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기초 학문에 9,556억원 지원 ‘실제 체감되는 효과는?’

교육부, ‘2023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 추진 들여다보니, 과학기술 분야 중심의 지원? 매년 하는 지원사업, 그저 대학 지원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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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육부

26일 교육부가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를 통한 학문의 균형 발전과 건강한 학문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23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인문 사회·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총 15,925개 과제에 대해 9,556억원을 지원한다. 작년 대비 예산은 약 5% 증가했으며, 지원 과제 수는 약 4% 증가했다.

인문 사회 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은 학술연구역량을 강화하고 학술연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인문·사회과학 학술진흥(개인 연구) ▲인문 사회 연구 인프라 구축(집단연구) ▲한국학 진흥 ▲학술연구 기반 구축 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문·사회과학 학술진흥(개인 연구)

먼저 인문·사회과학 학술진흥을 위해 교육부는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학문 후속세대부터 우수연구자에 이르기까지 인문 사회 분야 연구자들을 성장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학술·연구 초기 단계의 비전임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3,452개 과제에 예산 952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예산과 과제 수를 대폭 확대한다.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도 신설해 박사과정생이 국가의 핵심 연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문 사회 연구 인프라 구축(집단연구)

교육부는 연구소·대학 등이 학술연구 거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 기반을 구축·강화해 나간다. 연구 인력의 지속적 육성 기반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에는 인문 사회 분야 융복합 연구 및 사회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인문 사회 중심의 융복합 연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인문 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중 융복합연구과제(미래공유형)를 확대하고, 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SSK) 내에 의제(어젠다) 연구를 신설해 복잡·다양화된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인문 사회 기반 융합인재를 양성하고자 대학 간 공유·협력체제도 구축해 인문 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융합 교육·연구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인문 사회 융합인재 양성대학’ 사업을 새롭게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학 진흥 사업

2026년까지 한국학 진흥 사업을 위한 ‘한국학 자료 통합플랫폼’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이를 통해 한국학 자료의 공유·연계 및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외 중요 고서·고문헌을 수집·제공하는 등 한국학을 내실화해 나간다. 또한 한국학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강화하고 한국 고전 중 해외의 관심도와 연구 수요 등을 고려해 선정된 주요 저서의 외국어 번역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적으로 한국학 보급·확산에 나선다.

학술연구 기반 구축

학술연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학술자원 공동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학술연구에 대한 정보 격차를 완화해나간다. 특히, 글자 인식 기술(OCR)을 적용한 학위 논문 음성서비스 지원으로 시각장애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170만 건으로 확대한다.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은 이공학 학술연구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학문 후속세대 지원 ▲대학 연구 기반 구축 ▲학문 균형발전 지원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문 후속세대 지원

박사과정생부터 박사 후연구원까지 학문 후속세대의 성장단계에 따른 연구 기회를 제공해 연구자로서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 1,571명의 박사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

대학 연구 기반 구축

올해 228개의 대학 중점연구소와 핵심 연구지원센터를 지원해, 대학 내 지속 가능한 연구거점 구축과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는 등 대학 연구 기반 구축에도 나선다. 올해는 특히 대학이 대학연구소들을 총괄적으로 지원하고 신진 교원과 젊은 박사후연구원의 혁신적 공동연구 수행을 지원하는 체계를 자율적으로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대학 중점연구소 사업을 일부 개편해 램프(LAMP) 사업을 새로이 추진한다.

학문 균형발전 지원

상대적으로 연구 여건이 열악하고 연구비 지원이 적은 연구자(비전임 연구인력·비수도권 연구자) 및 학문 분야(보호 분야·학제 간 융합)를 지원하고, 올해 5,038개 과제에 대해 연구비 2,943억원을 지원하는 등 학문 균형발전 지원에도 나선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미래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기초 학문 분야의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학술연구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지식 창출을 유도하고 인문 사회·이공분야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을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말과는 달리 다소 편향된 지원?

국가 R&D 100조원 시대라고는 하지만, 실제 과학기술 분야와 인문 사회 분야의 국가 연구비 차이가 컸고 제도적 논의에서 거의 모든 것이 과학기술 중심으로 가 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결과물이 확실히 보이는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쏠린 탓이다. 여기에 더해 민간의 투자는 대부분 응용과 개발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치중하고 있는데, 정부마저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인문 사회 분야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 기초 학문에 대한 제언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지난 2021년 9월에 발간된 ‘인문 사회 학술연구지원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 입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가 많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 사회 분야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고등교육기관의 위기가 이어지며, 인문 사회 학술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건전한 학술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학술연구지원에 대한 올바른 방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물이 나오는 과학기술 분야에만 지원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기초 학문 학술지원의 중점이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기초 학문 연구 중심의 대학 내 연구소에 대한 지원의 확대 및 기초 학문 연구의 안정적 기반 확보를 위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지원해주면서 대학 통제하는 정부

작년에도 학술연구지원사업에 대한 종합계획은 발표했었다. 사실 올해와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다. 작년 대비 예산만 물가 상승분만큼 더 들어간 수준이다. 매년 예산을 들여가며 나름대로 지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학 지원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들의 자립을 바닥으로 내려놓은 다음, 세금으로 대학을 지원해주면서 대학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정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탓이 크다.

미래 인재를 만들어내고 학문의 질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필수다. 대학은 그런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이 처한 현실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며 동시에 통제를 받는 상황이다. 얼핏 좋은 혜택이었던 듯한 반값 등록금이 결과적으로는 각종 규제에 대학을 묶어버리며 학생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꼴이 돼버린 것이다. 현재와 같이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성장은 요원하다. 대학 스스로 자립성을 갖고 각 대학이 경쟁할 때 비로소, 교육의 질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별반 차이 없는 지원 계획을 내놓고 그조차도 편향된 지원을 하면서 뒤로는 대학 운영에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한다. 지원금에 의존하여 대학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소홀히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자립하여 기초 학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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