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여전히 엇갈리는 평가와 지속되는 논란

정부 중처법 개선한다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출범 노동계 vs 경영계,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허점 메꿔 국민과 기업 모두를 지키는 법으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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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년을 맞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여전히 그 실효성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위헌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안을 논의할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테스크포스(TF)’가 지난달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법학 교수 등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TF에서는 산재 사고 관련 처벌 대상과 수위 등 제재 방식 개선, 처벌 요건 명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한편, 현장의 상황은 어떨까. 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국내 기업 29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안전보건업무 담당 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75.5%였다. 더불어 법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 수준도 높아졌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61.3%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법적 의무를 지키기 어려웠다. 산업안전 역량을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300인 이상)의 경우 87.9%가 안전 담당 부서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기업(50∼299인)과 소기업(5∼49인)의 설치 비율은 각각 66.9%, 35.0%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떤 법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률이다. 경영자에게 산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 사업장에서 스스로 위험을 줄일 방안을 찾도록 하자는 게 이 법의 취지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참변을 당한 김용균 씨 등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서야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시행 1년 만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이 모호하고, 경영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등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업의 요구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형사처벌 규정을 아예 삭제하자는 의견을 노동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가 출범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두고 노동계는 정부의 예방 중심 법 개정 논의에 반대하며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처벌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할 법 개정을 요구하며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이 헌법상 명확성·과잉 금지·평등 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 가운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된 상황이다.

사진=고용노동부

허점투성이? 지속된 논란

국민에 의해 만들어졌던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와 시민 재해 등 재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와 다르게 입법 당시부터 한계에 직면했다. 애초에 근본 취지가 ‘재해 발생 예방’과 ‘국민과 기업을 지키는 것’인데 경영자와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이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계속 제기됐던 문제점으로는 ‘의무 사항의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의무 사항을 지켜도 사고 예방과 처벌 면책을 보장받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 등이 있다. 법의 적용 대상은 많고 처벌 수위도 높은데 정작 법은 허술하다는 것이다. 추락 등 사망 사고가 잦은 건설 현장이 특히 그렇다. 대형 건설 현장에는 1,000명 이상의 대거 인력이 투입될 때가 많은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소상공인(일반 사업장은 5명 미만,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명 미만)에게는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상시근로자 50명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이 지난 2024년 1월 27일이 되어서야 법이 적용된다. 이에 적용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2020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50명 미만 규모의 사업장에서 전체 산업재해의 60% 이상이 발생했다. 정작 적용이 시급한 사업장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안철수 의원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으로 지목된 적 있어

지난해 안철수 의원이 대선 후보였던 당시, 유세 차량 운전기사 등 2명이 차량 내에서 대기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사망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에 안철수 의원도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라는 의견이 나왔으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당시 고용부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사법 경찰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선 피해자와 국민의당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돼야 하므로 피해자의 ‘근로자성’이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2007년과 2020년) 판례에 따르면 “정당에서 운영하는 선거사무소의 선거사무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주민센터의 자원봉사자가 지방자치단체의 지휘·감독하에 돈을 받았다면 자원봉사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봤다. 숨진 2명 모두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안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건 법 적용 요건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어 해당 요건 충족 여부도 살펴봐야 하는데, 국민의당 당직자(상시근로자 수)가 50인이 안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기업이나 단체에 적용되고, 50인 미만 기업이나 공사비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의 경우 법 적용이 2024년 1월까지 유예된다. 이에 따라 처벌을 면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에 치중되어 있어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책임원칙에 대한 고려가 결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해 ‘국민과 기업 모두를 지키는 것’이다. 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경영자와 현장 근로자 모두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을 지키는 법이 될 수 있도록 검토와 개선을 통해 허술한 법이 아닌 촘촘한 법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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