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하던 경기도 구청사 웨딩홀로 활용, 시장 친화적인가?

경기도 구청사, 공공 웨딩서비스로 활용한다 잔디마당 야외웨딩으로 사용, 준비는 백지상태 지방 청사 사례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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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청사 잔디마당/사진=경기도청

경기도청이 팔달 구청사에서 광교 신청사로 이전하며 구청사에 대한 활용방안 여부를 발표했다. 구청사 활용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반년간 경비 공백이 생겨 약 2억원의 손실이 있었는데, 25일 공공 웨딩홀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한 것이다.

팔달 구청사는 1967년 6월부터 사용되었으며, 10개 동 연면적 5만4,074㎡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광교 신청사가 지어짐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의 모든 부서는 신청사로 이전했다.

비어 있는 경기도 옛 청사, 공공 웨딩홀로 변모한다

경기도는 수원 광교로 청사 이전을 완료한 후에도 공실이 된 팔달 구청사의 활용방안과 주변 상인들과의 상생 안을 내놓지 않아 많은 빈축을 산 바 있다.

실제로 경기도청은 팔달 구청사 활용방안을 두고 경기도와 도의회가 이견을 보여 공실 기간이 길어졌다. 이에 구청사의 경비 공백을 막기 위해 6개월 동안 2억원 이상의 금액이 구청사 부지 내·외부 관리 등의 예산으로 빠져나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미령 팔달산 상인회장 역시 “도청에 연관된 업소들이 많았는데 주 고객이 다 떠나고 나니까 저희는 굉장히 장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초 경기도는 구청사를 행정·문화 복합 공간으로 조성,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구청사 신관에 배치하고 신관 뒤편 잔디광장에 재난종합지휘센터를 증축, 영화 세트장 조성 등의 다양한 계획을 구상했으나 모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경기도가 경기공유서비스를 통해 행사·회의목적의 업무용 공공시설을 저렴한 비용에 결혼식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 웨딩홀 서비스’를 내세우며 구청사 활용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기공유서비스(share.gg.go.kr)는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경기도 내 회의실, 체육시설, 공유 주방, 스튜디오 등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는 통합 예약 서비스로 2,800여 개시설이 등록되어 있다. 현재 공공 웨딩홀 서비스로 제공되는 시설은 경기도 구청사 내 잔디마당, 의왕시청 대회의실,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 고양시청 일산호수공원, 포천여성회관 대회의실 등 7곳이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구청사 잔디마당은 야외시설로 3월부터 11월까지 예식이 가능하며, 사용료는 2시간당 5만원이다. 또한 신부 대기실 용도의 실내 공간과 넓은 주차장은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구청사가 결혼 전문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직접 기획·운영하거나, 웨딩 전문 업체에 위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친환경적이고,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예비부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는 평가다.

김해련 경기도 자산관리과장은 “공공 웨딩홀 서비스는 시작 단계로 비록 참여 시설 수는 적지만, 예비부부의 결혼식장 확보에 대한 어려움 해소와 결혼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향후 운영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군 및 공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예비부부의 선택폭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웨딩 수요 줄어드는데, 활용방안 한계 드러났다. 탁상행정 아닌 혁신 필요

일각에서는 팔달 구청사 내부의 잔디마당을 결혼식장으로 활용한다는 의견에 대해 20, 30대 여성 관점으로 짜인 아이디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저출산과 비혼주의, 여성 사회참여 증대 등의 이유로 기존의 민간 결혼식장들마저도 폐업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백지상태인 잔디마당을 결혼식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강남구 역삼1동에 위치한 ‘라움’이라는 회사는 소유하고 있는 야외 잔디 공간을 웨딩 행사뿐 아니라 비즈니스, 문화, 예술 공연, 교육 등 다양한 행사 장소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사례를 보았을 때 2시간 이용료 5만원이라는 초저가 웨딩홀로의 공간대여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문업체 외주 또는 MOU 방식으로 좀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고려가 없는 단순하고 단편적인 활용방안에 아쉬움이 제기된다.

물론 경기도에서 제시한 다른 방안, 이를테면 농산물 장터 공간 활용이나 대관 등의 방안도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옛 청사의 대표 행사인 경기도청 벚꽃축제도 내년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구청사 산책로를 정비하고,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 등 시설물 보강과 환경정비를 통해 도민들이 찾는 산책 명소로 조성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구청사 활용 공약인 ‘사회혁신복합단지 조성’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식화했다. 김 지사는 조만간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행정절차를 이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방 청사의 경우, 강원도청사 신축 부지에 대해 ‘강원도청사 부지 활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 참여자는 옛 전라북도청사 부지에 전라감영을 복원해 구도심을 활성화하고, 근대문화재로 가치 부여가 가능한 파생 안들을 발표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강원도청사 지역을 캠프페이지로 활용한다는 발표 안을 냈다. 이외에도 충남도청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냈다.

하지만 경기도청은 청사 이전 준비를 오랫동안 한 것에 비해 이렇다 할 제대로 된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던 와중, 이번 저가의 웨딩홀로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그리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구청사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비난에 번갯불에 콩 볶듯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용방안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검토를 통해 실질적으로 도민들이 필요로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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