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 에너지 사용량 증가, ESG경영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 중 3분의 2인 197개소, 연간 에너지 사용량 늘었다 서울대학교 10년 연속 에너지 사용 1위, LG 사이언스파크·롯데정보통신은 에너지 사용량 절감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ESG 경영 필요해
인플레이션 기세가 여전히 거세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5.6% 상승했다. 11월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28.7%라는 이례적인 수준을 보였다. 10월부터 인상된 전기/가스 요금이 반영된 결과로, 올해 세 차례나 인상되며 작년 말 대비 각각 17.9%, 38.5% 높아졌다. 이렇듯 살림살이는 나날이 팍팍해지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 추세는 움츠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고공 행진해 왔다. 전쟁으로 촉발된 유럽의 천연가스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했으나 한계에 달하고 있는 데다, 산유국 모임인 OPEC+가 감산 정책에 합의하며 유가 급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 총사용량은 줄었지만,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평균 사용량은 증가해
이렇듯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절약이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 대형건물인 대학교, 병원, 백화점, 업무시설 등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건물 부문의 에너지 수요관리 및 절약을 위해,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 소재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2021년도 에너지 사용량 순위를 공개했다.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Ton of Oil Equivalent) 이상인 건물로, 2021년 말 기준 서울에 316개소가 있다. 이 건물들은 서울시 전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25.8%를 소비하고 있다.
분석 결과 에너지 다소비 건물 총 316개소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97개소가 전년 대비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20년 사이 서울시 에너지 총사용량은 11.8% 줄어든 반면,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평균 에너지 사용량은 2017년 5.81(천TEO/년)에서 2021년 6.25(천TOE/년)로 7.6% 늘어났다.
데이터센터, 단위면적당 사용량 에너지 사용량 가장 높아
지난해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 316개소 중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 시설은 서울대학교로 나타났다. 이어 LG 사이언스파크(EAST), KT 목동IDC 1·2, LG 가산IDC 순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많았다. 서울대학교는 2012년 이후 10년 연속 서울지역에서 에너지 사용이 가장 많은 시설로 조사됐다.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전력 소비량을 관리하고 고효율설비로 교체하는 등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량은 전년 대비 2,543TOE가 증가했다.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건물은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데이터센터가 차지했다. 데이터센터의 단위면적당 사용량은 에너지 다소비 건물 평균(0.069TOE)보다 5.6배 높은 0.386TOE로,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한 데다 일정 온도로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롯데정보통신과 LG 사이언스파크 등은 고효율 냉난방 설비 전환 및 재생에너지 사용 등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었다. LG전자 사이언스파크 서쪽 부지의 경우, 사내 에너지 관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최신 에너지 절감 설비와 효율 향상 기술을 도입해 전년 대비 6.2% 에너지 절감을 이뤄냈다. 또한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도입 및 패시브·액티브 디자인 채택으로 국내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 최고등급’과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리드(LEED**) 최고등급 ‘플래티넘’을 획득하기도 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전기로 압축기를 가동해 냉매 온도를 낮추는 일반냉방에서 낮은 온도의 외기로 냉매를 냉각시키는 복합·프리쿨링 냉방 방식 적용을 통해 10.7%의 에너지를 줄이기도 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ESG 경영 대두, 시범 보이는 삼성과 현대
기업의 이윤 추구는 환경과 사회, 사람을 중시하는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경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 저감 원칙을 다방면으로 적용하며 ESG 경영에 매진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친환경 경영을 중시해왔다. 당시 ‘녹색경영 비전과 중기목표’를 발표한 이후 제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공정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재생 플라스틱 사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약 22만 톤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 국내 사업장 5곳을 ‘경유차 제한구역’으로 설정한 것도 눈에 띈다. 또한 자사 업무용은 물론 협력사의 업무용 차량 2,800여 대를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해당 계획으로 인해 연간 6,2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4.8톤, 질소산화물 41.2톤을 절감해 도시 기후를 개선하겠다는 포부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과 설비 도입, 신재생 에너지 사용도 ESG 경영에 일조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에너지 사용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536GWh, 2019년 3,220GWh, 2020년 4,030GWh의 상승 폭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및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로 미국과 유럽, 중국 내 사업장의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또한 제조 공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보일러 설비를 교체해 열 손실을 저감하고, 공기 압축기를 바꿔 234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 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또한 절전 운전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력 소모 자체를 줄이기도 한다. 제조 공정 중 생성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 현대차는 오·폐수 전량을 재이용하는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먼지 발생을 줄여주는 집진기로 교체하는 등 각 분야의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시설 업그레이드를 공략하고 있다. 나아가 폐합성수지 등 재활용률을 높이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물가 인상, 경상수지 적자, 환율 상승 등의 중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경제를 옥죄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에 달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는 보다 중대한 사안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를 위한 기술 혁신었으나, 전문가들은 이제 기술은 인류의 안전을 위한 최우선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절약과 고통을 분담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묘수가 없는 지금, 정부와 여타 기업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