의 절차 없이 보증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증액 확대를 비롯해 프로그램 선정 기업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아기유니콘 경쟁률은 8.4:1로, 올해 상반기(4.7:1)와 지난해(2.6:1)와 비교해 정책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혁신아이콘은 무려 32대 1에 달한다. 이에 한 관계자는 “약 100억원 이상 규모로 3년가량 보증받으면 스타트업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골든타임 확보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중기부, 올해 스타트업 키워드 ‘규제개혁·글로벌’ 꼽아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신산업 유망 창업기업(스타트업) 1,000개 이상을 발굴해 민관 공동으로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국가 경제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전했다. 초격차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만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신산업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로,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이 큰 10대 분야도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10대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 기술 등이다.
이번 중기부의 정책은 기술과 환경의 전환기에 대응해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신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만큼 업력 7년 미만의 기업만 창업 지원 정책의 대상이 됐던 지난 정책과 달리 올해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을 근거로 업력 10년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또 지난 10월에는 유망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예비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 대상 41개 기업을 추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2020-2021시즌에 선정되어 지원받은 100개 사는 선정 이후 평균 고용이 약 2배 성장(91.4%)했으며 매출도 2.5배(149.6%)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2022 스타트업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규제개혁’과 ‘글로벌’을 꼽았다. 그는 “현재 법이나 체계는 산업화 시대에 있던 것”이라며 “비록 규제개혁에 있어서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과감하게 풀어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은 “제가 창업했던 ‘타다’가 규제로 서비스를 종료한 아픔이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통해 상상력이 실제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 장관이 꼽았던 키워드에 더해 ‘생존’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스타트업 생존 위한 정부 정책, 따로 노는 것 아닌 목적성 뚜렷해야
정부 정책에 있어 일관성을 비로쌔 본래 목적에 맞는 정책 이행도 스타트업계의 요청사항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뉴딜 사업의 일환인 ‘뉴딜펀드’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혁신성장펀드’로 탈바꿈했다. 사업 주체는 동일하지만, 사업명과 정책적 지원 분야가 일부 변경되었으며 정책자금의 비중과 규모가 축소되었다. 뉴딜펀드의 연평균 예산은 6,000억원이었으나 새롭게 출범한 혁신성장펀드는 혁신산업과 성장지원으로 크게 구분해 각각 연간 2,000억원(혁신산업)과 1,000억원(성장지원)을 출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뉴딜펀드 사업이 시작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사업구조가 바뀌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혼선이 극대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뉴딜펀드는 그 자체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마중물 역할에 취지가 있었던 만큼 투자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혁신성장펀드의 경우 집중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2023년도 금융위원회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 보고에 따르면 “사업 내용 변경에 따라 뉴딜펀드 투자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가 축소할 가능성이 있고, 5년간 정부가 해당 분야에 투자할 것을 신뢰한 시장의 기대가 훼손되면서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투자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혁신성장펀드의 핵심은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다. 뉴딜펀드에 비해 정책 출자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은 민간 참여를 독려하는 유인책으로 보기에 다소 무리수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산업기술혁신펀드를 4,200억원 규모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기업은행(600억원), 신한은행(400억원) 출자금과 정부 출자금 회수액(500억원) 등의 계획을 밝히며 정부의 실제 출자금이 500억원이었다는 사실이 지난 10월 드러났다.
현재 스타트업은 성장이 아닌 생존에 더욱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투자, 규제와 제도에 집중하며 자금을 끌어모아 성장을 이룩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아낌 없는 지원을 공언한 만큼, 무의미한 정책 변화나 본래 취지와 완전히 반대되는 정책 재구성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