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4.0] “대한민국 우주 경제 시대 열겠다” 독자적 우주 탐사의 현실성 검토 ②

지난 10월, 달 착륙선 개발 관련 예타 진행한 정부 “2024년부터 약 6,184억원 예산 투입할 것” 올 상반기 중 ‘달 착륙선 개발’ 관련 국민 설문조사까지 나서며 편익 추정 ‘세계 우주 산업 1% 수준인 국내 우주 산업 규모’, “막연한 비전 제시보단 현실적 문제 해결 우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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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되기 직전 누리호의 모습/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개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2045년 우주 산업의 세계시장 비중을 현재 1%에서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앞서 정부는 20일 연도별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자율주행, 양자 기술 등의 주요 산업과 더불어 우주개발에 대한 대형 프로젝트와 세부 대책 등이 순차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특히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을 채굴하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화성에도 가겠다는 것이 新성장 4.0 전략 ‘독자적 우주탐사’의 주요 목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여론은 회의적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계 등 관련 기관 연구자와 산업 종사자들도 여전히 중앙집중적인 국내 우주 산업의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의 우주개발 비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달 착륙선 개발 관련 예비타당성 사업 진행한 정부

정부는 ‘2045년 글로벌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달 표면 탐사 임무를 수행할 달 착륙선 개발 사업 등업을 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약 6,1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8톤급의 달 착륙선을 독자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은 달 탐사 2단계 사업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8월 우주로 쏘아 올린 궤도선 다누리가 달 탐사 1단계에 해당하며 달 착륙 시 장애물 탐지와 회피, 자율·정밀 연착륙이 가능한 1.8톤급 달 착륙선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이번 달 착륙선 개발은 달까지 도착 기간을 4일로 목표하는 직접 전이나 30일이 소요되는 위상 전이 궤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달 궤도까지 순항 중인 다누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의 연착륙 실증 부분에 있어 보다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자적 우주탐사비전에 대한 국내 분위기

나아가 정부는 이번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달 착륙선 개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설문조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가 올해 상반기 중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귀하의 가구는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의 추진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한시적으로 매년 1회 가구당 얼마의 소득세를 추가로 지불할 용의가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달 탐사와 달 착륙선 개발에 대한 인식과 향후 5년간 소득세를 추가로 낼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렇게 관련 기관이 직접 나서 굳이 설문조사까지 모습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도 우주 사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아직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개발사업의 관련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공공재 성격을 가지는 연구개발 성과물의 경제적 편익을 추정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진행 전 먼저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서 사업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부족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아직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주개발에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우주 사업에 새롭게 648억원을 투자한 제약기업 보령의 사례가 이를 드러낸다. 보령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에 1년 치 영업이익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한 이후부터 시장의 외면 받으며 주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인 보령이 우주개발이라는 전혀 다른 신사업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보령의 주가가 하락 추세에 있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보령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 우주 사업에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던 것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우주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인식이 좋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실성 있나?” 국내 우주 산업의 현주소

정부의 우주 개척 사업의 현실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선 현재 ‘우리 기술이 어느 수준에 와있는지’를 비롯한 우주 산업 생태계를 살펴보는 것이 관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세계 우주 산업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 산업 발전 단계를 크게 태동기, 정착기, 성숙기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국내 우주 산업을 두고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산업 기반이 조성되는 태동기를 거쳐 민간 기업 참여가 시작되는 정착기 단계를 밟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국내 우주 산업의 규모와 생태계는 여전히 중앙집중적인 ‘올드스페이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3조2,610억원으로 세계 우주 산업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봐도 우주 기기 제작 5,161억원(15.8%), 우주 서비스 2조7,449억원(84.2%) 순으로 산업 생태계마저 고르지 못하다. 우주 산업에 속한 359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고작 13개(3.8%)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이 321개(89.4%)로 압도적 비중을 가질 만큼 ‘규모의 경제’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이 NASA에서 충분히 연구를 마친 뒤 그 기술력을 민간으로 이양한 형태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이제야 겨우 정부 주도의 우주항공청 설립이 논해지는 실정이다.

우주산업 인재 양성과 관련한 대학의 현실도 정부의 비전과 거리가 있다. 우선 현재 국내 천문학 관련 학과가 존재하는 대학은 열 군데가 채 넘지 않으며 학사 과정을 이수한 학생 대다수가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한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 취득까지 최소 3억 이상의 자금이 들어간다”며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이 국내로 돌아와 종사하는 우주공학 관련 직업이 일반 회사원 연봉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국내 우주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도 이번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장관급 조직이 아닌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으로 논의됨에 따라 그 위상이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가 우주항공청의 모델로 삼는 NASA는 우주항공청보다 높은 수준의 기관으로, NASA의 수장은 장관급이며 대통령이 지명한 뒤 의회의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만큼, 우주항공청을 ‘한국판 NASA’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우주항공청을 어떤 위상의 기관으로 만들 것인지와 관련해 정부가 우주 전문가와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과학자들의 목소리는 ‘부급 기관’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천체물리학 등의 인재와 이들을 양성할 시스템조차 전무한 국내 우주산업을 두고 ‘글로벌 우주 강국’을 이룩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대단히 도전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정부는 의욕만 앞세워 기초과학 지식이 전무한 공대 출신 관계자들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해오며 국민 혈세를 낭비해왔다. 따라서 정부는 항공 기술력의 막연한 미래 성장만을 내세우며 선전할 것이 아니라 우주항공청의 위상 및 관련 연구기관 처우 개선 등 실질적인 시스템 문제 해결을 통해 우주 개척의 기초부터 다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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