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어교육의 왕도 ① 영어유치원과 조기 영어교육의 성패
영어에 아쉬움 큰 3040 부모들, 조기 영어교육에 집착 부모의 경제력이 반드시 성적과 비례하지는 않아 양질의 영어교육, 양육환경과 부모의 정서적 지지가 중요
영어유치원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3040 학부모들
2022년 대한민국의 영어유치원 입학 경쟁은 그야말로 전면전이다. 소위 ‘레벨 테스트’를 치르게 해주는 입학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친구와 가족을 전부 동원해 ‘광클’을 시도한다. 광클의 기회가 단 ‘5초’간만 주어지는 탓에 직장 휴가를 내는 학부모들도 있다. 간신히 광클에 성공하면, 영어유치원에서 실시하는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또한 전쟁이다. 때문에 따로 과외를 하거나 학원 족보를 구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예전의 대학입시 광풍 그 이상이다.
영어유치원에 대한 과열된 입학 경쟁의 원인은 현재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주 연령대인 3040세대가 영어에 대한 평생의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다수의 한국 학부모는 그들이 노력한 것에 비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에 비해 말하기에 큰 부담을 느끼며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의 2009년 성적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 응시자의 iBT(internet-Based Toefl) 성적은 120점 만점에 평균 81점으로 157개국 중 71위를 차지했고, 4가지 영역의 평가에서 읽기와 쓰기 영역은 평균 21점, 듣기 영역은 평균 20점을 기록해 전 세계 응시자 평균인 각각 19.9점, 20.5점, 19.9점에 비해 높았지만, 유일하게 말하기 영역에서는 전체 응시자 평균 19.7점보다 낮은 19점으로 121위를 차지했다.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조기교육, 특히 일찍부터 영어로 말하는 환경에 노출할 수 있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부모의 경제력이 영어 실력 향상에 끼치는 영향은 있으나, 다분히 제한적
미국의 언어학자인 조지타운대학교의 앨리슨 매키 교수는 8세 아이와 20세 성인의 중국어 학습능력 실험을 통해 말을 빨리 배우면 배울수록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들이 인지적으로 더 성숙하기 때문에 언어학습의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영어 실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연구개발원(KDI)이 2012년에 발표한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 기재된 ‘가구소득에 따른 과목별 수능성적의 차이’ 도표에 따르면 가구소득 1만원당 수능 백분위 상승 폭은 수학, 0.019%, 국어 0.022% 상승하는 것에 비해 영어는 0.029% 상승, 즉 부모의 소득이 100만원 상승하면 자녀의 수능 영어 점수는 2.9점, 수학은 1.9점, 국어는 2.2점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돼 소득에 따른 수능성적의 차이는 수학, 국어보다 영어에서 두드러짐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 성적이 다른 과목에 비해 부모의 경제력과 투자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다만 영어학원에서 고객인 학부모들에게 절대 말하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다. 가계소득이나 부모 투자의 영향이, 상위권으로 갈수록 적어진다는 것이다. 비단 영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 학업성취도에 가계소득이 미치는 영향은 많은 연구에서 ‘비선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모가 가난하거나 학업에 많은 투자를 못 해주는 환경일 경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유의미하게 떨어지지만, 부모가 부자라고 해서 혹은 투자를 많이 해준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아주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업성취도에 대한 가족 소득 수준의 영향은 저소득층일수록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났다. 학부모들의 이상향인 상위권 영어실력을 가진 학생은 부모가 가진 재력과 정보력이 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 셈이다.
양질의 교육기관을 고르는 안목과 부모 본인의 실력도 중요
결국 중요한 것은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투자 금액보다는 양질의 교육을 실천하는 교육기관을 찾는 것이다. 단순 영어교육이 아닌 일종의 영어몰입교육형으로 영미권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영어로 통섭적인 지식을 학습하도록 가르쳐주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부모 스스로의 영어 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영어유치원은 입학설명회 등을 통해 부모의 조력이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유치원을 다닌다 하더라도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부모인 만큼 이는 타당한 지적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스트레스를 케어해 줄 수 있는 부모의 정서적 지원이 영어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야 한다. 일반 유치원과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유아들 중 일상적 스트레스와 문제행동 등에 대한 수치를 조사한 결과, 영어유치원에 재학하는 유아가 높게 나타났다. 일상적 스트레스 중 좌절감 경험 항목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으며, 문제행동 중에서는 불안·우울 등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모의 절대적인 정서적 지원이 중요하다. 성취와 경쟁 중심인 영어유치원 환경에서 아이의 성곡적인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1순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