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新)우주경쟁의 불씨가 된 중국의 ‘우주굴기’, 미·중·러 사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중국, 전면적 우주강국 건설 목표로 적극적 우주 정책 펼친다 우주굴기에 촉각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 안보협력으로 대(對)중국 견제 우주는 이제 미·중·러 경쟁의 각축장, 후발주자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
국회도서관이 23일 「중국의 우주굴기와 미·중·러 간 신(新)우주경쟁」을 다룬 『현안, 외국에선?』 (2023-4호, 통권 제54호)을 발간했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벌인 ‘우주경쟁(Space Race)’이 이제는 미·중·러 간 신(新) 우주경쟁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새로운 경쟁의 중심에는 소위 우주굴기로 불리는 중국의 적극적인 우주개발 정책이 있다. 강대국들의 신 우주경쟁은 향후 과학기술과 안보 등 국가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2045년 우주경제 글로벌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기에 더욱 세심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우위에 올라선다, 중국의 “우주의 꿈”
1950년대부터 독립자주 원칙에 따라 독자적인 우주개발에 뛰어든 중국은 1970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자체 개발 인공위성(동팡홍 1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어 2003년엔 세계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선저우 5호) 임무 완수, 2019년엔 인류 최초 달 뒷면 착륙에 성공, 2022년엔 독자 개발 우주정거장(톈궁)을 가동하는 등 명실상부 21세기 우주강국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제 전면적 우주강국 건설을 목표로 움직인다. 2022년 1월 중국 정부는 우주백서인 「2021 중국의 우주」를 통해 “우주의 꿈(航天梦)” 실현을 위한 향후 5년 동안의 목표를 발표했다. 주요 계획은 △우주 영역에서의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 △차세대 유인 우주선 개발 △상업 우주 발사장 건설 △우주경제(관광, 바이오 등) 육성 △’항공우주법’ 입법 추진 △일대일로 관련 협력 △적극적 개방적 자세로 양자 및 다자협력 메커니즘 확장 등이다.
대내외적 배경을 감안했을 때 중국은 우주굴기를 통해 고품질의 경제 사회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이루고 국가 및 우주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우주안보 확보를 위한 군사적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2015년 우주·사이버·전자전 등을 담당할 전략지원부대를 창설한 중국의 목표는 전시 우주자산의 사용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에 있어 우주굴기는 집권 정당인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자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정책이다. 시진핑이 “우주 분야의 성과와 혁신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이 2022년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보고에서 우주 강국으로의 건설을 가속할 것이라고 명시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중국 빼고 달 탐사 갈 나라?” 미국은 현재 견제 중
미국은 중국의 우주굴기를 자국안보의 위협요인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견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우주기술의 군사적 활용과 영유권 주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 보인다. 이미 2011년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프로그램에 중국의 접근을 금지하는 ‘울프수정안(Wolf Amendment)’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바 있다. 2022년에는 빌 넬슨(Bill Nelson) NASA 국장이 중국의 우주기술 탈취 및 달 표면 내 자원의 풍부한 지역 장악 가능성, 달에 대한 미국의 접근 금지 가능성 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약 50년 만에 한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의 협력하에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유인 탐사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등 우주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2019년 12월에는 중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주군을 창설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우주군은 육·해·공·해병대·해양경비대에 이은 미국의 6번째 정식 군대다. 지난달에는 위성 공격 등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안보 조약을 우주에도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안보협력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강대국 간 신 우주경쟁이 첨예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준동맹 수준의 우방이자 전통적 우주강국인 러시아와 긴밀히 공조 중이다. 2021년 기준 러시아의 우주 예산은 미국과 중국 등에 이은 5위 규모로, 러시아는 소련 시절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유인 달 탐사에도 성공하는 등 미국과 우주경쟁을 벌인 국가다. 현재 러시아는 2024년 이후 ISS 탈퇴 및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불참 의사를 밝히며 미국과 거리를 두는 중이다. 대신 중국과 공동으로 국제달연구기지(ILRS) 건설 등을 추진하면서 우주 분야 공조 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미·중 고래 틈에 끼어들기, 외교적 역량 필요한 때
중국의 적극적인 우주 정책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러의 갈등 구조가 우주 분야까지 확산했고 이는 결국 21세기 신 우주경쟁의 단초가 됐다.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미국의 중국 견제, 그리고 미국에 대응하는 중·러 간 공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주는 강대국 간 협력의 장보다는 경쟁의 각축장이 되리라 전망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최근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등을 골자로 하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도서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2045년 글로벌 우주경제 강국’ 목표를 언급하면서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선 과학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 등 국내적 차원의 지원 정책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주요국과의 공조 역시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우주 분야 기술력과 투자 자본 모두 여타 우주강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기초과학 분야는 특히 취약해 지원 정책이 뒷받침된다고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미·중 기술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주 도전 후발주자인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국 관계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그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특성 때문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이 많았으나 이제는 우리가 고래를 이용할 때지 않을까. 자체 기술 개발력은 부족하지만, 기반만 주어진다면 빠르게 따라붙는 것이 한국의 장점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아르테미스 협정을 시작한 미국과, 공조로 반격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 서로 노려보느라 바쁜 이 고래들 틈에 끼어들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의 외교력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