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안전운임제, 안전이 우선인가? 화물연대의 이익이 우선인가?
안전운임제 일몰, 2020년에 3년 한시제도로 시작, 폐지하려는 정부에 반발하는 화물연대 화물연대와 정부 간 타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업무개시명령도 그중 일부 현재의 대치 상태는 결국 수익 배분 분쟁, 화물운송기사들에게 출구 열어줘야 타결될 듯
안전운임제 일몰 논의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이어진 가운데, 안전운임제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와 화물차량 운전사의 이익 확보를 정부 개입으로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강경대응을 고집하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화물연대)과의 타협 불가를 선언한 상태고,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서울시 내 대부분의 주유소에는 휘발유가 바닥난 상태다.
대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화물운송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을 안전운임제 그 자체보다 이익 배분의 문제로 보고 있다. 안전운임제 그 자체가 운송료를 20~30% 인상해주는 제도로 작용하는데, 한시적 제도의 일몰이 다가왔기 때문에 화물연대가 집단행동으로 일몰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2020년 첫 시작은 화물차량 운전주의 수익성 보전 목적
지난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인상하자, 화물운송기사들의 소득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간의 소득 차이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화물운송기사들이 수면을 아껴가며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해가며 벌어들이는 급여와 편의점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같은 급여를 받는다며 불만이 나오자, 당시 정부에서는 안전운임제라는 이름으로 화물운송기사들에게 최저임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불만 달래기를 시도했다.
이전부터 화물차량 근처에서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일반 운전자들 사이에서 공유된 지식이기도 했고, 실제로 많은 화물운송기사들이 수면 시간을 아껴가며 무리한 운행을 반복하는 것이 시장의 관례였던 만큼, 추가 비용을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물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이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를 실시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교통사고가 12% 감소하는 동안 화물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690건에서 745건으로 늘고, 사망자는 21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각각 8%, 42% 늘어난 셈이다.
화물연대에서는 단순히 2년간의 통계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으니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하자, 정부는 2년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을 인정하고 3년 추가 연장해 총 6년으로 시행기간을 늘리고, 5년 차에 재검증을 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으나, 화물연대는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떼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안전운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업무개시명령,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물연대와 정부의 타협안
화물연대가 정부 요구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에 정부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을 선포하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차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노무현 정권에서 만들어졌던 화물차 허가제에 대한 반대급부로, 화물차 시장에 신규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대신 화물차주들은 정부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담긴 대통령 긴급명령 중 하나다. 가까운 예시로 지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 금융실명제가 있다.
2003년 당시, 화물차량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되자, 운송기사들이 집단 반발한다. 운송대란을 겪으며 노무현 정부는 화물차 허가제를 통해 신규 화물차량은 번호판을 받아야 화물 운송업을 할 수 있도록 공급 총량 제한책을 내놨다. 단, 화물면허를 무기화할 수 없도록 업무개시명령을 도입했고, 화물연대에서는 추가적인 반대급부를 요구해 유가보조, 유류세 감면 등을 비롯한 각종 정부 지원을 얻어내게 된다.
안전운임제 연장, 혜택은 누가? 손해는 누가?
안전운임제로 일반 화물 운전주들은 약 25%, 시멘트 공급차량 운전주들은 약 100%에 가까운 추가 이익을 봤다. 화물연대 파업에 일반 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국민 세금으로 보전을 해 줬는데 더 이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화물연대 측에서는 ‘화물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경우 굳이 위험한 화물트럭을 몰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미 안전운임제 시행을 논의하던 2019년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실질 복지가 화물운송기사들보다 더 좋았다고 반박한다. 최저임금이 더 오른 만큼, 안전운임제로 추가 보장되는 임금이 없으면 많은 기사들이 다른 직장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탓에 결국 수습은 우리가 하는 꼴’이라는 불평을 털어놨다.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안전운임제 시행안을 한시 제도로 선택했기 때문에 현시점에 일몰 논의가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前) 정부가 정책 실패를 했던 부분을 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상황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저임금이 이미 오른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안전운임제가 아니더라도 화물운송기사들이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센티브는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누구한테 지우느냐에 달린 문제인데, 화물운송기사들이 물가 상승의 책임을 온전히 감수하라는 것도 사회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