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고객 동의 없이 투자상품 권유 못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업권별 방문판매 모범규준 8일부터 시행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불초청권유 금지 범위 확대 금융사 직원과 소비자의 교류가 활발한 경우 불초청권유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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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위원회>

앞으로 소비자에게 방문·전화 등을 통해 투자성 상품을 권유할 때는 방문 전 소비자 동의를 확보한 경우만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고위험 상품은 권유할 수 없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령 개정안, 업권별 방문판매 모범규준이 8일부터 시행된다고 전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예정

이번 개정안은 개정 방문판매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위한 거래가 규제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피해 발생 우려가 커진 점을 반영해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의 평온한 생활을 침해하는 과도한 방문판매 방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불초청권유 금지 범위를 확대했다.

지금까지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소비자 요청이 없는 경우 방문판매를 통한 투자성 상품 권유를 금지하고 있으나 시행령에서 넓은 예외를 인정하여 장외파생상품을 제외한 모든 투자성 상품에 대해 사실상 불초청권유가 가능했다.

또한 업권별 협회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방문판매 시 지켜야 할 사항을 만들어 판매업자들은 이에 따라 판매원 명부 관리, 소비자가 요청하면 신원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상품 방문판매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논의 중에 있다”라며 “이 역시 향후 국회 입법 논의 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금융소비자보호법 및 감독규정 입법 예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입법 예고했다. 당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는 소비자와 접촉하는 채널은 아니지만, 향후 사모펀드 판매에 관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며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판매 상황에 따라 상품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불초청권유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소비자이자 사모펀드 투자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 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실제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현장을 보면 불초청권유를 목적으로 한 방문인지 아닌지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렵다”라며 “오히려 개정안이 부당권유를 한 금융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사모펀드 투자 권유받은 사례 중엔 금융사 직원과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며 친분을 쌓은 경우가 많다. 전화나 방문을 수시로 하니 불초청권유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라며 “‘한 번 놀러 가겠다’하고는 금융사 직원 여럿이 가서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상품 소개를 하면 이들을 신뢰하던 소비자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투자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금융당국이 부당권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금융사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곤 한다. 권유 금지 확대가 모호한 규정인 만큼 일반 소비자의 투자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본다”라며 “나중에 금융사고가 터진 후에 금융사에 면피용 규정으로 작용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업계, 사전 동의 여부 큰 영향 없을 것

소비자뿐만 아니라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업계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상품을 소개받는 소비자는 자본이 있고 투자 성향도 공격적인 경우가 많다”라며 “이들이 사전 동의 여부를 신경 쓰진 않을 듯하다. 현장에서 처리할 서류만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모펀드 투자자를 일반 소비자라고 볼 수 있을지, 애초에 고위험 상품은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지 않는데, 사전 동의가 투자에 큰 영향이 있을지 의문을 보였다. 또한 동의 방식에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서류로 쉽게 받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고위험 금융상품을 전화·방문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판매는 전화로 매매하는 경우가 없다. 대상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소득 적격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전화만으로 수억 원짜리 상품을 누가 가입하겠나. 전화나 방문판매 비중이 높은 건 보험업계”라면서도 “전화나 방문판매로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건 소비자에게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아예 금지하는 게 안전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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