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서서히 베일 벗는다 ’12월 대안 발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12월 노동개혁 권고문 발표할 것 주 52시간제와 연공성 임금체계 수정 개편, “대다수 동의” 노동부 장관, 주 52시간제 수정에 대한 의지 드러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법·제도의 획일적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고 근로자에게 선택 권한을 부여하는 등 자율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7월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의 개혁과제를 발굴하고 검토하는 전문가 논의기구로 노동법, 인사조직, 노동경제, 사회복지, 보건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발족 이후 현재까지 3번째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16일 연구회는 전체회의, 현장소통, 외부전문가 발제 등의 다양한 방법을 거쳐 구체적인 노동개혁 방안과 정책에 대해 제안했다. 내달 발표할 계획인 권고문에는 다양한 노동 이슈가 포함될 예정이며 오는 17일에는 근로시간 제도와 관련하여 검토 중인 대안을 발표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임금체계, 추가 개혁과제, 노사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도 실시한다.
주 52시간제 취지는 공감하지만, 유연성 높여야
주 52시간제도의 효용성 문제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노동개혁 기조 아래 주 52시간제의 유연화를 제안해왔다. 현실의 수요에 맞춘 유연한 공급이 필요한 만큼 특별연장근로인가 사유가 없어도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중소·영세 기업에 초과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회는 67개 기업의 노사 104명과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현 노동시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으며, 20개 업종 노사 4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사 대부분이 근로시간 제도와 관련해 주 52시간제 취지에 공감했지만 자기 계발, 육아, 업무량 변동 등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인사담당자는 “기업 규모나 형태 및 특성 등이 다양한데 근로시간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건강보호조치가 근로자를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한 근로자는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 또는 분기 단위 등 총량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근로자 의지대로 할 수 있게 길은 열어두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밖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됐으나 현실적으로 활용이 어렵다거나 포괄임금 오·남용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편과 관련된 현장의 애로사항이나 지원 필요사항 등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여론은 대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 등 환경 변화에 맞게 노동시장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개별화나 다양화에 있어서의 한계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교수는 “근로시간은 연장근로 총량 단위를 다원화하고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유연근로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과제 선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괄임금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공정한 보상·평가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지원하되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이 좁혀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장관 “법의 사각지대 메울 것”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에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은 최우선 과제인 것이 확실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대안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노동사회포럼 기조 강의를 통해 “노동시간은 급격히 줄였지만 기본적 골격은 유지해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주 52시간제의 수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나아가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호봉제가 지배적인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OECD 국가 중 연공성이 가장 높다”며 “근속 1년 미만과 30년 이상 임금 차이가 3배이며,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에 비해서도 월등한 차이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은 유지하되 일터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의 사각지대나 미흡한 점, 충돌하는 점이 있을 때 그것을 찾는 게 정치고 정부가 할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불법은 안 된다는 기조로 갈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