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회 떠나는 MZ, 공무원 보수체계 적절한가?
재직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 4,000명 넘는다 인사처 공무원조직 개혁 부르짖지만, 진짜 이유는 ‘낮은 급여’ 공무원연금마저 불안정, ‘헌신하는 공무원, 일 잘하는 정부’ 어떻게 이루나?
최근 급등하고 있는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에 대해서 인사혁신처에서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인사혁신처는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이유는 다양하다며 조직 혁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지만, 관련 조사 결과 ‘낮은 보수’가 이직(퇴직) 의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30대 공무원들의 퇴직 러시, 진짜 이유는?
30일, 김성훈 인사혁신처 국장은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열풍에 “퇴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021년 공무원연금 가입자 통계에 의하면 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퇴직자는 약 1만여 명이며, 이 중 임기 만료로 인한 당연 퇴직자들을 제외한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규모는 4,300여 명이다.
김 국장에 따르면 인사처는 젊은 세대 공무원들이 공감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8월 ‘공직문화혁신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또 공직 인사 청년자문단을 구성해 MZ 공무원의 목소리를 인사정책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며, 하위직 공무원의 봉급 수당 인상 등 처우개선 방안을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년층 공무원들의 퇴직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 국민의힘)은 지난해 재직기간 5년 이내 공무원 퇴직자가 급등한 것을 지적하며 공직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이 조사한 ‘공직생활실태조사’ 중 재직기간 5년 이하의 40.6%가 ‘이직 의향’ 항목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항목에서 전체 나이별로 보았을 때, △20대 46.2% △30대 41.2% △40대 33.4% △50대 이상 24%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해 청년 공무원 세대의 이직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이직 의향 이유에 장래성 미비, 공무원 인식도 하락, 딱딱한 조직문화보다 ‘낮은 보수’에 관한 이유가 압도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직을 원하는 재직기간 5년 이하의 공무원 절반 이상도 낮은 보수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사기업 대비 매우 낮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올해는 1.7% 인상되었지만, 이는 2023년도 물가상승률인 5.1%를 훨씬 밑도는 수치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공무원 조기 퇴직 이유를 ▲낮은 보수 ▲조직문화 회의감 ▲업무 과다에 따른 스트레스 순으로 거론했다. 즉, 행정안전부에서 5년간 1%씩 정원을 감축하고 기획재정부에서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새 정부 정책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속사정이 드러난 것이다.
박 의원은 “인사혁신처의 공직 문화 혁신 기본계획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나 속도감이 부족하다는 일부 의견들이 있다.”며 “청년세대 우수 인재들이 공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혁신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급여문제, 공무원연금 재정 안정화도 시급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직문화혁신기본계획’에 따라 현 시대변화를 반영한 공무원 인재상을 재정립하고, 그 기준으로 인사 체계를 개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헌신하는 공무원, 일 잘하는 정부’라는 비전을 내세우면서도 오히려 공무원연금 재정계산을 앞당겨 공무원연금에 대해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새로운 안을 거론해 공무원 노동조합의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계산은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점검·진단하는 것으로 원칙상 5년마다 실시해야 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는 적자 규모와 함께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조정해야 할지 등을 추산한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26일 사전브리핑에서 올 상반기 내로 40년 이후의 재정수지가 어떻게 될 지 연차 별로 계산해본다며 “물가지수와 연동돼 중장기 예측을 하는 게 쉽지 않지만, 국민연금과 맞물려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미 지난 1996년, 2000년, 2009년, 2015년 4차례 이뤄졌음에도 적자가 심각하다. 올해 추정되는 적자만 약 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개혁이 시급하지만, 기금 고갈을 이유로 국민연금에 손을 대는 일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공무원 특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정부에서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노인빈곤해소와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연금공대위)는 공무원연금 재정계산을 앞당기는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또 “연금소득 공백 해소 등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즉각 이행하고, 공무원연금 소득 공백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김 처장 역시 사전브리핑 이후 “노조의 반대 목소리가 클 것 같지만 국민의 눈높이나 공감대 차원에서 공직사회도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당분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메카인 노량진 거리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는 시민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량진 공시생들은 “168만원 벌기 위해 고생하기 싫다”며 다른 취업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자신이 사회에서 다른 일을 할 경우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핵심은 돈 문제다. 공무원 사회의 퇴직률과 진입률이 보수의 경직성, 낮은 임금 책정, 불안정한 공무원연금 등에 있다면 개혁해야 할 부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도 최저임금(주 5일, 52시간 근무기준)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차수인 9급 공무원의 경우 최저임금을 훨씬 하회한다.
젊은 공무원들이 연거푸 퇴직하고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신규 지원자들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이 상황을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민에 헌신하는 공무원사회 혁신이라는 정부의 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