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미래 의제라는 ‘양극화’ 문제, 21대 국회의 대응은?

‘경제적 불평등 및 정치·사회 양극화 해소’ 21대 국회가 꼽은 가장 중요한 미래 의제 중장기 관점에서 여야가 공존하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논쟁적인 “중대한 법안을 논할 수 있는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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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회미래연구원

지난 2일,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 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가 미래 전략 Insight’ 제60호(표제: ‘양극화’ 문제에 대한 국회의 대응)를  발간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사회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국회에서도 양극화 완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법안들이 제안됐다.

보고서는 국회미래연구원이 21대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회에서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미래 의제로 ‘경제적 불평등 및 정치·사회 양극화 해소’를 1순위로 꼽았으나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양극화 문제를 다루는 법안 중 실제 입법화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국회의 논의는 단기적인 재정 지원정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인해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여당과 야당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의 갈등 여지가 크지 않고 단기적인 추가 재원 확보대책이 필요하지 않아 정당 간, 상임위 소속 의원 간 합의가 용이한 법안들은 통과한 반면, 구조적인 변화 및 갈등적인 이해대립이 결부된 법안,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정책 등 정치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중대한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진행이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극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중장기 의제의 차원에서 국회의 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극화 문제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제기돼 온 사안으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첨예한 갈등을 생산적으로 조정해 중장기 차원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중요하므로, 여야가 공존하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현석 연구위원은 “2023년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해로 논쟁적인 중대한 법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적기이다. 작년에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위 등이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미래 의제 쟁점들을 공론화하는 데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최우선 미래 이슈, 양극화 해소

양극화의 심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국가 미래 의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갈등을 확대하고 정치의 갈등관리 기능을 약화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양극화와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은 공론장을 무너뜨려 국회의 중장기 의제 기획 기능이 취약해지는 원인이 됐다. 2022년 11월에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실시한 미래 의제 인식조사에서 총 152명의 의원 중에서 49명, 총 244명의 보좌진 중에서 63명이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를 시급하게 다뤄야 할 미래 이슈 1순위로 응답했다. 또한 의안정보시스템(likms.assembly.go.kr)을 통해 21대 국회 상반기(2020년 5월 30일~2022년 5월 29일)에 제안된 법안 중 제안이유에 ‘양극화’라는 단어가 포함된 법안의 주요 내용 및 진행 상황을 조사해 총 84건 중 바다의 수온 양극화에 대처하는 법안 1건을 제외한 총 83건을 분석했으며 분석 대상으로 포함된 83건 이외에도 양극화 관련 법안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양극화 관련 법안의 내용별 분류 및 처리 결과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제안된 양극화 관련 법안들은 ▲소득 양극화 ▲대·중소기업 양극화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지역 격차 및 지방분권 ▲의료 양극화 ▲교육 양극화 ▲노동 양극화 ▲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 및 기금 마련 ▲사회적 경제 및 공공부문 강화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의 확산 속에서 고통 분담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 4건이 통과됐다. 그 외에 지역 격차 해소와 관련된 법안 3건,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및 공정거래 분야 2건, 교육양극화 2건, 의료 양극화 2건, 도농 격차 완화 1건, 소득양극화 1건이 통과됐다.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을 위한 조세개혁 및 기금설립, 노동 양극화,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해 다루는 법안들이 다수 제안돼 계류 중이나, 2022년 12월 1일까지 처리된 법안은 없다.

입법화된 양극화 관련 법안들의 주요 내용은?

21대 국회에서는 양극화를 의제로 도농 격차, 소득 불평등, 대·중소기업 격차, 교육, 취약계층 지원, 지역 격차, 의료 접근성 등 다양한 정책 이슈들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입법화된 법안들의 다수는 보조금 혹은 지원금 지급이나 조세부담 경감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들 법안은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되 수혜 대상을 확대하거나 일몰을 앞둔 제도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며 이해당사자들이 반발할 여지가 크지 않으므로 합의가 용이하다. 그 외에도 공정거래강화, 평등한 교육 접근성 확보,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틀 정비 등의 영역에서 법률안이 통과됐다.

먼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체계적으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의 손실을 보상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국민에게 위로금을 지원하며, 고통 분담을 위해 필요한 재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금융 이용 기회가 제한되는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와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공사가 개인채무자의 부실자산 정리, 부실기업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 영세자영업자의 경제적 회생 기회 부여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공사의 목적 조항을 정비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칭적 소득감소로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저소득 청년들의 자립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자산 형성 지원의 대상에 청년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기본 직접 지불금 지급 대상 농지의 자격을 완화해 지급 대상을 늘리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로 창업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종료 예정인 창업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하는 것이 그 내용이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납품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사회 이동성 저하와 교육의 계층 사다리 기능 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의 모집인원을 의무적으로 확대하고,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전형을 확대하도록 권고한다. 평생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4차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등 급변하는 산업·직업구조에 걸맞게 평생교육 체계를 정비해 교육서비스의 질 개선을 도모한다. 문화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년마다 수립하는 문화진흥 기본계획에 지역 간 문화시설 격차 해소 및 균형 있는 문화진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문화양극화를 해소한다. 국가자치분권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양극화, 지방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설치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실업 및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원확보의 일환으로 의약품 공급자가 약사법 제4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처분받는 경우 ‘공익적 목적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징금 재원을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에 사용한다.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으로 공공의료서비스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성과 보상 공제 사업의 가입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의 범위에 공익활동을 주로 수행하는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을 포함하도록 하여 공공의료 인력난 해소에 기여한다.

한편,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들은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양극화 해소 대책특위 구성, 조세개혁 특위 구성, 사회연대특별세 도입, 사회연대기금 설치 등에 관한 논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관심을 받았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된 현재까지도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노동의 양극화 완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다수 제안됐으나 논의가 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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