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된 ‘망 사용료 부과’, 정부는 신중론만 되풀이

과기부·공정위 “망 사용료 의무화, 신중해야” 법안 통과 상당 시간 소요 예상 트위치-유튜브 등 글로벌 CP 우호 여론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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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망 사용료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과기부와 공정위에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급격히 돌아선 여론을 의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부-공정위 “망 사용료 부과, 신중해야”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김건오 위원은 최근 국회 과방위에 ‘망 사용료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에게 국내 통신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개정안 조항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에 명시된 불공정 거래행위와 중복되는 데다가, 이중 규제가 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개정안 조항 중 ‘정당한 대가 지급 거부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는 내용에 대해 “개정안이 제시하는 ‘정당한 대가’에 대한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구체적 기준이 필요한 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과기부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인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수용”…법안 통과는 언제?

공정위와 과기부가 망 사용료 의무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소극적인 목소리를 낸 가운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기본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12일엔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한 변상규 호서대 교수가 “현재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유발한 트래픽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요금을 내고 있다. 이는 결국 인터넷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을 근거로 망 사용료 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교수는 “국내 전체 ISP는 매월 428억 원, 연간 5,139억 원의 편익을 넷플릭스 구독자에 제공하고 있다. 이중 SK브로드밴드는 연간 1,465억 원의 편익을 넷플릭스와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예시를 들며 망 사용료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의무화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업계의 목소리와 달리 공정위와 과기부의 신중론이 제기되며 법안 통과는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방위는 당초 오는 17일 망 사용료 2차 공청회를 개최할 방침이었지만, 지금까지 토론자 명단과 구체적 날짜 및 장소 등을 발표하지 않아 파행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CP에 우호적인 여론 형성

정부에서 이처럼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는 데는 트위치, 구글 등 글로벌 CP들의 여론전이 효과를 거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위치는 한국 이용자 화질 제한에 이어 VOD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망 사용료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용료가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를 운영 중인 구글은 망 사용료 입법화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크리에이터에게도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은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 반대에 대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망 중립성 수호’를 외치는 오픈넷의 서명 운동에는 15일 현재 27만 명이 넘게 참여하며 국내 통신사들에게서 등을 돌린 여론을 보여주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망 사용료 입법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자, 정치권에서는 신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청래 과방위 위원은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기 위한 편협하고 왜곡된 결정이 국내 CP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사용료 관련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여러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국내 기업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통신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달 ‘망 무임승차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나’라는 주제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론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도리어 “2·30대 남성들이 사실과 다른 정보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부추겼다.

그동안 잘 이용해오던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며 소비자들이 실질적 피해를 입은 데다, 망 사용료에 부담을 느끼는 글로벌 CP들이 한국 사업을 축소 또는 철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국내 이용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소모전에 들어선 여론을 의식하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핵심 논의와 실질적 해결책 마련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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