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확정, 또 다른 패스트트랙 사례 되나?
서울시, 여의도 한양아파트 관련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최고 200m 높이의 초고층 건물 계획, 금융중심지 지원형 도심 주거단지로 패스트트랙 적용해 오세훈 표 ‘스피드 주택공급’ 실현되나? 지켜봐야
서울시에서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이에 해당 지역을 상업, 오피스, 주거가 결합된 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조성해 사람과 자본, 기술과 일자리를 끌어모으는 매력적인 여의도 도심 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확정 공고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기존의 경직된 규제에서 벗어나 융복합적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개념으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발표했다. 이는 주거 중심 단일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 특색에 맞게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상향하여 업무-주거지 간 단절을 없애 기존 용도지역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여의도 재건축, 끝내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이번 서울시 도시계획 사업의 주요지역으로 선정된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여의도 국제금융특구에 밀접한 주거단지이다. 서울시는 해당 지역의 용도변경 제한을 낮춰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는 대신 비주거시설과 오피스텔, 외국인 전용 주거 등 금융중심지를 지원하는 다양한 주거유형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36,363㎡, 588세대)는 1975년 준공된 노후아파트로, 주민들은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을 준비해 왔지만, 지난 2018년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논란에 가로막혀 사업추진이 보류된 바 있었다. 이 때문에 여의도가 금융중심지로 성장하며 신축 건물들이 계속해서 들어서는 동안에도, 한양아파트를 포함한 ‘여의도 아파트지구’는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방치되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년 동안 자치구, 주민, 전문가와 함께 수십 차례에 걸친 토론과 계획 조정 과정, 주민들과의 적극적 소통을 거쳐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했다.
확정된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한양아파트는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지 기능을 지원하는 대표 단지(최고 200m 이하, 1,000세대 규모)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미래 여의도의 도심기능을 지원하고 24시간 활성화된 주거지’를 목표로, ▲금융중심지에 어울리는 특화 주거 및 융·복합적 토지이용 ▲활기와 휴식이 있는 상업·업무 가로 조성 ▲신설 역세권 대중교통 연계체계 구축 ▲도시와 한강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경관이라는 4가지 계획원칙을 수립했다.
복합주거공간으로 재탄생할 한양아파트 부근, 금융권 종사자 편의 돕는다
먼저, 서울시는 여의도 국제업무지구와 주거단지를 연계해 24시간 활력 넘치는 지역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존 주거용도 중심의 재건축에서 벗어나, 상업, 오피스, 커뮤니티, 문화시설 등 비주거시설을 복합적으로 계획하고, 오피스텔, 외국인 금융종사자 지원 등 여의도 도심에 걸맞은 주거단지 조성을 전제로 용적률을 상향한다. (3종 일반주거 300% → 일반상업 600%, 공공기여 40% 내외(토지 기준 35% 내외))
또 여의도 일대가 금융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공공기여 시설을 조성하고, 금융권 종사자에게 쾌적한 사무공간을 제공하거나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업무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제금융로’와 ‘여의대방로’는 ‘상업·업무 가로’로 재조성 된다. 국제금융로는 현재 2미터가량 되는 보도 폭을 10m로 넓히고, 저층부에 포디움 디자인의 연도형 상가를 계획해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여의대방로 부근에는 수변문화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등 공공개방 커뮤니티시설을 계획하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길을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동 편의를 위해 한양아파트역(가칭)을 신설하고 공공공지를 설치해 지역 활성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지하철 출입구 신설 및 대중교통 환승시설(모빌리티 스테이션 등) 설치를 위한 가용공간을 확보하고, 선큰(Sunken, 지상에 노출된 지하공간) 광장 등 특화 설계방식을 통해 단지 내 개방 커뮤니티시설 등과 연계한다.
끝으로 여의도 전체 스카이라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물 최고층수는 200m 이하 범위 안에서 설정해 63빌딩과 파크원(Parc1) 빌딩을 기준으로 ‘U’자형 입체적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북측 대교아파트 방면으로 일조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국제금융로변에 고층 타워를 배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이어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됨에 따라 여의도 일대 재건축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신속통합기획의 절차 간소화를 적용받아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며,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 및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로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속통합기획과 패스트트랙, 여의도도 포함되나? 스카이라인 상승 요구도↑
한편 지난 17일, 서울시는 앞으로 신속통합기획안에 패스트트랙(자문방식)을 도입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패스트트랙을 적용할 경우 통상 5년 정도 소요되었던 기존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되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도입한 ‘스피드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 요소로 민간 주도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심의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것이 골자이다.
한편 서울 마포역 인근에서 운영 중이던 서울가든호텔과 주변 일대가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지역으로 선정돼 주거·호텔 복합건물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이에 지하철 5·6호선,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공덕역 역세권에 35층 규모, 231세대의 주상복합건물과 근린생활시설·주민공동시설·키움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더욱 탄력받고 있다.
당초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 신청지역 중 주민 제안이나 지구단위계획이 있는 곳은 패스트트랙을 원칙적으로 적용한다고 되어있어, 이번 여의도 국제금융특구 지역에도 패스트트랙이 도입되어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여의도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빠른 진척이 가능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신속통합기획이 제자리걸음이던 서울 재건축 단지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서울 도심의 일부 주택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조남준 도시계획국장 역시 “이번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사업추진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안정적인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도시·주거공간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여의도 금융특화지구 재정비를 맞아 스카이라인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은 북한의 방공 위협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스카이라인을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건설기술이나 항공 기술력, 국방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므로 그에 맞춰 새롭게 스카이라인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 있었던 북한 무인기 정찰 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이 융복합시대에 기존 도시계획의 틀을 넘어, 비욘드 조닝 개념을 주거지역에 도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신속통합기획이 주택공급뿐만 아니라 도시의 미래 경쟁력 창출과 주거공간의 혁신을 이루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