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최초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 정식 서비스 시작, 시장은 갈 길 멀다

베타 서비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메타버스 열풍 편승한 것 아닐까 걱정되기도 핵심 가치 자유·동행·연결 실현 위한 세 가지 공간 구축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도입 단계, 하드웨어 보급 문제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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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세계 도시 최초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인 서울시의 「메타버스 서울」 1단계 서비스가 시작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개념 행정 서비스인 메타버스 서울은 비대면의 일상화·정보통신의 발전이라는 최근의 큰 사회적 변화와 디지털 세대의 주류화를 반영하기 위해 계획됐다.

서울시는 자유·동행·연결 세 가지를 메타버스 서울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공간을 구현하는 과정에 반영했다. 1단계 서비스는 지난해 초 도입 단계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구축됐는데, 경제·교육·세무·행정·소통 다섯 개 분야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향후 확장-정착 단계를 거쳐 2026년까지 시정 전 분야의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이 가상 공간에서의 신개념 공공 서비스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서울시 팟캐스트 채널 ‘정영진, 최욱의 걱정말아요 서울’ 287회에 출연해 “서울시가 공공 분야에서 메타버스 도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가상 공간에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단계이고 앞으로는 고도화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만의 장점을 살린 콘텐츠를 도입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발전된 메타버스 서울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베타 서비스 실시, 메타버스 열풍 구색 맞추기 될 우려도

정식 서비스는 이번에 시작됐지만, 시민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베타 서비스를 통해 메타버스 서울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오경희 서울시 디지털정책담당관은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이노베이션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 서울’을 소개하며 “통신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연말연시 행사를 진행하거나, DDP 가상 패션쇼를 여는 등 다양한 시민 참여형 메타버스 행사를 했다. 그러나 일회성 위주의 콘텐츠여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서울시 내부 업무 시스템과 연계하기 힘들었다. 결국 각 행정 업무 부서와 직접 연계된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들은 모바일 앱에 접속해 3D 가상공간에 구현된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등을 돌아볼 수 있었고, 민원서비스·120다산콜센터·증명서 발급 등 기타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메타버스 서울이 다른 수많은 공공기관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메타버스 열풍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출시된 플랫폼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대부분의 행정서비스들을 정부24·국세청 홈택스·중소벤처24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서울은 기존에 온라인 처리가 불가능했던 것들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장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자유·동행·연결 실현 위한 공간에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한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의 세 가지 핵심 가치인 자유·동행·연결을 실현하기 위해 각각 ‘창의·소통 공간’, ‘차별 없는 초현실 공간’, ‘현실 융합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우선 창의·소통 공간에서는 책 읽는 서울광장, 계절별 미니게임, 메타버스 시장실, 시민 참여 공모전 서비스가 제공된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거닐며 전자책을 읽거나 서울시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미니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 시장실을 그대로 재현한 메타버스 시장실에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를 하거나, 의견 제안함에 자신의 의견을 등록하고 답변을 받을 수도 있다. 모든 공간은 월드맵을 이용해 쉽고 빠르게 돌아다닐 수 있다.

차별 없는 초현실 공간에서는 핀테크랩, 기업지원센터, 서울 10대 관광 명소 체험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핀테크랩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의 홍보 부스를 방문해 홍보 자료를 보거나 기업 대표를 만나 사업에 관한 교류를 할 수 있는데, 외국인과의 소통을 돕기 위한 번역 서비스도 제공된다. 기업지원센터에서는 경영·창업·법률·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위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비대면 상담을 해 준다. 아울러 시민이 선정한 서울 10대 관광 명소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해 언제 어디서든 방문할 수 있게 했는데,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된 정보도 제공하고 있으며 추후 외국인의 언어 설정에 맞는 음성 안내 서비스도 시행할 예정이다.

현실 융합 공간에는 청소년 멘토링 가상 상담실, 120 민원 채팅 상담, 민원서류 발급, 택스스퀘어(지방세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서울런 멘토링 서비스’에 참여하는 멘토와 멘티가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 멘토링 가상 상담실에서는 아바타를 이용한 상담이 진행된다. 청년 지원 매니저 맞춤형 상담 서비스인 ‘청년 상담 오랑’도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120 민원 채팅 상담을 통해서는 주민등록등본 등 일곱 가지 행정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고, 택스스퀘어에서는 ‘챗봇’을 이용해 세금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도 구축돼 있다.

하드웨어 낮은 보급률·높은 가격, 갈 길이 먼 메타버스

IT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인프라스트럭처(VR(가상현실)·AR(증강현실)·HMD)’ 보급 확대를 메타버스 시장의 본격적인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VR·AR 기기 시장은 연 1,000만대 수준에 불과한, 스마트폰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기기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지난 13일 애플이 올해 하반기에 VR·AR 기술을 합친 MR(혼합현실)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기기의 출고가는 2,000달러~3,000달러(약 250만~370만원)로 점쳐졌다. 작년 10월에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VR 헤드셋 ‘퀘스트 프로’를 출시했는데, 이 역시 1,499달러(약 185만원)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금리 인상이 낳은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기도 했다. 시장 분석 업체 CSS 인사이트는 지난해 VR 헤드셋의 글로벌 출하량이 전년보다 12% 줄어든 960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사업의 본격화를 위해 페이스북에서 이름까지 바꾼 메타는 지난해 이 분야에서 1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결국, 메타버스 시장이 현실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을 발표하면서 서울시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성과를 올렸고 미국 타임지로부터는 메타버스 공공 분야의 ‘2022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점을 자랑하면서, 메타버스 공공 분야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민간에서도 아직 성숙하지 않은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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