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초과생산량 의무매입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 후 거부권 행사될 전망

쌀 초과생산량의 의무매입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두고 여야 대충돌 조정훈 “개정안, 시장경제의 막중한 예외” 尹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 농민에게도 도움 안 된다”며 거부권 행사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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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에 초과생산량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과정을 두고 거세게 충돌한 여야는 법 내용을 두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개정안의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은 “수정주의 헌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안이기에 위헌 소지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타 작물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배”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1948년 제정된 법률로, 양곡의 수급 조절을 통한 식량확보와 경제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1970년대 시작된 녹색혁명 성공 전까지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렸던 과거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법이다. 그러나 최근 공급과잉으로 쌀가격이 하락해 쌀농가의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장에 초과공급되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野 “쌀 만큼은 식량안보 관점에서 지켜야” 與 “혈세낭비 개정안, 실효성 없을 것”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은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생산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쌀가격 하락으로 벼 재배면적이 계속 줄어들면 돌이킬 수 없는 식량안보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에, ‘쌀’ 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도시화 등으로 농업이 소외되고 농민이 농촌을 떠나가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말 그대로 농민들의 쌀값이 너무 떨어져서 정말로 민생의 어려운 사정들을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이라는 수정주의 헌법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법안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등 개정안에 반대하는 반대하는 쪽은 정부의 쌀 초과공급량에 대한 의무구매가 벼 재배면적의 감소 추세를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가 변하지 않는 한 대세의 변화는 없기에 개정안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에서 개정안에 따라 정부가 쌀의 초과공급분을 의무 ㄹ구매할 경우 올해는 7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이후 투입예산 규모가 점점 늘어 2030년에는 1조4천억 원이 소요되지만, 양곡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이기에 쌀값은 전혀 오르지 않으면서 혈세 낭비성 법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박형수 의원 등을 중심으로 타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예 전반적으로 위헌이라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범야권에 속하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헌법질서, 우리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에 막중한 예외를 인정하는 순간”이라며 “그럴 만큼의 정책적·정무적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양곡관리법의 위헌성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도시 근로자들은 왜 일해야 하나”라며 “자기 임금을 시장에 맡겨서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내는데, 농민은 시장 격리조치를 의무화해서 적정 소득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나. 이것이 형평에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같은 조 의원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현재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조 의원을 크게 비난하고 있으며, 여권 지지자들은 “저런 사람이 왜 민주당에 있나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尹,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 행사 방침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지금 생산되는 쌀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 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더해 “가격의 안정과 우리 농민들의 생산에 대한 어떤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무제한 수매라고 하는 양곡관리법은 결국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양곡관리법의 경우 여야의 기본 철학이 전면적으로 충돌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체적인 예상대로 본회의 부의 후 야당 단독 처리로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법인세 관련 법안이 그랬듯이, 윤석열 정부 들어 법안의 기저에 깔려 있는 기본적인 여야의 철학 차이가 부각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경우 대체로 여야 간의 갈등 끝에 법안 추진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곡관리법 역시 비슷한 루트를 밟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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