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미디어 산업 발전, 과감한 규제 개선 필요”

한국방송학회(KABS) 가을 정기 학술대회 노창희 디지털산업연구소 위원 “방송 사업자 규제 완화 필요” 급진적 변화, 주의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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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방송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유튜브 캡처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OTT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방송 콘텐츠 업계가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한국방송학회(KABS)의 가을 정기 학술대회에 참석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디어 전환기,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방향’ 세션에서 발제를 맡아 국내 방송 콘텐츠 관련 규제와 개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방송 시장 침체, 이제 광고 시장까지 위축될 위기”

노 연구위원은 “팬데믹을 겪으며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청자가 급증해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인 데 반해, 지상파 및 유료 TV 사업자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미 시장의 침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외 OTT 사업자들이 광고를 도입하는 등 이제 방송 광고 시장까지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콘텐츠 산업이 해당 분야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산업 발전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시장은 2008년 IPTV의 도입으로 유료 방송 플랫폼 시장 내 경쟁 가열과 함께 본격 성장을 시작했다. 이후 시장의 성숙기와 함께 국내 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안정적인 토대가 마련되어 있었던 덕분에 글로벌 OTT는 한국에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료방송이 2008년의 법제에 묶여 있는 동안 OTT는 방송법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덕분에 훨씬 적극적인 시도를 거듭했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은 쇠퇴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2021년 디지털 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를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료방송 VOD 매출은 2018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배경엔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활성화가 있었다. 노 연구위원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적용되던 방송 관련 법체계가 개편되지 않고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며 법 제도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OTT 플랫폼에 비해 더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대형 OTT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위해 광고를 비롯한 방송 관련 법제를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은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투자 부담까지 고려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팬데믹을 지나며 방송 광고 시장이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해외 OTT들이 잇따라 광고를 도입하며 유료 방송 업계는 광고 수익의 감소까지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 기반 시청 환경 익숙한 시청자들…비슷한 수준의 규제 필요

노 연구위원은 “국내 시청자들은 OTT의 활성화와 함께 인터넷 기반 시청 환경에 익숙해진 상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방송 광고 관련 법제를 인터넷 매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재 시장의 문제점인 규제의 경직성을 극복한다면 시장 내 경쟁이 자유롭고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면 훨씬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어 우수한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허가 또는 승인을 받는 방송 사업자들의 경우, 현재의 경직된 인허가 방식이 아닌 사업자 개개의 특성에 맞춘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직된 인허가 방식과는 상반되는 부관조건 역시 문제로 꼽았다. 이들 사업자는 부관조건으로 붙은 다양한 조건을 이행하는 경우에만 해당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부관 조건 차제가 사전 규제처럼 작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끝으로 노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방송 사업자가 적용받고 있는 규제는 글로벌 OTT와 비교했을 때 큰 격차가 존재한다”고 짚으며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진적 변화, 주의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노 연구위원의 발언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그는 “현재 방송 관련 규제가 경직되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OTT 수준으로 방송 규제를 완화하는 급진적인 변화는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흡연이나 음주 장면 등이 아무런 규제 없이 노출되는 것이 과연 괜찮을지에 대한 고민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주장처럼, 방송 콘텐츠 산업 활성화는 고품질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시청자의 편익 증진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오늘날 미디어 콘텐츠의 시청자는 국내에만 있지 않다. 최근 많은 인기 프로그램들이 국내 방송 직후 OTT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도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 역시 꿈꿀 수 있게 된다. 과거 한류 열풍이 불었을 당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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