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린데’사 유치 성공… 반도체 희귀가스 공급망 안정화 도모
경기도,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인 ‘린데’사 유치 성공 경기도·평택·린데, ‘투자양해각서’ 체결,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망 안정화 도모 반도체산업의 중심 경기도, 인프라 구축·인재 양성 등 반도체산업 육성에 팔 걷어붙인다
경기도가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인 미국 ‘린데(Linde)’사 유치에 성공했다.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새해부터 순항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3일 평택시 고덕면에 위치한 린데 평택공장을 방문해 정장선 평택시장,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과 함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 각서의 골자다.
이로써 경기도는 세계 1~4위 반도체 장비 회사를 유치한 데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소재 기업인 린데까지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빙하기를 뚫고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는 평이다.
김동연 지사는 새해 첫 투자 행보에 나선 이날 자리에서 “작년에 반도체 장비 업체 1위부터 4위까지 경기도에 유치하는 대단한 성과를 냈는데, 이번에 세계 1위 산업가스 생산업체인 린데사가 추가로 투자하게 됐다”라면서 “반도체 소재 기업까지 합류해 (경기도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반도체 메카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IMF 위기나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느꼈던 점이 많이 있는데 위기 때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고 대처했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와 미래가 크게 달려있는 것을 많이 목도했다”면서 “린데는 이번 투자 결정으로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큰 발판을 만들 것으로 믿고 있다. 경기도는 린데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마음 놓고 기업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존 패니카 린데아시아태평양 회장은 “린데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한국 내 현지 생산 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라며 “고객들의 사업에 가치를 더하고 최상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린데의 산업가스 생산시설 설립 및 반도체 희귀가스 중심 산업가스 생산의 성공을 기원하며,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라며 “앞으로 진행되는 린데의 공장건립을 위하여 원스톱 기업서비스 제공 등 각종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 린데
린데는 세계 최대의 산업용 가스 생산 및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소재하며 반도체, 석유화학, 식음료,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군에 산업용 가스와 관련 설비를 공급한다. 린데의 산업용 가스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산소부터 전자제품 제조를 위한 특수가스, 청정연료로 사용되는 수소 등 다양하게 응용된다. 연간 31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이 린데의 유명세를 증명해준다.
린데의 창시자는 칼 본 린데(Carl von Linde)로, 냉각 기술과 공기 분리 프로세스를 발명한 과학자다. 린데가 1897년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하며 약 140년의 역사를 지닌 가스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가스 산업을 넘어 화학, 식품 및 음료, 전자, 헬스케어 등 보다 넓은 업종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8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나라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린데코리아의 경우 서울 본사를 포함해 총 26개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와 평택시, 린데코리아와 ‘투자양해각서’ 체결
경기도와 평택시는 지난 3일 린데코리아와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린데는 2031년까지 1천500억원을 투입해 현 시설 옆에 위치한 1만3천㎡ 부지에 생산시설을 연차적으로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증설되는 시설은 크립톱·제논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가스를 중점 생산하는 곳으로, 2025년 3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크립톤·제논·네온 등의 반도체 희귀가스는 지구상에 극미량만이 존재한다. 대량 생산이 어렵고 인공적인 생산이 불가능해 희소성이 높은 한편, 반도체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재로 대외의존도가 높다. 이에 린데코리아는 린데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희귀가스를 국내로 들여와 고객사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약으로 인해 앞으로 국내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하게 돼 의미가 깊다.
경기도는 이번 투자가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한국 반도체산업 기반 강화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전량 수입하던 희귀가스가 국내에서 생산되면 상당한 수입대체효과가 발생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과 세수 또한 확보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린데코리아는 현재 평택 현곡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 임대 전용 산업단지에 산업가스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희귀가스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 중이던 린데코리아는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현곡 산업가스 시설 인근 부지확보를 추진했다.
이에 경기도는 린데 현곡 공장 바로 옆에 입주하고 있으면서 갑작스러운 사업 환경 변화로 외투단지 출구 전략을 모색하던 A사와 린데코리아를 연결하고, 두 기업 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해 이번 협약을 끌어냈다.
반도체산업의 중심 경기도, 반도체산업 육성에 팔 걷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향한 경기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예정된 일이었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가 반도체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전국 대비 64%의 반도체 소·부·장 공급 사슬 구조가 집중된 지역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의 중추 기지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중심지인 도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가 양극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세계 수출 점유율 상위권에도 불구하고, 낮은 원천기술 자립도와 국산화율, 인력난 등은 반도체산업을 위협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치열한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기도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경기도가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이유다.
먼저 인력난 해소를 위한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인력난은 반도체산업의 만성적인 악재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도내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은 연간 1,200여 명에 달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만성적 결원과 보충 인력 부족이 반복되며 전문성과 숙련도가 약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는 지난해 4월부터 차세대 융합기술연구원을 비롯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도내 대학 및 기업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나아가 반도체 기술인력 양성과 함께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육성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도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반도체 소부장 요소기술 테스트베드 구축 공모 사업’에 선정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 연구 장비 구축에 필요한 국비 262억원을 확보했다. 정부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국 5개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여, 소·부·장 기업에 대한 실증지원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도모하는 게 공모 사업의 주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국비 262억원과 도비 115억원 등을 더해 3년간 총 416억원을 투입해 도내 반도체 소·부·장 분야 연구개발에 필요한 전용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내 1200평 규모 전용공간에 시제품 성능평가와 분석·시험, 설계지원 등에 필요한 총 24종의 연구 장비를 오는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