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해 과금한다

금융위원회, ‘데이터 전송 요구량’을 고려해 과금할 예정 “시스템 구축 및 운영비만 수백억원 냈다”, 과금체계 반기는 일부 사업자들 반면 업계에선 “글쎄…” 당장 수익모델 없어 비용까지 추가되면 더 회의적

160X600_GIAI_AIDSNote
사진=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해 데이터 전송 요구량을 고려한 과금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항목이 확대되는 등 정확한 원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실제 납부 시기는 내년 1월로 미루기로 했다.

금융위는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한 과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원가의 추가 분석·검증을 진행한다. 지난해 약 9개월간의 데이터 전송 원가를 분석한 결과, 정확하고 세부적인 과금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원가자료를 추가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오는 12월 이후 정보제공기관, 마이데이터 사업자, 관련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워킹그룹 논의 등을 거쳐 상세한 과금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과금 기준에 대해 “중소형 사업자의 재무적 부담과 경제·영업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것”이라며 “2024년 이후 마이데이터 산업 성숙도를 고려해 주기적으로 원가 재검증과 과금체계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과금체계 필요”, 작년 한 해 시스템 구축·운영비에만 1,293억원 들어가

마이데이터 과금체계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과금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으로 나뉜다. 먼저 과금체계를 요구하는 측은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용기관에만큼은 최소한의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비용이 의무정보제공자,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계기관 등 해당 기관들의 사비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2022년도 시스템 구축비는 연 372억원, 운영비는 연 921억원으로 총 원가는 1,293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마이데이터 업체에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사들에게 마이데이터 제공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해당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당장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 “과금까지 하면 서비스 도입 더 망설여져

마이데이터 과금체계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당장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거나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당장의 과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수수료 과금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특히 기존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서비스 자체를 유료화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개인화에 집중된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아 사용자에 의해 전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 비즈니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신중희 사업개발실장은 “마이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연구 및 탐구하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과도한 비용이 들게 된다면 이러한 노력은 적어지고 산업이 축소될 수 있다”며 “오픈뱅킹 조회 비용으로 마이데이터의 과금 기준을 벤치마크할 경우 토스뿐만 아니라 중소사업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연간 운영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자체로 수익화할 수 있는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된다”며 “혁신으로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사업자들이 오히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결국 운영 최소화를 통해 서비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보험업계에선 여전히 주저하는 상황,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의 향방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모든 금융사가 적극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서도 특히 보험업계 대다수는 아직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보험업계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추진을 주저하는 이유는 뚜렷한 수익모델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다. 보험은 카드사와 같이 소비와 직결되는 산업군이 아니므로 소비 성향 등의 데이터를 주로 활용하는 마이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좁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난해 예비허가를 내거나, 본허가를 신청한 업체와 이미 사업을 개시한 업체 모두를 합해도 10곳이 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사용에 대해 추가 비용까지 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할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프라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데만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그런데 그런 일에 수익모델이 불분명하기까지 하다면 누가 시작하겠나”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센터에는 보험사 어플도 제대로 활용 못 해 늘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며 “그런 상황에 비용까지 내가며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서비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