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과 대북정책, 대한민국의 안보는?
바이든, 한반도 완전 비핵화·한미일 공조 외쳤지만, 자국 여론 서늘 CCGA 여론조사, 미국 여론의 77% “북한 외 다른 외교현안에 집중했으면” 점점 더 과감한 도발 감행하는 북한, 국민 안전 위해 대책 마련 시급
국회입법조사처는 26일,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과 국내 여론의 상관관계’를 다룬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은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있어서 국내 여론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론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나라는 국가안보 및 민족 특성상 미국의 대북정책 입장과 전략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내 국민 여론이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의 입장과 전략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미국 국민들의 북핵 여론이 좌지우지하는 대북정책, 강경책과 협상책
북핵에 대한 여론은 대북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다. 북한에 대한 호감도 증가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 관여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며, 제2차 북핵 위기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한 부시 행정부에서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치는 토대가 되었다.
북핵 여론은 또한 미군의 참전과 주한미군의 역할에도 영향을 주는데 실제로 북핵 위협이 심각할수록 유사시 미군 참전에 대한 찬성의견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여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간 ‘하노이 회담’이 불발되어 북한의 미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악화된 바 있다. 이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3월 ‘잠정 국가안보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을 통해 대북정책의 기조를 드러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지역안정에 도전을 제기하면서 지속적으로 판도를 바꿀 획기적인(game-changer) 능력과 기술을 추구”하는 위험 국가로 인식했다. 동시에 한국, 일본과 함께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대북정책을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으로 규정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외교적 옵션을 모두 사용하되, 한·미·일의 공교한 협력하에 진행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국 국민 대다수, “북한 관련 의제는 선순위 아냐”
최근 북핵과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보다는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CCGA(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시카고 국제 협의회)가 실시한 2020년 조사에서 미국 국민들은 북미협상이 비핵화를 도출할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84.8%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지난 2010년대 초반 CCGA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 여부, 무역 관계 수립에 대한 찬반 여부, 협상 및 대화 여부에 관해 설문했을 때 대다수 미국인들은 북한의 체제전환(regime change)을 도모하는 것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라며 각종 제재 방안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2022년 조사에서는 미국 여론의 77%가 북한 외에 다른 외교현안에 집중하라는 의견을 낸 것이다. 10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며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 국민들은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행보를 달리했다. 대부분 주둔 미군에 대한 적절성은 긍정했으나, ‘세계질서의 유지를 위해 수반되는 비용은 해당 국가가 더욱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둔 비용의 부적절성이나 주둔 규모가 지나치다고 답변했다.
북한의 핵 시설 관련해서도 핵 파괴를 위해 지상군을 파견한다던가, 핵 개발 시설을 폭격하자는 의견은 급격하게 하락했으며 경제적 제재나 외교적 협상 방법에 대한 선호도도 소폭 하락했다. 오히려 2020년 조사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인정하고, 핵보유국으로 여겨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 올라왔다.
미국 내 여론 움직이지 못하면 한반도 비핵화도 어려워, 국가적 대책 필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대다수 미국인들이 북핵 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 향후 외교정책 결정 시 북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유인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주요 외교·안보 정책 결정자들이 외교 및 대북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 여론과 친민주당 성향의 매스미디어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역시 미국 여론이 ‘중국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 매우 강경하게 반응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인플레감축법’(IRA)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의 최근 외교정책은 경제에 초첨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은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의 목표를 ‘중산층’에 맞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미국 국민들이 북핵 협상에 대해 회의적이고, 북한이 아닌 다른 외교현안에 더 집중한다면 이는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도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중 관계, 유가 안정을 위한 중동외교 등 다양한 외교적 현안에 직면한 상태이다.
따라서 비핵화에 대해 미국 내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는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무인기를 대한민국 영공으로 보내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엄중한 국가안보와 국제적 협력을 대북 전략으로 내세운 이번 정부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