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다음 달까지 민간단체 지방보조금 들여다본다
행안부, 전국 지자체별로 수립한 자체 조사계획 2월까지 조사 추진 부정 수급과 회계 처리 위법성 중점적으로 점검, 조사 결과에 따라 자체 감사 진행 윤 대통령의 ‘보조금 투명성’ 국정과제, 정권 비판 단체들의 운영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어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비영리민간단체 지방보조금에 대한 자체 조사계획을 수립해, 오는 2월까지 조사를 추진한다. 행정안전부는 10일 17개 시·도 기조실장회의를 개최해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 지방보조금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교부받는 부정 수급과 회계 처리의 위법성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조치 및 필요 시 지자체별로 여건에 맞게 자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를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전국 지자체가 지원하는 지방보조금에 대해서도 자체 점검 등을 통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방보조금법에 따른 지방보조금의 사전·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고, 1월부터 2단계 시행 중인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보탬e)의 조기 정착도 추진한다. 현재 지자체는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를 통해 예산 편성 단계부터 보조 사업의 수행, 정산·검사 및 사후 제재 단계까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지방보조금의 관리 절차를 철저하게 이행함으로써 부정 수급을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2단계 시행 중인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로 지방보조금 집행 방식을 지방자치단체 전용 계좌 예치를 통한 선검증-후교부·집행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행안부는 이와 별도로 자치단체의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 받아 보조금 집행 과정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추가로 점검한다. 이후 확인·점검 결과를 종합 분석해 지방보조금 업무 절차 개선 사항을 도출하고 적극적으로 제도 및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자치단체별 자체 조사 진행 시 지방보조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으며, 지방보조금이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제도개선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지원한 민간단체 보조금 내역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행안부가 지원한 민간단체 보조금의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18년에는 총 70억 8백만원을 투입했으며, 한국사회봉사연합회, 지역 발전 정책 연구원, 재단법인 스마일, 한국노동복지센터,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환경 정의, (사)한국YWCA연합회,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국제옥수수재단 등이 수혜를 입었다.
2019년에는 총 70억 8천 8백만원을 지원했고, 건강사회운동본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무지개봉사단, 재단법인 스마일, 금융소비자연맹, 환경과사람들, (사)한국YWCA연합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이 선정됐다.
2020년에는 총 72억8백만원으로, (사)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 재단법인스마일,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단법인 카자(KAZA), 사단법인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등이다.
2021년에는 총 68억4천8백만원으로, (사)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사)선진복지사회연구회, 재단법인스마일, 독도사랑 음악회, 한국경제문화연구원 등이 내역에 올랐다.
‘보탬e’로 바뀌는 보조금 지급 시스템
이번 조사를 기점으로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질 예정이다. 특히 지급 사전·사후 절차를 보다 철저히 다룬다. 지방보조금 집행이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인 ‘보탬이(보탬e)’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예산 편성과 사업 수행, 정산·검사까지 모두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부정수급자 명단을 공표하고, 반환 환수 명령을 하거나 제재부가금 부과 등 사후제재 기능도 ‘보탬e’에서 진행한다.
보통 지방보조금은 먼저 지자체가 단체에 교부한 후 사업이 완료되면 수기로 회계를 정산하는 방식을 따랐다. 이러한 ‘선(先)교부 후(後)정산’ 탓에 부정수급이 많았다는 문제점에 따라 ‘선검증 후교부’로 전환된 것이다. ‘보탬e’ 집행은 오는 7월 시·군·구로 확대된다.
‘보탬e’라는 명칭은 지난 10월 온국민소통을 통해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시민의 목소리를 모은 결과다. ‘보탬이(보탬e)’는 ‘보태어 도와준다’와 전자시스템의 ‘e’를 합쳐, 지방보조금을 통해 국민 생활에 보탬을 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은 지방보조금의 교부ㆍ집행ㆍ정산 등 업무 전 과정을 전자화해 지방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만들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1단계 사업을 완료한 후, 지방자치단체에 지방보조금 예산 편성 기능을 일부 제공했다.
내년 1월부터 지방보조금 집행 내역과 대국민 정보 공개 서비스를 포함한 2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024년 1월에 지방보조금 부정 수급 관리 등을 포함 전면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번 공모를 통해 지방보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의 기능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창섭 차관은 “자치단체별 자체 조사를 진행할 때 지방보조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며 “지방보조금이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
이 같은 방침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비영리 민간단체보조금의 투명성’을 선정했을 때부터 예고됐다. 이미 지난해 말 대통령실은 정부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 조사해 보조금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자체를 통한 지방보조금도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이후 ‘부패 척결’, ‘법과 원칙’을 앞세워 노조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 공시의 근거와 항목, 절차 등을 담은 입법안을 다음 달 발의할 방침이라고 전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보조금의 투명성’은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들의 운영 방식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조성해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 교수는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사용 방식을 점검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활동 내역까지 조사하는 급작스러운 감시 방식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는 “투명한 검증을 위해서 (조사)절차의 투명성, 합리성이 먼저 담보돼야 한다”며 “검증의 기준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수 조사를 하게 되면 부정 회계 등 불법적 요소가 나오지 않더라도 사업·보조금 축소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보조금 지원 대상 비영리 민간단체(601곳)의 현황 파악에 나섰던 대구시는 ‘선심성’ ‘관행적’ 지출 명목으로 101곳의 올해 보조금을 전액 삭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수조사와 보조금 지급 방식 전환 등은 시민단체 운영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더 클 것”이라며 “이같은 분위기 자체가 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보조금 지급 방식 등은 전환된 후에는 되돌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사례에서 보이듯, 정부가 불법 여부와 관계 없이 금액을 줄이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아야 진정한 시민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보조금 지급 방식을 채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