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초·중등 교육예산 떼내 ‘논란’
초·중·고교 예산 일부 빼서 대학 지원에 쓰겠다 발표, 11조2천억원 책정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 낮아 필수적, 학령인구 감소도 감안해야 시도교육감협의회, 뿌리 교육 망가진다며 특별회계에 반대 입장 피력
15일 오후 국회예산정책처가 국회의정관 3층에서 「2023년도 교육재정 토론회」를 개최해 교육재정의 효율적인 배분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토론회는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앞서 국회와 정부, 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교육재정 개선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교육부 예산은 해마다 수십조원씩 증가하고 있지만, 대학 지원 예산은 작년 11조8,000억원, 올해는 11조9,000억원이며 내년 예산안은 12조1,00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그나마 이 중 4조원이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대출·장학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한국폴리텍대와 한국기술교육대 관련 고용부 예산은 약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은 우선 학자금 지원 사업을 제외한 교육부의 대학 사업과 고용부의 대학 사업을 신설 특별회계로 단일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편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회계 재원은 2023년도 예산안 내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사업에서 8조원, 교육세 3조원이 각각 이관해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에서 확보하겠다고 밝힌 3조2,000억원 상당의 이관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野 “동생 돈 뺏는 것” 與 “여윳돈 균등 배분”
1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별회계는) 17개 시도교육청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3조원을 갖고 생색을 내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러니 동생의 돈을 뺏어다가 형님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발언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굳이 무리수를 둬서 말도 안 되는 국가재정법 14조에도 부합하지 않는 특별회계를 별도로 신설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특별회계가 통과돼서 고등평생교육이 별도의 예산 구조를 갖게 되는 순간 한번 만들어진 교육예산의 시스템 자체는 이제 또 바꾸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교육위 간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분에 돈을 써서 균등한 재정을 배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편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느냐”며 “시도교육청 예산 불용액이 매년 2조원 가까이 나오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은) 재정의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생의 돈을 뺏어서 형님, 누나가 뺏어간다는 식으로 갈라치기 분열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교육감이 있다면 반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초·중·고등학교 교육하고 고등교육하고 다를 수 있겠느냐”고 야당의 지적에 맞섰다.
정부, 고등 교육 1인당 교육비 낮아,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의 뿌리 위태로워”
정부는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로 현재 1조 원 규모의 포괄적 방식의 일반 재정 지원을 1.9조원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2.5조원 규모의 지방대 지원 분야를 신설했다. 또 노후된 국립대의 교육·연구 시설 개선을 위해 약 0.9조원 수준의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9년 OECD 주요국 1인당 교육비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 대비 141.8%로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고등 교육은 OECD 평균 대비 64.3%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ECD38개국 가운데 초・중등교육 1인당 교육비보다 고등 교육 1인당 교육비가 낮은 나라는 그리스를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168개 시민·교육 단체는 1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고등·평생 교육 특별회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교육감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교육을 나무의 생장으로 비유하면 유·초·중등 교육은 나무의 싹, 뿌리, 줄기로 대학 교육은 꽃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을 바로 꽃으로 보낸다면 뿌리가 약해진 나무는 위태롭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유·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재정 당국과 교육부는 유·초·중등 학부모와 교육감협의회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장지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예산이 줄어들면 학생들이 먹는 급식의 질이 떨어지고, 현장 체험 학습 가기도 힘들어지는 등 유·초·중·고의 교육의 질 저하로 나가게 된다”며 “유·초·중·고 (교육)예산을 줄이면서 학생별 개개인 맞춤 교육을 하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초·중·고교생)동생들 밥그릇 뺏어서 (대학생)형님에게 주는 일 더 이상 하지 말라”며 “대학 지원을 하려거든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발 물러선 교육부 장관 “교육재정 개편 밀어붙일 생각 없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재정 개편을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며 “국회에서 주도해주면 기획재정부 설득을 계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어제 교육감 여러분과 조찬 모임을 해 (의견을) 경청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여러 교육재정 개편안을) 다 수렴해서 하나의 안으로 만들어 어떻게든 현실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며 “논의해서 국회 주도로 하는 거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고등교육 재정확충을 위해 교육교부금을 재원으로 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특별회계 관련 기자회견의 발언을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에게는 “그 안은 일종의 출발점”이라며 “계속 보완을 하고 문 의원께서 강하게 말씀해주시면 또 그걸 전달해 기재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