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업종 출하 차질 3조5,000억…“금주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검토”

화물연대 파업 12일 동안 출하차질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 업계, 운송사와 차주들의 복귀 늘어나 철강, 석유화학 일부 업체에서 감산 준비에 돌입하는 등 생산 차질 발생할 가능성 높아져

160X600_GIAI_AIDSNote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3일 충남 천안시 대한송유관공사 천안저유소를 방문해 화물연대와 저유소 운영현황 파업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업종 피해 상황 점검 및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출하 차질에 국한됐던 피해가 생산 차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엄중한 위기의식하에 열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화물연대 파업 12일 동안 철강 및 석유화학, 정유, 자동차, 시멘트 등 5개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는 3조5,000억원(잠정)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 증가

철강, 석유화학의 경우 일부 업체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감산을 준비해야 하는 등 생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 분야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가 85곳으로 파악되는데 대부분이 수도권 이외 강원, 충청 등의 지역이다.  반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는 운송사와 차주들의 복귀가 늘어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88%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정상화 조짐을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국가 핵심산업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유, 철강, 석유화학 분야의 피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되기 이전 이번주 중에라도 선제적으로 업무개시명령 발동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정부가 불법행위에 대해서 무관용, 엄정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듯이 기업들도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묵인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전했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주최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화주 단체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일일 시멘트 수요는 성수기 기준으로 약 18만∼20만t(톤)”이라며 “평일 기준 10% 미만 출하로 하루 180억여원의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해 시멘트 업계의 경영 악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비조합원들조차 화물연대의 위협과 운송거부 동조로 수송을 기피해 동해, 단양, 제천 등 시멘트 생산공장은 물론, 수도권 유통기지는 완전히 출하 중단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9일째 이어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물류대란, 수출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라며 “시멘트, 정유, 철강 등 주요 업종의 손실액은 일주간 1조6,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분야에서는 출하량이 이전보다 4배가량 늘었지만, 아직 평소의 50%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어서 전국 건설현장의 60% 정도는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된 상태”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유소의 재고 문제도 운송거부 사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은 운송사와 화물차주께서는 국가 경제와 민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3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의 국내에서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2조4,0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1조6,000억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조 파업 8,000억원 등의 손실 규모를 합한 수치다.

화물연대 파업의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효과

2019년 전주용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등이 낸 ‘리츠-스폴딩(Ritz-Spaulding) 투입산출모형을 활용한 화물연대 파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파급효과(피해 규모)는 연간 60조4,058억원으로 나타났다. 1주일 동안 파업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1조1,616억원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산업의 생산제약이 공급망 붕괴, 유통망 교란, 최종재 운송, 생산비 상승 등 국민경제의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화물연대 파업은 단순한 물동량 감소와 수출 차질의 측면에서만 감안할 것이 아니라 산업간 연계 구조를 고려한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파악해야만 (정부가)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내년 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외환위기 못지않게 어려운 시기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다. 화물연대가 집단 파업에 돌입한 것은 어렵게 버티고 있는 민생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성장동력의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다. 이러한 엄중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안기게 될 화물연대의 파업 사태에 대해 정부는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